주간동아 1073

2017.01.25

책 읽기 만보

밤하늘 빛나는 방문객 혜성과 함께 우주여행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1-23 18: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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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성
    칼 세이건·앤 드루얀 지음/ 김혜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488쪽/ 4만 원


    가끔씩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 우주쇼가 벌어진다. 육안으로는 평생에 단 몇 번만 만날 수 있는 ‘혜성’이 그 주인공이다. 혜성은 며칠 밤에 걸쳐 밝게 빛나고, 때로는 가장 밝은 별보다도 더 강렬한 빛을 내뿜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혜성이 지나가고 나면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혜성을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와 불운, 재앙의 전조로 여겼기 때문이다.

    “혜성은 불길한 별이다. 혜성이 남쪽에 나타나면 재난이 일어나 옛것이 파괴되고 새로운 것이 정착된다. 또 혜성이 나타나면 고래들이 죽는다. 송과 제, 진 시대에 혜성이 북두칠성에 나타나자 모든 병사들이 대혼란으로 죽었다.”(당나라 천문학자 이순풍)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쓴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96)과 그의 아내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앤 드루얀이 1985년 발간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세이건 서거 20주년을 기념해 초판본을 새롭게 번역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혜성에 매료된 과학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오랫동안 미신과 두려움의 대상이던 혜성이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되고(1부), 혜성의 생성, 소멸을 각각 태양계의 진화, 대멸종과 관련해 설명하며(2부), 우주탐사 시대에 혜성의 가치와 의의, 전망을 논하는(3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혜성의 본모습이 살며시 드러난다.



    혜성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1656~1742)다. 그는 1705년 출간한 ‘혜성 천문학 개론’을 통해 1531, 1607,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이 똑같은 것이며 1758년 말 돌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16년 뒤인 1758년 크리스마스 밤 핼리 혜성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구에 접근해왔다. 핼리 혜성이 마지막으로 관측된 것은 1986년으로, 다음 접근 시기는 2061년 7월이다.

    혜성은 오랫동안 경외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오늘날에는 과학의 힘으로 혜성의 실체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2004년 필레 탐사 로봇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른, 유럽우주기구(ESA)의 ‘로제타호’가 지난해 9월 공식 활동을 마감했다. 로제타호는 혜성 표면에 착륙한 최초 탐사선이다. 로제타석이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했던 것처럼, 로제타호 역시 혜성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진화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 제공했다.

    과학자들은 혜성이 뉴턴 역학의 살아 있는 증거이자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전달해준 요정이라며 높게 평가한다.

    혜성은 지구와 우주의 신비를 풀어줄 수 있는 ‘타임캡슐’이다. 저자는 과학 지식을 비롯해 역사, 인문, 예술, 문화 등 혜성을 여러 방면에서 다룬다. 풍부한 내용과 350여 개 시각 자료를 넘기다 보면 우주의 풍경 속으로 저절로 빠져든다.




    시민을 위한 테크놀로지 가이드
    이영준·임태훈·홍성욱 지음/ 반비/ 376쪽/ 1만7000원


    스마트폰 없이 하루도 못 견디는 현대인에게 매일같이 더 진화한 기술, 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뉴스가 쏟아진다. 머지않아 로봇이 내일 날씨부터 주식투자와 건강까지 관리해주는 인공지능 비서가 된다고 한다. 자동차 주행을 컴퓨터에게 맡기는 미래도 눈앞에 다가왔다. 기술만능주의와 기술혐오 사이에서 균형을 잡도록 ‘생각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336쪽/ 1만8000원


    인문학자 진중권이 반려묘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름은 ‘루비’로, 존경하는 철학자 루트비히 요제프 요한 비트겐슈타인에서 따왔다. 루비는 부르기 편하라고 줄인 것이고, 공식 자리에서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진중권이 서울 연남동 골방에 은둔하며 사흘씩 세수도 안 한 채 자연인처럼 고독한 학문의 길을 걸을 때 루비는 유일한 친구가 됐다.





    선거의 정석
    마크 팩·에드워드 맥스필드 지음/ 김혜영 옮김/ 사계절/ 286쪽/ 1만6000원

    선거는 일정한 조직 또는 집단의 대표자를 뽑거나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선출직공무원을 뽑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 선거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유권자는 언제나 바쁘기 때문에 후보자는 남보다 많은 표를 얻고자 짧은 시간 내 최대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선거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선거운동을 이끌어야 승리할 수 있는지 다룬다.




    젭토스페이스
    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 김명남 옮김/ 휴머니스트/ 440쪽/ 2만 원


    2012년 7월 4일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는 ‘신의 입자’ 힉스 보손(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제시하는 기본 입자)의 발견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발견의 의미와 진정한 결과를 이해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힉스 보손을 찾는 과학자들의 시도부터 입자가속기를 만들기까지 얘기, 그리고 우주 기원의 비밀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담았다.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뤼시앵 페브르 지음/ 김중현 옮김/ 이른비/ 360쪽/ 2만 원


    루터는 세상을 바꿀 혁명적 개혁을 꿈꿨는가. 저자는 “애초에 그런 목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 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내걸었을 때 루터는 자기 자신의 신앙과 구원에 더 관심이 많았으며, 가톨릭교회와 대화하고 토론하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러나 교회는 루터를 포용하지 못했다. 30, 40대 루터의 모습을 조명한다.





    기후카지노
    월리엄 노드하우스 지음/ 황성원 옮김/ 한길사/ 536쪽/ 2만 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을 요구해온 진영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내내 지구온난화 대책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 논쟁의 핵심은 해결책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아니라, ‘정말로 심각한가, 정책은 실효성이 있는가’에 있다. 지구 기온 추이 등 현실적인 온난화 해법을 말한다.




    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열린책들/ 312쪽/ 1만2800원


    열일곱 살인 케이든스 싱클레어 이스트먼은 부유한 백인 명문가 집안의 첫 손자다. 해마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집안 소유인 비치우드 섬에서 휴가를 보낸다. 또래인 사촌 미렌과 조니는 둘도 없는 친구다. 집안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이 말썽꾸러기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는 별칭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억이 돌연 열다섯 번째 여름을 끝으로 조각조각 흩어져버린다.




    99%를 위한 미래
    바스카 순카라·세라 레너드 엮음/ 황성원 옮김/ 동녘/296쪽/ 1만5000원


    상위 1%가 99%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되면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안고 있는 노동, 교육, 인종차별, 환경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행동을 제시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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