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7

2005.05.31

후절수 묘수 이창호 “체면 세웠네”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5-27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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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절수 묘수 이창호 “체면 세웠네”
    한 명뿐인 조선족 프로기사 박문요(朴文饒)를 아시나요? 중국기원 소속 3단으로 올해 17세, 어리디어린 이 조선족 기사가 부모의 나라인 한국의 LG배 세계기왕전에서 당당히 8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하나의 이변은, 중국의 신예기사 천야오예(陳耀燁) 4단이라는 빙산에 걸려 좌초된 이창호 9단. 천야오예 4단이 일찍이 중국에서 주목을 받아오던 천재 기사이기는 했지만 세계대회 본선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인 자리에서 세계 순위 1위를 완벽한 솜씨로 잡았으니…. 중국은 기대하지 않았던 두 신예기사의 성적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 7명이 출전해 6명이 8강에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나머지 두 자리는 이세돌 9단과 신예 박정상 5단이 차지해 ‘황사바람’ 속에서 버거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10년 이상 ‘천하무적’으로 군림하던 이창호 9단이 지난해부터 보이고 있는 행마는 분명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1회전에서도 왕시(王檄) 5단을 맞아 막판까지 살얼음판을 밟다 기막힌 후절수 묘수 한 방으로 체면을 세웠다.

    후절수 묘수 이창호 “체면 세웠네”
    를 보자. 그야말로 ‘눈터지는’ 박빙의 승부. 백1의 선수에 이어 3으로 끊은 수가 상대의 실수를 유발한 교묘한 ‘잽’이었다. 흑1로 받아달라는 얘기. 그러면 백2가 선수여서 나중에 A의 곳에 두어 한집을 노리는 수가 있다. 반집을 다투는 형세인지라 흑은 흑4로 버텼고, 백5에는 털끝만큼의 손해도 볼 수 없다며 흑6으로 단수쳤다. 그러나 백11에 잇는 순간 왕시 5단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왜?

    흑1 이하로 두어 7로 백 넉 점을 따냈으나 다음 백△에로 톡 끊는 후절수가 있을 줄이야. 흑▲에 되때리는 패싸움을 동반한 후절수이기는 하나 이 패는 말할 건더기조차 없는 백의 꽃놀이패. 206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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