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3

2005.02.22

여름 질환 환자들 “겨울이 좋다”

액취증·하지정맥류 등 겨울이 수술 적기 … 미용 분야 시술은 성수기 된 지 오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2-17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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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질환 환자들 “겨울이 좋다”

    액취증과 하지정맥류(오른쪽)는 여름에 증세가 가장 심하지만 정작 여름에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직장인 정명식씨(38)는 설 연휴 때 큰마음 먹고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겨드랑이 냄새 제거수술을 받았다. “한겨울에 웬 액취증 수술”이냐며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지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연신 흐르는 땀 때문에 수술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지난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씨처럼 여름철 질환을 한겨울에 치료하는 사람들이 최근 늘고 있다. 여름엔 짧은 옷차림으로 수술 자국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고 더운 날씨로 인해 회복도 더뎌 수술 치료에 많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중 겨드랑이 냄새 제거와 하지정맥류 수술이 겨울철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름엔 회복 더디고 땀 흘러 불편

    여름철 질환의 대표격인 액취증은 겨드랑이 땀샘인 아포크린샘에 세균이 감염되어 고약한 냄새가 나는 질환이다. 냄새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심하면 아무리 잘 씻어도 없어지지 않으며 향수를 뿌릴 경우 오히려 더 역겨운 냄새가 난다. 이러한 탓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요즘에는 바르거나 뿌리는 냄새 제거제가 나와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다. 영구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고바야시 절연침 시술·국소 지방흡입술·피부 절개술 등이 주로 시행된다. 절개 수술은 회복기간이 길고 흉터가 남아 요즘에는 많이 시술되지 않는다. 반면 최근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고바야시 절연침 치료는 절연침을 겨드랑이에 삽입한 뒤 아포크린샘을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국소마취를 한 상태에서 시술되며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국소 지방흡입 땀샘 제거술은 튜메슨트 용액으로 국소마취한 뒤 겨드랑이 부위의 아포크린샘을 지방흡입기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지방과 피부의 경계선에 있는 아포크린샘을 흡입기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효과도 좋고 재발률도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이 시술들은 시술 후 4~5일간은 샤워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겨울철에 많이 이루어진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는 회복도 더디고 샤워를 하지 못해 꼼짝없이 집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 수술도 여름에 짧은 옷을 입어 종아리와 허벅지가 드러나 보일 때 수술받을 생각을 하지만 정작 여름에는 잘 하지 않는다. 시술 후 4주 남짓 착용해야 하는 의료용 고탄력 압박스타킹을 덥고 답답해서 도저히 착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발끝까지 갔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역류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다리 부분에서 정체된 혈액은 역류 지점의 혈관을 파랗고 꾸불꾸불하게 해 보기 흉하게 만든다. 하지정맥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역류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정맥류가 외관상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맥류로 인해 다리가 묵직해지고 통증이 심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고통이 큰 것. 심한 경우 하지궤양, 색소침착뿐만 아니라 혈전에 의한 부작용으로 폐동맥 색전증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도 크다. 치료법은 레이저수술, 고탄력 압박스타킹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 혈관경화요법, 혈관 직접 수술 등 다양하다. 치료의 기본은 미용에 대한 고려. 최근에는 수술 후 활동과 계절적 고려 등 환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맞춤형 치료’가 주류를 이루는 추세다.

    이외에도 여름철 질환 중 겨울에 치료받으면 효과가 좋은 것으로는 무좀, 다한증 등이 있다. 레이저 제모, 종아리 근육 퇴축술, 지방흡입 등 미용 분야의 시술은 이미 겨울철이 수술 성수기. 한여름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고 싶다면 무작정 때를 기다리기보다 적절한 치료를 미리 받아두는 것이 어떨까.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있다고 했다.

    도움말: 액취증-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김영구 공동 원장/

    하지정맥류-부천세종병원 외과 이기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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