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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나이키 미사일 '골골' 방공망 '숭숭'

무기 수명 다하고 여객기나 잡는 성능…고고도 초음속 공격 사실상 속수무책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나이키 미사일 '골골' 방공망 '숭숭'

최근 때 아닌 패트리어트 논쟁이 일었다. 광주에 있는 제1비행단은 유사시 미 공군이 증원돼 오는 곳이다. 때문에 미군은 이곳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해놓았는데, 5월15일 이곳에서 패트리어트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기지 진입을 시도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전후해 주요 언론은 일제히 한국이 독일에서 중고 패트리어트를 도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나이키 미사일 '골골' 방공망 '숭숭'

패트리어트 미사일.

한국에서 패트리어트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이유는 MD(미사일 방어) 체제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방공(防空) 미사일 나이키가 너무 낡았으니 이를 패트리어트로 교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자의 시각이 강력했다. 그러나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자는 퇴조하고, 후자인 현실적인 시각이 힘을 얻었다. 적어도 지금은 패트리어트가 배치돼 있는 기지에 난입한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분위기는 거의 사라진 것이다.



한국만이 나이키 방공무기로 사용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시각이 완전히 힘을 얻은 것도 아니다. 이유는 현실적인 시각조차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병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 병을 치료할 진짜 명의(名醫)는 없다는 말인가.

유사시 한국이 직면하게 될 ‘공중으로부터의 위협’은 세 가지다. 첫째는 고고도로 날아오는 위협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공군이 마하 2가 넘는 초고속 전투기인 미그-23과 29, 그리고 아음속 공격기인 수호이-25를 동원해 한국을 공격하는 경우다. 이러한 위협에 대비해 한국 공군이 배치해놓은 것이 고고도 방공무기인 ‘나이키 미사일’이다.

두 번째는 중고도 방공이다. 중고도 침투는 북한 공군이 세 종류의 전투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구식 전투기인 미그-15와 17, 21, 그리고 역시 구식 폭격기인 IL-28을 이용해 공격해오는 경우다. 이 비행기들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중고도로 날아오는데, 이를 요격하기 위해 한국 공군은 호크 미사일을 배치해놓았다.

세 번째는 아주 낮은 고도로 침투해 들어오는 경우다. 북한은 독일에서 한국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500MD 헬기를 수입한 적이 있다. 또 그들 표현으로 ‘안둘’이라고 하는 AN-2 소형 수송기를 갖고 있어 특수부대원을 침투시킬 수 있다. 북한군의 저고도 침투에 대한 방어는 육군이 하는데, 이를 위해 육군은 천마 미사일, 비호 대공자주포, 자주 벌컨포, 그리고 미스트랄과 신궁 미사일을 배치해놓았다.

나이키 미사일 '골골' 방공망 '숭숭'

오발사고를 일으켰던 나이키 미사일.

외형상으로만 본다면 한국은 고고도에서 저고도까지 조밀한 방공망을 구축한 나라가 된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정말 국민들이 발 뻗고 자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안해진다. 세 종류의 무기 중에서 교체가 가장 절박한 것이 고고도 방공무기인 나이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이키는 고속으로 날아오는 미그-23과 29, 수호이-25를 잡지 못한다. 나이키는 제트기가 막 출현하던 1950년대 개발된 것이라 아음속기만 잡을 수 있다. 요즘은 여객기도 마하 0.9 정도로 날아갈 정도로 항공기의 성능이 개선되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나이키는 여객기를 겨우 잡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털어놓는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고고도 방공 미사일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켜왔다. 미국은 58년부터 나이키를 배치했는데, 항공기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75년 나이키를 퇴역시키고 패트리어트를 배치했다. 그러나 한국은 나이키에 매달렸다. 이유는 이 미사일을 공짜로 얻은 데다 이 미사일이 지상을 공격하는 대지 공격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패트리어트를 도입하면서 미군은 한국에 배치했던 나이키를 한국에 무상으로 넘겨주었다. 한국은 이 나이키를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는 방법으로 기술을 익혀, 1987년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현무’를 만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나이키는 초음속 시대가 열린 지 오래인 지금까지도 고고도 방공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나이키를 방공무기로 쓰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이키의 작전 수명은 30년인데, 한국이 보유한 나이키는 50년이 다 돼간다. 그러다 보니 미사일 안에 있는 화공물질의 물성(物性)이 변해 유사시 과연 제대로 발사될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실제로 98년 12월 인천의 공군기지에서는 나이키가 저절로 발사됐다 공중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놀랐다.

나이키는 부품도 구할 수 없는 처지다. 때문에 오래된 나이키를 해체해 거기서 나오는 부품을 그래도 쓸 만한 다른 나이키 부품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해체하는 나이키를 대체할 무기가 전혀 없어 나이키 해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군은 사실상 고철에 가까운 나이키 2개 포대를 해체하려 했으나 하나밖에 하지 못했고, 올해도 두 개를 해체하려 하나 아직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대체할 무기가 없기 때문.

나이키의 형편이 이러할진대, 미그-29보다 훨씬 빨리 마하 5 이상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스커드 B와 노동 미사일은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정답은 “막을 방법이 없다”이다. 이에 대해 “정말로 없느냐?”고 되묻는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선제공격뿐이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서울 불바다 위협 또 당할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한미연합군은 매우 정교한 ‘전쟁징후 목록’을 만들어놓았다. 즉 전쟁을 하려는 나라가 취하는 특이한 행동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지하 갱도에 숨겨둔 미사일 발사대를 꺼낸다든지, 갑자기 무선 침묵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이상 징후다. 한미연합군은 북한군이 이 목록과 일정 비율 이상으로 일치되게 행동하면 전쟁을 하려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그 즉시 이 사실을 한-미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이때 두 나라 대통령이 ‘합의를 통해 허락’을 해줘야만 비로소 전쟁을 하려는 북한군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북한의 선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엉망이 된 다음에 보복 공격을 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안전은 전쟁징후 목록을 얼마나 정교히 체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맹점이 있다. 징후를 체크하는 정보자산이 대부분 미국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 관계가 나빠져 미국이 정보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 북한의 공격 징후가 뚜렷한데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선제공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반대로 미국 대통령은 동의하는데, 한국 대통령이 민족상잔에 대한 역사적 부담감 때문에 선제공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전쟁징후 목록에 의거한 선제공격으로 한국을 지키겠다는 전략은 심각한 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피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로서는 ‘미사일을 잡는 미사일’인 패트리어트를 도입하는 것뿐이다. 패트리어트로 북한군이 쏜 미사일과 초음속기의 위협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한국은 훨씬 쉽게 북핵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군 수뇌부는 대부분 조종사로 구성돼 있어 2차 FX와 EX(조기경보기) 사업에만 몰두해 있다. 두 사업이 대부분의 공군 사업비를 잡아먹다 보니 차기 방공미사일을 도입할 예산을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합참이나 국방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하는데, 합참과 국방부의 구성원인 육군과 해군은 자기 예산이 줄어든다며 이 사업에 대한 특별예산 배당에 반대한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독일 공군이 쓰던 중고 패트리어트의 도입인데, 이 미사일은 이미 15년이 지난 ‘제2의 나이키 미사일’이다. 예산 배분 때문에 고고도 방공망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현실주의자들이 앓고 있는 이 중병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러니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하면 한국은 또다시 공포에 빠져들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간동아 2005.05.31 487호 (p40~41)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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