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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부산상고 끈끈한 애정 ‘民辯’

금융권·공기업서 盧 대통령 선후배 약진 …참여정부 인재 풀 민변 정체성 혼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모여라! 부산상고 끈끈한 애정 ‘民辯’

모여라! 부산상고 끈끈한 애정 ‘民辯’

2004년 12일1일 열린 삼성라이온즈 김응룡 사장 취임식에 놓인 노 대통령 화분.

축 취임, 대통령 노무현.’

지난해 12월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 신임 사장 취임식. 선수 출신으로 삼성라이온즈 CEO(최고경영자)에 오른 김응룡 사장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쓰인 축하 화분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프로야구팀 사장 취임식에 화분을 보낸 것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학교 선배를 챙기는 걸 보면 노 대통령이 사람 됐다.”

김 사장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현 개성고) 6년 선배. 2003년 올스타전에선 시구자로 나선 노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해 김 감독이 난처해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김 감독의 취임식 즈음, 해외 순방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도 후배로서의 개인적 도리를 다한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부산상고는 챙겨드릴 것이다. 하지만 동문들을 다 챙겨도 요직에 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산상고 개교 107주년 기념 체육대회에 참석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특정 지역이 독식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는 정정당당한 정치를 하겠다면서 농담조로 이렇게 말했다.

이름과 근황 등 동문들 개인적으로 챙겨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언대로 부산상고 동문들을 ‘개인적으로’ 적잖게 챙기고 있다. 부산상고 동기동창들의 이름과 근황을 꿰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11월엔 노 대통령이 부산상고 동문 200여명을 부부 동반으로 청와대에 초청해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에서 부산상고 동창회가 열린 셈. 노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한행수씨가 대한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된 직후라 당연히 뒷말이 나왔다.

“청와대 앞마당에서 동창회를 열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 정부 들어 몇몇 부산상고 출신이 말썽을 일으킨 걸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한나라당 L의원)

참여정부 들어 부산상고 출신들이 ‘떴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 챙겨도 요직에 갈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노 대통령의 농담처럼 공직에 새로 진출한 사람 수는 많지 않으나, 일부 인사들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노 대통령과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산상고 출신들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부산상고 동문들은 대통령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여라! 부산상고 끈끈한 애정 ‘民辯’

2003년 4월25일 노 대통령이 고영구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웃고 있다.

청와대에서 부산상고 출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1월16일 의전비서관으로 권찬호 제도개선비서관을 임명했는데, 권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9년 후배. 인사 추천과 검증의 핵심 포스트인 공직기강비서관도 부산상고 출신으로,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을 지낸 오정희씨가 그 주인공이다. 차의환 혁신관리비서관도 부산상고를 졸업했는데, 차 비서관은 노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다 청와대로 옮겨왔다.

참여정부 첫 총무비서관을 지낸 최도술씨도 부산상고 출신. 노 대통령의 집사 구실을 해온 최씨가 비리에 연루돼 낙마하면서 노 대통령은 후임으로 서울시에서 감사담당관으로 일하던 고향 후배 정상문씨를 뽑았다. 부산상고 출신의 홍경태씨는 총무비서관실 3급 행정관으로 기용됐다. 야구선수 출신인 홍씨는 노 대통령의 대소사를 보좌해온 살림꾼으로 통한다. 국방보좌관을 지낸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다.

금융권과 공기업에서도 부산상고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1월14일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고위직에 오른 김대평 부원장보는 대선자금 청문회에 불려갔던 부산상고 출신이다. 시중은행 임원 인사에서도 부산상고 출신들이 주목받아 시샘을 받고 있다. 공기업 임원으로는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지엽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이 부산상고 출신이다.

참여정부와 ‘코드’ 맞는 핵심인력 다수 배출

노 대통령은 공직이나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추천 및 검증 단계에선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관급 이상의 요직에 대해선 직접 인선 기준에 대한 지침을 내리지만,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458개 직위의 대부분은 청와대 인사추천회의의 결론을 따른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일하는 부산상고 출신 일부 인사는 노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뜻과 달리 ‘이너 서클(inner circle·소수의 핵심 권력 집단)’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대통령이 부산상고 동문들을 ‘개인적으로’ 챙기는 수준이라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현 정부의 싱크 탱크 혹은 핵심 인재 풀이라고 부를 만하다. 참여정부와 민변은 연인 사이를 연상케 하는 돈독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 자신도 민변 출신이다.

“국정원이 변하긴 정말 많이 변했더라.”

2004년 11월2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된 오충일 목사는 임명장을 받으러 국정원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위원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일일이 찾아가 위촉장을 전달하는 고영구 국정원장의 탈(脫)권위적인 모습을 보면서 안기부에 끌려가 혹사당하던 옛 기억이 떠오른 것.

“고 원장을 보고 나서 국정원 개혁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국정원이 진정으로 변화를 갈망하는 것으로 보였다.”

고 원장은 현 정부 들어 중용된 대표적인 민변 출신 인사. 국정원은 어두운 과거사를 털어낸다면서 스스로 과거사를 규명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엔 민변 회원인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와 박용일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민변 소속 인사들이 국정원 개혁에 선봉을 맡은 셈이다.

검찰 개혁에 열심이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민변 부회장을 역임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하는 김준곤 법무비서관과 전해철 민정비서관도 민변 회원이다.

민변 소속 인사들은 사법개혁에서도 중추적 구실을 하고 있다. 사법개혁은 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 1월6일 청와대에 들어간 김선수 사법개혁비서관은 민변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1월18일엔 민변 원로인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돼 청와대에서 위촉장을 받았다.

이밖에도 최근 공직에 오른 민변 출신 인사들은 여럿이다. 1월12일엔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가 국무총리실 산하 국방획득제도개선단 단장에 임명됐다. 국방획득개선단은 군의 납품 관련 비리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이 단장은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법률특보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2월23일엔 민변 회장을 지낸 최영도 변호사가 장관급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경합했으나 한 총재가 대한적십자사로 교통 정리되면서 쉽게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한 검증과 사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은 한때 민변 일색이기도 했다.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노 대통령 취임 초 민정수석을 지내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으로 옮겼고 1월20일 민정수석에 컴백했다), 박범계 전 민정2비서관, 이석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민변 출신이었던 것. 문 수석은 민변 부산ㆍ경남지부장을 역임했고, 이석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현 민변 회장이다.

이렇듯 민변은 노무현 정부의 인재 풀일 뿐 아니라 싱크 탱크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국정과제의 상당수가 민변이 주장해온 것이다. 최재천 임종인 정성호 의원 등 12명의 민변 출신 인사가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17대 국회에 들어가 개혁 입법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민변 출신 한 의원은 “상당수의 민변 소속 인사들이 현 정부에 참여한 것은 노 대통령과 지향하는 바가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참여정부 출범 후 민변은 청와대와 행정부에, 이른바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핵심인력을 다수 배출했다. 과거 ‘상도동’과 ‘동교동’ 같은 구실을 민변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권력과 가까워진 선배들을 염려하는 후배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변 회원으로 민주노동당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민변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요즘엔 친목단체라고 여기는 회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22~23)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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