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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손흥민의 발끝

이적설 뒤로하고 벤치의 무한 신뢰…더욱 과감해진 슛, EPL 접수만 남았다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믿고 보는 손흥민의 발끝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대세(大勢)’다. 한때 독일 분데스리가를 휘젓던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미어리거 2년째를 맞은 그의 발끝에 한국은 물론, 유럽 축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동안 출전 선수 명단에도 들지 못해 적잖이 마음고생을 겪은 터라 최근 활약상은 더욱 뜻깊다.

손흥민은 7라운드까지 진행된 2016~ 2017시즌 EPL에서 4경기에 출전해 4골·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10월 2일 열린 선두 맨체스터 시티와 7라운드 홈경기에서는 전반 36분 킬패스로 리그 2호 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에 부임한 후 처음 패한 경기로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을 맨체스터 시티(승점 18)에 이어 단독 2위(승점 17)로 견인했다.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7라운드까지 선정한 선수 순위에서 43점을 받아 전체 프리미어리거 중 8위에 올랐다. A매치 휴식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10월 6일 카타르전·11일 이란전)에 출전하는 손흥민이 다시 리그로 돌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서울 동북고에 다니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에 따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난 손흥민은 함부르크 유스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준 뒤 2010년 성인팀으로 스카우트됐고,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5년간 성공가도를 질주했다.





프리미어리그 첫해는 ‘절반의 성공’

데뷔 초부터 ‘손세이셔널’은 강렬했다. 2010년 10월 30일 쾰른전에 처음 나서 1-1로 맞선 전반 24분 역전골로 데뷔골을 장식하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단숨에 함부르크의 주축 선수로 떠오른 그는 2012~2013시즌 33경기에서 12골·2도움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013〜2014시즌을 앞두고 분데스리가 명문 중 한 팀인 바이엘 04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두 시즌(2013〜2014, 2014〜2015) 동안 주축 공격수로 활약했다. 리그 61경기에 출전해 21골(2013〜2014시즌 10골, 2014〜2015시즌 11골)을 넣었고, 함부르크 시절인 2012〜2013시즌까지 포함해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최정상급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분데스리가 통산 기록은 135경기 출전에 41골·6도움이었다.

2015년 여름 손흥민은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2200만 파운드(당시 약 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EPL 빅클럽 중 하나인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첫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데뷔 시즌 성적은 8골·5도움. 정규리그 4골·1도움, 유로파리그 3골·4도움,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1골 등을 기록했다. 28경기에 출전해 총 1104분을 뛰었다. 직전 시즌 분데스리가 출전 시간 2291분(30경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5월부터 이적설이 불거진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몸값에 따른 기대치가 높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한 탓이었다. 손흥민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도 이적설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VtL 볼프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가에서 그를 간절히 원했고, 실제 손흥민 본인도 독일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토트넘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에는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거액을 제시한 볼프스부르크의 이적 제안을 거절했고, 결과적으로 분데스리가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손흥민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2016〜2017시즌 개막 직후만 해도 손흥민의 입지는 여전히 불확실했다. 리우올림픽을 마치고 팀에 복귀한 이후 크리스털 팰리스전, 리버풀전으로 이어진 EPL 2·3라운드 홈경기에는 나서지도 못했다. 리버풀전 때는 출전 명단에 포함돼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결국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 뒤에도 손흥민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9월 10일 스토크 시티와 가진 EPL 4라운드 원정경기에 시즌 처음 선발 선수로 나섰다. 이 경기에서 2골·1도움을 몰아치며 확실한 인상을 남겼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4) 감독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한 듯했다. 손흥민은 곧 이어진 15일 토트넘의 시즌 첫 챔피언스리그 경기였던 AS모나코(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로 출격했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아웃되며 ‘반쪽’ 출장에 그쳤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주어진 출전 기회를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주 공격수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고, 새로 영입된 빈센트 얀선이 부진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9월 19일 선덜랜드 AFC와 EPL 5라운드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24일 미들즈브러와 EPL 6라운드 원정경기에선 또다시 2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아레나 힘키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 CSKA 모스크바와 원정경기에선 후반 26분 1-0 결승골을 터뜨렸다.

평소 왼쪽 날개가 주 포지션인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7라운드 경기에선 원톱으로 선발 출장해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팀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2-0 완승을 이끌었다. EPL 4경기 연속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MOM)’에 선정됐고, 전 세계 축구계의 수많은 유명 인사와 현지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항간에선 올 시즌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아닌 손흥민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시즌 개막 전 이적설에 휩싸였고, 리그 초반 출장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했던 손흥민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EPL을 주름잡는 선수로 떠오른 건 시즌 첫 출장 경기였던 스토크 시티전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그에 대해 잘 아는 국내 한 축구인은 “스토크 시티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분데스리가와 달리 EPL은 스피드가 남다르다. 지난해까지 문전에서 멈칫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손흥민은 요즘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하게 슛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덕분에 한동안 미온적인 시선을 보내던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이제 손흥민은 ‘믿고 쓰는 카드’가 됐다. 리그 1위를 다툴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해 풀타임에 가깝게 활용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자신감과 함께 벤치의 신뢰를 회복하며 포효하는 손흥민, 이제 EPL을 접수하는 일만 남았다.






주간동아 2016.10.12 1058호 (p70~71)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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