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2016.11.30

커버스토리

아버지의 이름으로 예산폭탄?

TK에 집중된 ‘새마을운동’ 예산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으로 수렴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11-29 09: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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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에 예산 수천억 원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은 11월 12일 “박근혜 정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업에 투입한 예산이 총 3400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2017년 새해예산안 731억 원을 제외한다 해도 박 대통령 취임 전 이명박 정부가 4년간 쓴 847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집행된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은 1309억 원에 이르고, 새마을운동을 테마로 해 정부개발원조(ODA) 형태로 국외에서 집행된 자금은 2062억 원에 달한다. 이는 내년 새해예산안에 포함된 332억 원 규모의 국내 예산과 399억 원에 이르는 국외 새마을운동 ODA 예산 등 731억 원을 포함한 수치. 현재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새해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중복, 과잉된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내년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이 얼마만큼 국회 예산심사를 통과할지 주목된다.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은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기인 2011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하던 때로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2009년 28억 원, 2012년 516억 원

    2009년 28억 원 수준에 머물던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은 2010년 61억 원으로 늘었고, 2011년부터 국외 ODA에 새마을운동 예산이 편성되기 시작하면서 크게 증가했다. 2011년에는 국내 98억 원, 국외 143억 원이었으며,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실질적으로 여권을 주도하던 2012년에는 국내 308억 원, 국외 208억 원으로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이 516억 원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 취임 첫해에는 416억 원(국내 167억 원, 국외 249억 원)이었고, 2014년 671억 원(국내 309억 원, 국외 362억 원), 2015년 731억 원(국내 209억 원, 국외 522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2016년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은 국내 290억 원, 국외 53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82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집행된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경북 구미시에 조성 중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사업.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만 올해까지 766억 원이 투입됐다. 2011년 26억 원, 2012년 30억 원 수준이던 예산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013년 100억 원, 2014년 158억 원, 2015년 177억 원, 올해 275억 원을 투입했고, 내년에는 104억 원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특히 내년 새해예산안에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건립에 200억 원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놓았다.

    이 같은 박정희·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에 대해 ‘중복’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구미시가 2011년부터 내년까지 총사업비 870억 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새마을운동 체험공간 등 경북 청도군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215억 원을 들여 조성한 ‘새마을운동 시범 단지 가꾸기’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진선미 의원은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이 지역사회로부터 전시성 사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11월 12일 진 의원이 발표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

    ▼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 집행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이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음에도 얼마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고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까지 참석한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정말 민생을 생각하고는지 우려된다.”

    ▼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 낭비의 구체적 사례를 꼽는다면.

    “경북 울릉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박을 했다는 이유로 10억 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1박 기념관을 짓고, 강원 철원군은 44억 원을 들여 박정희 장군 전역 기념공원을 만드는 등 전국 각지에서 마구잡이식으로 박정희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에 연간 유지비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앞으로 어떤 예산 편성 노력이 필요할까.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 예산이 갈수록 증가한 것에 비해 저소득층 기저귀 사업,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사업,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 등 민생과 직결된 사업 예산이 갈수록 삭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아버지를 위한 사업보다 국민을 위한 민생 사업에 세금이 투입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지원 자치단체의 공통점

    박정희·새마을운동 예산의 특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등 TK(대구·경북) 지역에 관련 예산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경북 구미시에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 명목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286억 원이 편성됐고, 박정희대통령민족중흥관 건립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총 65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에도 800억 원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766억 원이 들어갔고, 내년 104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구미시는 내년 200억 원 예산을 들여 박정희대통령 역사자료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고, 대형 새마을기 설치를 위해 1억 원 예산도 편성해둔 상태다. 또한 구미시는 해마다 박정희 탄신제를 위해 수천만 원 예산을 쓰고 있으며 추모제에도 많게는 1600만 원, 적게는 590만 원 예산을 집행했다.

    경북 포항시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42억 원 예산을 투입해 ‘새마을운동 체험공원’을 조성했는데, 포항시는 당시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경북도와 대구시 등 TK지역 광역단체는 해마다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수억 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해마다 5억 원을 ‘새마을전문대학원학위과정지원’ 명목으로 지원했고, 2015년부터는 7억 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렸다. 대구시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해마다 3억 원을, 2015년부터는 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광역단체 외에도 청도군 3억 원, 포항시 3억 원 등 박정희·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을 활발히 전개한 기초단체도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예산안에 새마을운동 역량 강화를 목표로 700억 원 가까운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300억 원을 목표로 새마을세계화재단 설립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해 50억 원 출연금을 예산으로 편성했지만,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30억 원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또한 저개발국 새마을시범마을조성 사업비로 당초 예산안에 59억 원을 편성했지만, 계수 조정 결과 55억 원으로 4억 원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도의회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을 크게 증액하는 데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다”며 “그렇지 않아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경북도가 새마을운동 사업에 너무 치우친다는 도의원의 지적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경북도가 해마다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을 수백억 원씩 편성해 집행한 것과 달리, 대구시는 최근 3년간 새마을운동 보조금으로 30억 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대구시가 집행하는 보조금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새마을운동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에 지원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억 원을 지원했고, 2015년과 올해는 각각 5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항목은 지난해 새마을운동국제기구 출범 지원을 명목으로 대구시가 2억 원을 영남대에 지원한 것. TK 관가와 지역 정가에서 “박 대통령 취임 전후로 영남대가 ‘새마을운동’과 ‘박정희’를 매개로 TK 자치단체의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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