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7

2005.05.31

‘본선 티켓’ 최강 투톱이 간다

이동국·박주영 뉴 콤비 ‘죽음의 원정길’ … 본프레레 어떤 공격 카드 쓸까 ‘초미의 관심사’

  • 최원창/ 조이뉴스24 축구전문기자

    입력2005-05-27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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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왕’ 이동국(26·포항)과 ‘차세대 킬러’ 박주영(20·서울)이 특명 ‘독일상륙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첫 호흡을 맞춘다. 본프레레호 출범 후 17경기에서 10골을 몰아넣은 이동국과 한국 축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술과 유연함을 갖춘 박주영의 새로운 조합이 마침내 탄생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동국의 선제골과 박주영의 쐐기골’은 ‘죽음의 원정’ 길에 나서는 본프레레호의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이들 신구 킬러들을 앞세워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를 넘어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겠다는 각오다. 2승1패(승점 6)로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6월3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일전을 벌인 뒤 9일 새벽 2시45분 쿠웨이트와 잇따른 원정경기를 치른다.

    ‘죽음의 원정’으로 불리는 이번 대장정에서 한국은 2연승을 거둘 경우 본선행을 확정 짓는다. 하지만 본프레레호는 최근 원정 5경기에서 1승2무2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어 이번 원정에서 최소한 1승1무를 거둬야 한다. 그런 만큼 이들에게 거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이들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지긋지긋했던 ‘비운의 투톱’ 꼬리표를 과연 떼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이들을 통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다시금 ‘세계를 놀라게 할’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지켜볼 수 있을까.

    풀리지 않은 숙제 ‘최강 투톱‘을 꿈꾼다



    한국 축구는 천재가 등장할 때마다 들떴다. 그때마다 ‘최강 투톱’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앞두고 김주성-황선홍 콤비에게 8강 특명이 내려졌지만 조별 예선 3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뿐이다.

    이후 황선홍-최용수 듀오의 등장으로 98년 프랑스월드컵을 기대했지만 황선홍의 부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최용수가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이후 기대를 모은 콤비는 안정환과 이동국. 하지만 이들 콤비 역시 합작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은 모두 ‘1+1=3’의 시너지 효과를 바랐지만, 결과는 감독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그런 만큼 이동국-박주영의 뉴 콤비가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따라 종(縱)적인 움직임을 펼치는 타깃맨과 횡(橫)으로 가로지르며 기회를 제공하는 처진 스트라이커의 교과서적인 역할 분담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축구 팬들은 새로운 기대에 들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선 굵은 슈팅과 상대 수비라인을 무력화하는 박주영의 침투력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 자못 궁금하다.

    연속 골의 사나이들 총집합 ‘최상의 조합‘

    본프레레 감독이 ‘죽음의 원정’을 앞두고 든든해하는 것은 한국과 유럽, 일본 등 전방위에서 연속 골을 터뜨린 킬러들이 총집합하기 때문이다. 일본 J리그에서 5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안정환과 독일·한국에서 4경기 연속 골을 쏘아올린 차두리, 한국 축구의 기대주 박주영 등이 최근 최상의 골 감각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의 골문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안정환은 2005년 11월17일 몰디브와의 2006년 독일월드컵 2차예선전에서 복숭아뼈가 부러지는 부상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합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하우젠컵대회에서 6골을 뽑아내고 깜짝 발탁된 김진용 역시 후반 조커로 자신의 진가를 뽐내겠다며 벼르고 있다.

    관심은 과연 본프레레 감독이 어떤 공격조합 카드를 꺼내들지에 쏠려 있다. 그동안 주요 전형으로 삼던 3-4-3 시스템을 유지할지, 아니면 박주영이라는 거물 신인을 활용하는 3-4-1-2 포메이션으로 변화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의 활용 방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는 반면, 박주영은 “어떤 포지션이든 관계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예상 카드로는 이동국 원톱에 박주영을 왼쪽 윙포워드로 활용한 뒤 후반 안정환을 조커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최종 결정안이야 본프레레 감독만이 알 수 있지만 박주영을 후반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2의 최진철‘ 김한윤

    김남일이 빠진 중원은 믿음직한 박지성(아인트호벤)이 책임진다. 올 시즌 네덜란드리그 우승에 이어 AC밀란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골을 뽑아내며 차붐 이후 최고의 한국 축구선수로 우뚝 선 박지성은 올 시즌 보여준 놀라운 움직임을 태극호에서 다시 한번 연출할 태세다.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박지성을 두고 좀더 공격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럽 선수들도 힘겨워하는 그의 지구력을 활용, 공격의 물꼬를 넓히자는 것. 본프레레 감독으로서는 ‘믿을 맨’ 박지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K리그 9년차인 김한윤(부천 SK)은 본프레레 감독의 ‘왼쪽 딜레마’를 해결할 비장의 카드다. ‘마스크맨’ 김태영의 은퇴 이후 공백을 메워오던 박재홍마저 부상으로 제외돼 구멍이 뚫린 수비라인에 본프레레 감독은 해결사로 김한윤을 선택했다. 국가대표로는 첫 발탁이지만 K리그에서는 든든한 수비력을 과시해왔던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이 깜짝 발탁했던 최진철과 닮은꼴이다. 히딩크 감독이 최진철의 합류로 수비 안정을 꾀했듯, 김한윤의 합류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도 볼 만하다.

    45℃ 불볕더위를 극복하라

    3월30일 한국에 1대 2로 패한 우즈베키스탄은 1무2패(승점 1)로 사실상 탈락이 결정되자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을 재기용했다. 이후 5월 초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유럽파들과 국내파들이 여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우즈베키스탄의 국내 정세가 어지러워 개최 장소 변경이 고려되는 등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으로서는 지난 홈경기 때만큼의 전력만 보여준다면 무난히 승리할 수 있다는 평이다.

    다만 쿠웨이트 원정은 낮 기온이 45℃까지 치솟는 불볕더위가 가장 큰 적으로 꼽힌다. 한국에 0대 2로 패했던 쿠웨이트는 홈경기만큼은 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어 한국으로선 쿠웨이트전이 독일행을 향한 최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프레레 감독은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 0대 2로 패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심정으로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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