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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벤처 CEO들이 쓴 두 권의 책

신체포기각서 네 번…처절한 ‘사업 역정’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신체포기각서 네 번…처절한 ‘사업 역정’

신체포기각서 네 번…처절한 ‘사업 역정’

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 황병일 지음/ 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204쪽/1만2000원

유석호와 황병일. 낯선 이름의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먼저 벤처 회사의 CEO(최고경영자)란 점이 같고, 현재까지 살아온 과정이 비슷하다. 한 차례의 작은 성공과 실패, 끝없는 추락, 그리고 뼈를 깎는 노력과 재기의 과정까지가 붕어빵을 찍어낸 듯 닮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비슷한 시기에 책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같다.

㈜쇼테크 유석호 대표이사가 쓴 ‘죽어도 성공하기’에는 책 제목만큼이나 처절한 그의 사업 성공기가 담겨 있다. 목숨을 담보로 회사를 살린 유 대표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지만 그렇다고 자서전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사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성공철학’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담은 조언서라고 할 수 있다. 돈 빌리는 비결, 투자받는 법과 인맥 만드는 법 등 유 대표가 실전을 통해 터득한 다양한 노하우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유 대표는 공을 칠 때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테니스 라켓을 개발해 국내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지만 IMF 외환위기로 인해 첫 좌절을 맛보았다. 이후 새로운 기회를 엿보던 유 대표는 IT(정보기술) 사업에 눈떠 굴지의 투자사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는 행운을 잡는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어마어마한 돈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방만한 경영 탓이었다. 유 대표의 표현대로라면 “돈이 너무 많아서 ‘회까닥’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간 그는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하게 된다. 신체포기각서를 네 번이나 쓰고, 자살해도 보장된다는 생명보험에도 가입했다.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빌린 돈을, 같은 방법으로 빌려 상환하는 악순환이었다. 카드 돌려막기가 아니라 ‘장기 돌려막기’였던 셈이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유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 도구이자 e메일을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인 ‘마이링커(MyLinker)’ 개발에 성공, 1년도 채 안 돼 전국의 컴퓨터 중 절반가량에 마이링커를 깔게 된다. 유 대표는 마이링커를 통해 올해 국내에서 100억원 이상, 해외에서는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머릿속에서 ‘실패’란 단어를 아예 지워버렸다고 한다. “내 사전에 실패란 없다. 정말로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힘들었던 어느 날, 집안의 사전이란 사전은 다 꺼내서 실패란 단어가 있는 페이지를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실패란 단어 대신 ‘위기회(危機會)’란 말을 만들어 사용했다. 위기와 기회를 합친 말인데, 위기는 바로 기회로 연결된다는 신념을 표현한 것이다.

신체포기각서 네 번…처절한 ‘사업 역정’

죽어도 성공하기/ 유석호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 312쪽/ 1만원

㈜트윈세이버 황병일 대표의 사업 역정도 유석호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IMF 때 연쇄 부도를 맞아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지만 아이디어 상품인 ‘메모리 폼’(Memory Foam) 소재의 기능성 베개로 대박을 터뜨렸다. 황 대표는 메모리 폼 베개로 2003년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고, 지금은 170억원대의 자산가로 성장했다. ‘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에 그의 사업 역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황 대표가 이렇게 재기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부도를 낸 뒤 채권자들에게 시달린 것은 불문가지. 차비가 없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녔고,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감행한 일본 여행 때는 그의 수중에 단돈 45만원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메모리 폼 베개를 발견하고도 돈이 없어 샘플용 구입마저 포기했을 정도였다.

황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다섯 가지 꼽았다. 그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이 바로 ‘호기심’이다. 그가 일본행 비행기에서 본 잡지 속의 메모리 폼 베개를 무심코 지나쳤다면 지금 그의 성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밖에 메모하는 습관, 겸손한 자신감,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글로벌 마인드가 지금의 황 대표를 탄생시킨 밑거름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인들이 그러하듯 이 두 사람도 혹독한 실패를 경험했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나락에 떨어졌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누군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지만 실천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두 사람의 성공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Tips

메모리 폼 원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개발 계획 일환으로 개발됐다. 우주선이 이륙 후 대기권을 벗어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중력으로부터 비행사의 척추와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발된 저탄성, 고밀도의 충격 흡수용 신소재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80~81)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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