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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ㅣ모바일 코리아

1525 세대의 힘 이동통신 강국 이끈다

휴대전화 생활화로 기능·서비스에 대한 지식 ‘전문가급’사용자면서 마케터 역할 … 통신사들 각별한 관리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1525 세대의 힘 이동통신 강국 이끈다

1525 세대의 힘  이동통신 강국 이끈다

KTF ‘모바이 퓨처리스트’ 회원들.

1월21일 삼성전자 마케팅팀 직원들은 50여명의 애니콜 사용자들과 1박2일 일정으로 MT(membership training·단체수련)를 떠났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사용자들은 400여개에 달하는 애니콜 온라인 사용자 모임의 주요 운영진. MT 중 삼성전자 직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며 초대한 사용자들을 달달 볶아댔다. 사용자들 또한 당연하다는 듯 머리를 싸맸다. 늘 그렇듯 금전적 대가는 없었다.

KTF는 1월25~28일 대학생들로 구성된 ‘모바일 퓨처리스트’(이하 퓨처리스트) 멤버 대상의 ‘경연대회’를 열었다. 퓨처리스트는 전국 57개 대학(팀), 57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KTF의 체험 평가그룹이자 인턴십 프로그램. ‘파이널 라운드’로 불리는 이 행사는 지난 1년간 실적이 좋았던 14개팀에 각종 ‘미션’을 제시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관리·지원을 맡고 있는 KTF 커뮤니케이션팀 황태선 과장은 “회사 경영에서 퓨처리스트들의 영향력과 결합 수준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광고 대행사 선정부터 신규 서비스 평가, 마케터 구실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고객, 주주, 사원에 이은 ‘제4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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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니콜 휴대전화위성DMB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는 한 청소년.

삼성전자 마케팅팀 허재호 부장은 “젊은 고객들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이야말로 애니콜 성공 신화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허 부장은 “온라인 사용자 모임을 보면 젊은 유저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소비자 의식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이들의 검증을 거친 까닭에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것”이란 설명이다.

규모와 영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 이동통신 산업. 이른바 1318(13~18세)·1924(19~24세) 세대, 통칭 1525세대(15~25세)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이 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찾기 힘든 현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생활을 공기처럼 편안히 느끼는 첫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PC와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학업 및 일상 업무 처리에 익숙하다. 새로운 IT 기기나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도 정서적 장벽이나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이동통신 신규 서비스 대부분이 무선인터넷에 기반한 것인 만큼, 유선인터넷 환경에서의 여러 특징이 고스란히 옮아온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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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가 내장된 LG전자의 신형 휴대전화.

또한 이들은 상품에 대한 의견 표출에 매우 적극적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별로 수많은 온라인 모임을 형성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소비자 불만 사항을 쏟아낸다. LG전자 국내영업부문 공용문 부장은 “외국의 경우도 젊은층의 소비 행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의견 개진에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카메라가 달려 있느냐 없느냐’가 논의 대상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몇 만 화소냐, 줌 기능이 있느냐’는 식의 기술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가 관심 사항이라는 것이다.

디자인·첨단기능 따라 단말기 구매 … 매출 기여도도 높아

공 부장은 “워낙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변화에 민감하다 보니 취향을 맞추다 보면 절로 고객 대응 능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및 신규 서비스에 대한 이들의 전문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휴대전화를 분해해 재조립하고, 개발자용 메뉴를 찾아내 활용하는 등의 일도 쉽게 해낸다. 공 부장은 “직업적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나보다 LG전자 단말기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친구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단말기 제조사에 대한 매출 기여도도 높다. 여타 세대가 단말기를 바꾸는 주기가 24개월 정도라면 10, 20대는 1년이 채 안 돼 새 단말기를 구입한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을 빨리 써보고 싶기 때문이다. 60만~70만원대 최신 휴대전화 구입을 위해 두세 달씩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인터넷에는 중고 휴대전화 장터가 활성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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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텍 ‘스카이’ IM-7700

‘스카이’ 브랜드 단말기를 만드는 SK텔레텍 마케팅전략팀 서범규 과장은 “이들은 유행에 대단히 민감하다.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을 중시해 마치 옷에 맞춰 가방을 고르듯 휴대전화를 쇼핑한다. 제조사에 ‘다음 모델은 언제 나오냐’를 묻고 그때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디자인’란 단말기 자체의 모양뿐 아니라 메뉴 화면이나 구성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이하 SKT), KTF, LG텔레콤(이하 LGT) 등 서비스 회사들에서 1924 고객이 갖는 비중은 ‘높은 매출’이라는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지만 ‘음성(통화)’ 매출은 이미 포화에 이른 상태. 그런 만큼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데이터’ 쪽 매출 증가가 필수적이다. 모바일 게임, 음악 듣기, MMS(multimedia messaging system·문자뿐 아니라 사진·동영상·배경음악·음성 등을 첨부해 보내는 것), SMS(문자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접속, 정보검색, 쇼핑 등 무선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그 핵심.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이들이 바로 1924 고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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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데이터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11월을 기점으로 이미 20%를 넘어섰다. SKT 포탈기획팀 김수일 상무는 “무선 인터넷 사용 중 발생하는 통화료 수익까지 합하면 30~4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상품 기획은 사실상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만, 결국 먼저 소비하는 것은 1924, 1318 세대”라고 했다. 1318 세대가 사용 욕구는 많으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 1924 세대는 매출 신장에 뚜렷한 기여를 하는 것은 물론 신규 서비스가 전 세대로 파급되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KTF 커뮤니케이션팀 정혜선 과장은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 세대는 입소문의 진원지”라고 말했다. “얼리어댑터(Early-adopter·남들보다 빨리 새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마니아)인 이들이 먼저 써보고 ‘좋다’라는 의견을 내면 다른 세대도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이들은 특히 활성화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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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의 ‘모바일 퓨처리스트’ 홈페이지와 LG전자 ‘사이언’, SK텔레텍 ‘스카이’, 삼성전자 ‘애니콜’, LG텔레콤 ‘캔유’의 온라인 사용자 모임들(위부터).

