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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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녹색전쟁 … 수출 기업 ‘비상’

교토의정서 발효로 선진국들 수입품 환경기준 강화 …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 ‘시급’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5-02-17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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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녹색전쟁 … 수출 기업 ‘비상’

    200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포스코 파이넥스 기술 상용화 1호기.

    최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3층에 새로운 사무실 하나가 마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회장 허동수)의 사무실이 그것. 경제성장, 환경보전, 사회발전을 조화롭게 추구하자는 의도로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하는 이 협의회는 이미 3년 전 설립된 단체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이하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한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협의회 기능이 강화돼, 별도 사무실까지 마련하게 됐다. 이 협의회 이병욱 사무국장은 “교토의정서 발효가 눈앞에 닥치면서 비회원 기업들까지도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등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높아진 관심을 전했다.

    미국의 비준 거부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교토의정서가 2004년 11월 러시아의 비준으로 2월16일 발효됐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 38개국은 1차 의무기간(2008∼2012년) 동안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90년 배출량에 비해 평균 5.2%씩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1차 의무기간 이후 감축 방안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관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13년 시작되는 2차 의무기간에 감축 국가로 포함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산업계는 당장 EU 수출을 위해 강화된 환경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해야 하며, 향후 맞닥뜨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대비한 기술 개발,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 등의 과제도 짊어져야 한다. 이 분야에서 이미 앞서고 있는 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피할 길이 없다. 교토의정서 발효로 이른바 ‘녹색 전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의무화 ‘확실시’



    그렇다면 국내 산업계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얼만큼의 준비를 했을까. 대한상공회의소가 2004년 말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담한 수준이다. 설문에 응한 184개 기업 가운데 59%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중 32%가 그 이유에 대해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제지, 정유 등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석유환산톤, EF쏘나타 1만3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에너지량) 이상으로 온실가스 규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다.

    당장 국내 수출기업들이 국제 사회와 맺은 온실가스 저감 약속을 기한 내에 달성할 수 있을지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는 1999년 세계반도체협회와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불화탄소(PFC) 배출량을 2010년까지 97년 기준으로 10% 이상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량 증가에 따라 PFC 배출량도 계속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처지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97년 PFC 배출량이 100이라고 할 때 2010년 배출량은 160에 달할 전망”이라며 “자발적 협약이기 때문에 수출 제재 등 직접적 불이익을 받지는 않지만 이미지 훼손, 신뢰성 상실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의 PFC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어떤 기술로 감축시킬 것인가, 어떤 대체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논의 중인 형편.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이나 EU의 반도체 생산공장은 제3세계로 이전하는 추세인 데다 우리보다 선진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현재 방출되는 PFC를 산출하는 계산공식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사활’

    자동차업계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09년까지 신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행 186g/km에서 140g/km까지 감축하기로 EU와 협약했기 때문. 다행히 ‘1차 시험’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올해 10월 EU에 지난해까지의 중간목표인 165∼170g/km 달성 여부를 보고해야 하는데, EU에 수출되는 차종의 평균 수치가 170g/km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자동차공업협회 통상협력팀 관계자는 “4년 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0g/km까지 달성하는 목표가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효율 높은 디젤엔진과 하이브리드 카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배출 비율이 높은 중·대형차 수출을 위해서 소형차 수출량을 늘리는 등 차종 다변화도 꾀해야 하기 때문. 이 관계자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철강·시멘트업계 사실상 감축 어려워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은 현재 몇몇 선도 기업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 이는 분광과 분탄을 직접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공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포스코 환경에너지실 관계자는 “파이넥스가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만큼 효용이 있는지는 좀더 연구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파이넥스가 고로공법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 온실가스 방출량의 10%를 차지하는 포스코의 온실가스 방출량은 90년 이후 매년 평균 4%씩 증가하는 추세다. 즉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단위 공정당 방출량을 감축한다 하더라도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체 방출량 감축은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한창 가동되고 있는 설비를 효율 높은 새 설비로 바꾸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총량 감축이 쉽지 않다.

    이는 다른 업계도 비슷한 처지다. 그 한 예가 시멘트업계. 시멘트는 철강과 석유화학 뒤를 이은 3위의 에너지 다소비 업계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이미 기술 개발이 사실상 끝난 상태여서 생산공정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일 방법이 없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에너지관리공단 박영구 기술분석팀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멘트 생산 관련 에너지 사용량 감축에 관한 기술 개발이 정체된 상태이며 국내 업체들은 신기술 채택을 모두 끝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유동헌 연구위원은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연료 다양화, 친환경 기술로 생산하는 특수시멘트 수요 확보 등이 시멘트업계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방출량을 감축할 수 없다면 국내 산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출권 구입은 곧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제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 중 특히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철강과 화학제품이 크게 타격받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4년 에너지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선의 시나리오에도 2015년 온실가스 총배출 예상량의 3.31%를 자체적으로 감축하고, 4.32%는 배출권 구매를 통해 감축을 대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내 기업들의 예상 구매량은 2900만t이며, 그 가격은 대략 2억2000만 유로(약 30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가장 저렴한 배출권 확보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일국 청정개발체제(CDM)다. 이는 개도국 단독으로 CDM 사업을 개발해 의무부담국에 배출권을 판매하는 것. 일국 CDM은 2001년도 당사국 총회에서 통과됐으며 2∼3월경 첫 번째 등록사업이 나올 전망이다. 선진국으로부터 CDM 투자를 받으면 외자유치 효과만 누릴 뿐이지만, 일국 CDM을 할 경우 배출권도 확보하고 이 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이득을 창출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소 이서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 집행위원회에 신청된 남미 국가의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논쟁 중”이라며 “선진국에 다소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개도국에도 CDM 사업을 허가하는 전체적 틀을 아예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처 늦었다간 기술·시장 다 빼앗길 판

    그러나 일국 CDM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일국 CDM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조차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일국 CDM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협회 관계자는 “작년에 러시아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면서부터 이제야 우리 업계도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우리 업계의 온실가스 방출 현황이나 교토 메커니즘(시장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이서원 책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은 매립지 가스 재활용 사업으로 일국 CDM을 인증받을 것을 목표로 이미 제반 기구 설립을 마친 상태”라며 “매립지 가스 재활용은 이미 우리나라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 활용하는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언제부터 의무감축국에 포함되는지, 각 기업마다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나 친환경 제품 생산에 투자하긴 어렵다. 2008년쯤 우리나라 감축량이 정해지면 그때 자발적 감축 목표를 세울 계획이다.”

    한 정유업체 환경경영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으로 포함되어 감축량을 할당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실제적인 감축 노력에 나서겠다는 것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고수하고 있는 태도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자칫 기업도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97년 감축 규모가 확정된 EU와 일본 등은 실제 감축 시기인 2008년까지 11년의 여유 기간을 가졌지만, 2013년 의무감축국으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부터 준비해도 8년밖에 남지 않았다. 때문에 모든 것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기술 개발이나 시장 확보 등을 모두 선진국에 선점당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정인 교수(중앙대 산업안전학과)는 “교토의정서를 떠나서 이미 세계는 청정 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감축의무국에 포함되기에 앞서 사전 정비작업을 해두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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