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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보살예수’

한 지붕 두 종교 ‘뜻 깊은 동행’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한 지붕 두 종교 ‘뜻 깊은 동행’

한 지붕 두 종교 ‘뜻 깊은 동행’

길희성 지음/ 현암사 펴냄/ 312쪽/ 8500원

지난해 성탄절. 교회뿐만 아니라 절에서도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반대로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교회 여기저기서 부처님오신날 환영 메시지가 내걸려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감동을 주는 한국적 풍경임이 틀림없지만 지구촌 눈으로 보면 한국은 거의 유례가 없는 다종교 국가다. 특히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막상막하의 세력으로 공존하는 나라다. 어떤 장례식장에선 목사님과 스님이 나란히 앉아 먼저 떠난 이의 넋을 위로하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두 종교가 겉으론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상호 무관심하거나 무시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화합을 위한 대화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저자가 내린 진단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 일어날지도 모르는 종교분쟁을 사전에 막아보자는 대비책으로 들리기도 한다.

‘보살예수’는 국내 종교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앞장서온 종교학자인 저자가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 종교의 ‘창조적이고 뜻 깊은 만남’을 위해 던지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도교는 불교와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나? 저자는 먼저 “두 종교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대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를 안고 고민하며, 교리나 사상의 현저한 차이에도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두 종교는 본질적으로 죄악 세상과 탐욕적 세간에 대한 강한 부정에서 출발, 항상 세상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무상하고 괴로운 세상이 결코 집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교에서도 폭력과 억압이 횡행하는 현세적 질서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질서 앞에서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세계 양대 종교다. 지리적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20세기 후반부터는 더욱더 그렇다. “아시아의 그리스도교가 서구의 그리스도교보다 더 열성적이고 번창하고 있듯이, 백인 불자들이 아시아의 불자들보다 더 순수하고 진지하다.”

정신세계에 갈증을 느낀 서구인들이 수많은 고민 끝에 자신들의 전통인 그리스도교를 외면하고 불교에 심취하거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왜 그럴까? 그들의 눈에 불교는 “종교 아닌 종교, 탈종교 시대의 종교로 보이기 때문”이며 적어도 “그리스도교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 불교는 자유롭다고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며 “불교는 사실상 백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적 종교”라고 말한다. 저자 개인적으로도 “만약 그리스도교를 떠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종교는 불교”뿐이라고.

이라크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도 따지고 보면 성전(聖戰)의 성격이 강하다. 배고픈 인간은 살 수 있어도 정신과 교리에 지배당한 인간은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중동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신도 말릴 수가 없다.

“두 종교 간의 진지한 사색과 대화를 촉진하고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진리 앞에서 겸손해지는 신앙, 교리와 사상보다는 사랑과 자비가 우리를 구원하는 힘임을 깨닫는 지혜의 문에 다가가는 데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스도교가 모태신앙이지만 불교의 순수성과 자유에 매료돼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20년간 불교학을 강의해온 저자가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던지는 바람이다. 혹시 집안에서 종교 갈등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두 종교의 ‘아름다운 동거’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종교나 사상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종교와 사상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지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종교적 태도를 갖는지에 따라 인간이 구원을 받거나 멸망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Tips

모태신앙 모태(母胎), 즉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신앙생활을 했다는 뜻. 즉 어머니나 아버지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면 그 자녀들 또한 자연스럽게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특정 종교 교리를 주입식으로 받아 특별할 것이 없다는 반응도 많다.




주간동아 468호 (p78~79)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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