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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호주 고급인력 “해외로 해외로”

전문직 등 전체 인구 5% 100만명 빠져나가 … ‘학교와 산업시설’ 부족이 가장 큰 원인

  •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호주 고급인력 “해외로 해외로”

호주 고급인력 “해외로 해외로”
디아스포라(Diaspora).’ 바빌론 유수 이후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호주에서는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 사람들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자국의 고급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데 대한 경계가 담겨 있다.

최근 사설 리서치 기관인 ‘로이 협회’가 호주의 현 고급인력 유출(일명 ‘Brain drain’)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은 물론, 인접국인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간 호주의 고급인력 수가 대략 100만명 선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호주 전체 인구의 5%을 차지할 만큼 많은 수다.

문제는 외국으로 나간 호주의 인력들이 대체로 교수, 컴퓨터 엔지니어, 정보기술(IT) 관련 사업가,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전문직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계 유수 인재들이 모이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우 호주 출신 교수가 20명 정도 된다고 한다. 또 전·현직 글로벌 기업 CEO를 보면 맥도날드·피자 헛·다우 케미컬·뉴스 코퍼레이션·브리티시 에어웨이 등의 CEO가 바로 호주인들이며, 세계은행과 포드자동차 책임자도 호주 출신이다. 언론 쪽에도 강세를 보여 런던의 ‘더 타임’과 미국 ‘뉴욕 포스트’의 편집장이 호주인이며, 특히 요즘은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호주인들도 많다.

호주의 고급인력들이 자국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호주에는 세계적으로 최고를 자처할 수 있는 ‘학교와 산업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04년 발표된 전 세계 대학 순위에서 10위 안에 든 호주 대학은 하나도 없다. 또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세계화 현상’이 호주 고급인력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영국



사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호주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구비된 교육시설 수준은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상위권 학생들을 제대로 대우할 만한 자리가 호주에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가는 요즘에는 이런 젊은이들이 호주보다 시장이 크고, 좀더 나은 조건을 보장하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 쾰른 대학에서 주관한 ‘세계 경제 현황’에 대한 경제 논문 대회에서 입상해, 독일에서 개최한 세계 대학생 경제 포럼에도 호주 대표로 참가했던 교포 2세 데이비드 리군(한국명 이동규) 역시 “내가 공부하고 있는 법대에서도 상위 10%는 호주가 아닌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경험을 더 쌓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호주의 고급인력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는 주장한다.

현재 호주의 인재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끄는 곳은 영국으로, 대략 30만명이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국 버킹엄궁전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1급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산만타 코헨 역시 호주에서 재원으로 인정받았으나 더 나은 대우를 위해 영국으로 떠난 경우다. 현재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많은 호주 사람들이 영국으로 향하는 주된 이유를 “호주인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인 ‘할 수 있다(Can-do)’ 정신을 영국인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호주의 인재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국가인 미국에서도 명문인 하버드 대학 천문학과에서 최연소 조교수로 일하는 31세의 브라이언 겐즐러는 자신의 선택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호주 대학 재학시 가장 촉망받는 호주 젊은이로 뽑힐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는 물론 그 외의 생활에서도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그는 당분간 호주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의 나이와 경력을 고려할 때 호주의 어느 대학, 어떤 자리도 그를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최고 목표인 노벨상 수상 역시 하버드 대학에 있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겐즐러와 같이 미국에 온 호주 출신 고급인력은 대략 20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미국에서 받는 평균 연봉은 23만 달러다.

‘인적 네트워크’ 결성 필요성 제기

최근에는 아시아 쪽으로의 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그 수는 대략 2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당 국가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지도적 위치에 있다.

이처럼 해외로 나가는 호주인들 대부분은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 하지만 ‘영원히 해외에서 살 예정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을 못하면서 외국에서 겪는 외로움을 많이 토로한다. 결국 이들은 외국에서 일정한 기간을 보낸 뒤, 호주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주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홍콩 벨기에 스페인에서 지적재산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안젤라 라이언은 2년 전, 10년 만에 호주로 영구 복귀했다. 하지만 호주 어디에서도 그녀가 외국에서 쌓아온 경험을 인정하는 곳은 없었다. ‘호주 내 경험은 전무하다’는 것이 그의 전공과 연관된 호주 업계의 반응이다.

이처럼 호주 사회는 외국에서 쌓은 호주인들의 경험들을 무시하며 그들의 영구 복귀를 오히려 막고 있다. ‘디아스포라’들의 호주 복귀 일을 돕는 아드리안 페드러는 이에 대해 “좀더 큰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호주 디아스포라들의 산지식을 모국에서 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특히 외국에서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호주 디아스포라들의 경우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호주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도 많아 현재와 같은 분위기를 비판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배우로 유명한 멜 깁슨은 해마다 상당한 금액을 호주 연기자협회에 기부한다.

외국의 호주인들과 호주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결성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호주로 망명한 1만여명의 중국 지식인들이 지금은 전문직에서 활동하며, 중국 본토와 호주를 연결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호주 디아스포라들은 부러워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 디아스포라들은 정부가 하루빨리 열린 마음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인력들을 국내에서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56~57)

애들레이드=최용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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