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3

2016.11.16

김민경의 미식세계

무기력한 삶 위로, 절제된 달콤함

미니 타르트 전문 숍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6-11-11 17: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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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과 귀를 여기저기 기울여봐도 심란하고 무기력해지는 소식뿐이다. 게다가 추워지는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끊임없이 몰려와 왠지 삶이 더 팍팍해질 것만 같다. 메이크 브킹(Meik Wking)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조명을 어둡게 하고 달콤한 음식을 먹으며 정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전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식 휴식법인데 의외로 간단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는 한입 크기의 미니 타르트를 파는 작은 가게 ‘르까도드마비(Le Cadeau de Ma Vie)’가 있다. 가게 이름은 ‘내 인생의 선물’이라는 뜻이며, 에콜 페랑디(Ecole Ferrandi)를 졸업한 이태훈 씨가 직접 타르트를 만들어 판매한다. 에콜 페랑디는 최근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모 재단과 연계돼 본의 아니게 이슈가 됐는데, 프랑스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역사 깊은 직업 전문학교로 파리에 있다. 중학교 과정부터 대학 과정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입학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조리, 제과, 제빵, 매니지먼트 과정으로 나뉘는데 이태훈 씨는 이곳에서 인터내셔널 과정으로 조리를 전공했다.

    ‘르까도드마비’의 타르트는 앙증맞은 지름 5cm 틀 안에 커스터드와 아몬드 크림을 섞어 만든 필링을 채우고 심플한 토핑을 얹는다. 토핑은 딸기, 블루베리, 무화과, 바나나, 파인애플 크럼블, 애플 시나몬, 호두 등 7가지 종류가 있다. 타르트를 작게 만드는 이유는 반죽과 크림, 토핑을 한입에 넣어 오물오물 씹어야 풍부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타르트 틀로는 바삭바삭한 식감에 버터향이 풍부한 사브레 반죽을 택했다. 부드러운 크림은 단맛을 줄인 대신 토핑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려 각각의 풍미와 개성을 살렸다.

    프랑스 식단은 소금과 오일로 맛을 내는 요리가 대부분이라 디저트가 충분히 달콤해도 되지만 한국 식단은 국, 반찬 등에 이미 단맛 나는 재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디저트의 단맛을 과감히 줄였다. 단맛을 줄였더니 타르트를 찾는 고객의 폭이 넓어졌다. 살찌는 것이 두려운 여성, 단것을 즐기지 않는 남성, 건강한 간식을 찾는 아이 엄마까지 두루 이곳의 타르트를 주문한다.

    합성첨가물이나 합성보존제를 넣지 않아 되도록 냉장 보관하고, 냉동실에 두면 1개월까지 먹을 수 있다. 냉동 상태의 타르트는 먹기 30분 전 냉장실에 넣어 녹여 먹으면 가장 맛있다. 차가운 타르트는 따뜻한 블랙커피나 달지 않은 발포성 와인과 잘 어울린다. 타르트는 한남동 숍 외에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www.kurly.com)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색다른 타르트에 관심 있다면 모던한 아메리칸 스타일 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한남동 ‘앤드커피랩’(02-790-5022)이나 화려한 프렌치 타르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더빵가게’(02-907-4293)를 찾으면 된다.





    르까도드마비(Le Cadeau de Ma Vie)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0길 47-10 Bailey 3층,
    02-790-9694, 평일 오전 11~오후 19시,
    주말과 공휴일 휴무




    김민경은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졸업했다. 여러 미식 관련 잡지 기자를 거쳐 현재는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을 만드는 팬앤펜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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