“제품 성공 여부 1525 세대에게 물어봐”

이동통신은 기본적으로 ‘젊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허재호 부장은 “이전에 ‘CEO폰’이라는 이름으로 기능과 디자인이 단순한 제품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40, 50대 고객조차 결국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첨단 제품을 선호하게 돼 있다”고 했다.

젊은 고객은 후발 사업자들에게서 더 큰 ‘우대’를 받는다. LGT 상품기획팀 이철한 부장은 “후발 사업자로서는 뭔가 변화를 추구해 지금의 시장 판세를 뒤엎어야 하는데, 그런 변화의 성공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이들 세대의 반응”이라고 했다. 아울러 “데이터 부문에서 이들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 형성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KTF 커뮤니케이션팀 황태선 과장은 “1318 세대의 경우 당장의 매출 기여도가 크지 않음에도 서비스사들이 별도의 브랜드와 할인 요금제를 만들면서까지 집중 관리하는 것은 이들이 미래 고객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황 과장은 “어떤 제품이든 ‘첫 고객, 첫 사용자’였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들을 잘 관리해 상품 및 기업에 대한 ‘충성심(로열티)’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 덧붙였다.

선발 사업자인 SKT의 고민은 조금 다르다. 데이터 부문 매출 발생의 범위를 30, 40대로 확산하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 김수일 상무는 “무선 인터넷 이용 구조를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에서 건강, 안전, 비즈니스 등의 분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 전 세대 고객에게 이동통신으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지고 가치가 높아지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그러나 역시 시작은 고교생에서 직장 초년생까지의 젊은층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징검다리 구실을 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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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텔레콤이 청소년 고객 대상으로 연 콘서트. SK텔레콤 음악서비스 ‘멜론’ 광고와 LG텔레콤 음악 서비스 ‘뮤직 온’ 시연 모습(왼쪽부터).

1318, 1924 세대가 ‘소비자’를 넘어 산업발전의 한 축으로까지 인정받는 데는 신제품 및 신규 서비스 창출에서 실질적 구실을 담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 서비스사들은 이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LG전자 공용문 부장은 “문자 메시지 보관함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는 등의 조언부터 새 디자인 아이디어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품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의 70%가 10대, 20대인 SK텔레텍은 회원수 44만명의 자생적 온라인 모임 ‘SK 스카이 핸드폰 사용자모임’(스사모)으로부터 큰 자극을 받고 있다. SK텔레텍 서범규 과장은 “스사모 회원들 중에는 단말기를 해부해 보드가 어떻다, 버그가 어떻다는 등의 지적까지 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며 “함께 모임을 갖고 운영진에 새 단말기를 일정 기간 제공해 그 사용 후기를 올리게 하는 등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LGT 이철한 부장은 “이들이 주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우리의 ‘적’이자 동지”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예를 들어 카시오, 도시바 등 일본산 단말기들만 따로 모은 ‘캔유’ 브랜드의 경우 ‘캔유커뮤니티’가 있어 마니아들의 놀이터 구실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합리적 소비자로서 냉정하고 격렬한 비판도 서슴지 않지만, 또 그 이상의 ‘충성심’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LGT는 이들에게 단말기 정보를 제공하고 불편사항에 대한 시정 내용을 알려주며 할인 혜택이나 경품을 제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쏟고 있다.

광고도 10, 20대 겨냥 … 이통사들 엄청난 물량 공세

KTF의 ‘퓨처리스트’들은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막강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회사가 직접 나서 운영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KTF는 이외에도 1318 세대를 대상으로 한 ‘파워 유저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KTF의 충실한 마케터로서 ‘좋은 입소문’의 진원지 구실을 한다. 회사에 대한 애정도 강해 1월19일에는 퓨처리스트들이 KTF 직원 3000여명의 이름이 새겨진 휴대전화 고리를 제작, 남중수 사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KTF 측은 “2002년에 시작해 올해 4기를 모집한다. 지난해 경쟁률은 5대 1이었고, 올해는 그 두세 배의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TF는 각 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50개 대학에 KTF 무선인터넷으로 학교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토록 하는 작업을 마쳤다.

삼성전자 애니콜에 대한 온라인 사용자 모임 회원수는 무려 4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80%가 10, 20대다. 허재호 부장은 “이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활동한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을 전화로, 인터넷으로, 혹은 직접 방문해서까지 열심히 제안한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아는 진정한 마니아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비스사, 단말기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1525 세대의 반응과 아이디어를 수렴해 바로 이들을 통해 세상에 되돌려 내놓음으로써 ‘이동통신 강국’의 힘을 쌓아가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이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함에도 광고는 정확히 ‘한창 연애할 나이’를 겨냥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KTF의 경우 1318 세대용인 ‘Bigi’, 1924 세대를 위한 ‘Na’ 브랜드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고, SKT 또한 엄청난 물량 공세를 통해 그에 대응하는 ‘Ting’ ‘TTL’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 고객’으로서 이들이 갖는 가치와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34~36)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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