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6

2016.12.07

경제

화해는 GDP도 춤추게 한다

사회적 갈등 해소되면 GDP 3% 성장 가능, 민주적 합의 위한 전담기구 신설해야

  •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yongjung@hri.co.kr

    입력2016-12-07 1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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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에서는 공항·철도 등 주요 인프라의 입지 선정을 비롯해 노동, 산업 구조조정, 국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이를 해소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7위로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거버넌스 지수(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WGI)와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활용해 사회갈등지수를 도출한 뒤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2010년 기준 0.62로 OECD 회원국 평균 지수 0.51을 상회한다. 우리나라보다 사회갈등지수가 높은 나라는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칠레 등으로 심각한 정치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사회갈등지수가 높아질 뿐 아니라 OECD 회원국 평균 지수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지수와 격차는 2009년 0.10에서 2013년 0.15로 커졌다(그래프 참조).  

    사회갈등은 사회적 쟁점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대립할 때 발생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계층·이념·노사·지역·세대·공공정책 등에서 사회적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정책갈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협상 아닌 ‘합의’ 이끌어내야

    대표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주민 갈등을 들 수 있다. 최근 국방부는 사드 배치 지역을 기존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서 성주군 달마산으로 변경해 확정지었는데, 사드 배치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한 정책이라는 정부 측 설명과 달리 지역 주민은 전자파 및 소음으로 생활권을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달마산 인근 김천시 주민과 원불교 성지 관계자들도 이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밖에도 과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 대지 선정 문제(2005),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2016) 등에 비춰볼 때 사회갈등이 하루빨리 해소되려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갈등 배경과 원인을 충분히 인지하고 정부의 문제 해결 과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정책 추진 과정에 투명성과 객관성이 보장돼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은 전문가의 충분한 평가와 조사가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정책 평가 결과를 재검토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 수립 단계부터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책 추진 논의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 여지가 다분한 사회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갈등조정·의사결정기구를 통한 민주주의적 절차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때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동체적 의식을 바탕으로 ‘협상’이 아닌 ‘합의’를 이끌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갈등은 국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사회갈등지수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갈등이 커질수록 1인당 GDP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간 약 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가 사회적 비용으로 낭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비용 수준을 GDP 디플레이터(물가지수)를 고려해 실질 GDP 성장률로 환산해보면 사회갈등지수가 OECD 평균으로 완화될 경우 실질 GDP 성장률이 약 0.2%p 추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7 수준으로 떨어지면 실질 GDP 성장률은 약 0.3%p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잠재성장률을 2.7%로 가정한다면 사회갈등지수가 완화될 경우 GDP가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사업 추진 시 ‘정책 패키지화’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 전반의 추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경제성장률을 제고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회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첫째, 사회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는데, 적용 대상이 중앙행정기관에 한정돼 있고 법령이 권고 수준밖에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금전적 지원과 보상 등 세부사항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산하에 ‘갈등관리전담기구’를 설립해 사회갈등 해소 방안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구는 동일한 유형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유사 유형의 사례를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향후 일어날 새로운 갈등 요소도 미리 점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합의 과정을 현명하게 중재해나가야 한다.

    셋째, 공공정책 사업을 추진할 경우 선호·비선호 사업을 묶는 등 정책을 ‘패키지화’해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 유리한 사업은 서로 사업권을 확보하려고 해 갈등을 빚고, 반대로 비선호 사업은 서로 거부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지역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비선호 사업이라도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누군가의 이해와 양보로 원활하게 추진돼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정책 사업의 연계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편익(benefit)이 있으면 비용(cost)이 따른다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정책 패키지 관련 제도를 구체화해 지역별 갈등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다.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가계부채 급증으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와 국민 모두가 나서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수준의 사회시스템을 구축해 민주적 방식으로 갈등의 고리를 풀어나갈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 문화 모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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