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

영원한 부하직원은 없다

  • 유용미/ HR코리아 마케팅팀 과장 yym21c@hrkorea.co.kr

    입력2005-01-05 15: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지금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영원히 부하직원은 아니다. 언젠가 은인으로 만날 수도 있고, 원수로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하직원이 상사의 능력을 결정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상사의 몫이지만, 부하직원의 실수는 곧 상사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
    영원한 부하직원은 없다

    직속 부하와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 없이 리더십을 인정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재경영으로 유명한 제너럴 일렉트릭사(GE)에서 얼마 전 300여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조사했다. 1위로 꼽힌 덕목은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사람을 다루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기업 경영의 최고 핵심이라는 데 경영자들이 동의한 셈이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헤드헌트사에 임원이나 CEO(최고경영자)를 찾아달라고 의뢰할 때 ‘대인 관계’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인맥, 또는 대인 관계를 맺을 때 대외적 대인 관계, 혹은 높은 지위에 있는 리더들과의 관계만을 중시하여 자신과 가까이 있는 아랫사람들과의 관계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유연화되어 이직이 잦고 실질 정년 기간이 짧아지는 요즘, 결코 부하직원을 손아래 사람으로만 여기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14년간 대기업에서 근무한 박현수 차장(가명·43)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 명예퇴직을 선택하고 말았다. 젊음을 몽땅 투자한 직장에서 한순간 내몰리고 나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명예퇴직한 정택호 부장(가명·44)이 다른 기업의 마케팅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고 그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정 부장을 부른 이는 다름 아닌 정 부장의 과거 부하직원이었다. 박 차장이 상사와의 우호적인 관계에만 치중해 부하직원들의 불만을 샀던 것과 달리, 정 부장은 부하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았다. 그는 부하직원이 회사를 떠날 때마다 “어딜 가더라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라. 혹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이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관계 유지에 신경 써왔다. 정 부장은 아랫사람들에게서 평판이 좋다는 점 덕분에 직장에서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위 사례에서 보듯, 지금 부하직원이라고 해서 영원히 부하직원은 아니다. 언젠가 은인으로 만날 수도 있고, 원수로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부하직원이 상사의 능력을 결정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상사의 몫이지만, 부하직원의 실수는 곧 상사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명한 인사 관리를 위해 상사뿐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의 평가까지 반영하는 다면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부하직원을 그저 ‘아랫사람’ 정도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즉 직속 부하와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 없이 리더십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부하직원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상사에게서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부하직원의 인맥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른바 ‘신선한 인맥’은 점점 사라지게 마련이다. 젊고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부하직원의 인맥을 곧바로 활용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는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관계여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하직원에게 잘 해주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부하직원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과도하게 방임한다면 오히려 권위적인 상사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하직원과의 관계 유지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첫째, 업무에서 권한의 위임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라. 아무리 인간적으로 좋은 상사라 하더라도 부하의 업무에 자주 간섭하거나 성과를 가로챈다면 결코 신뢰감을 줄 수가 없다. 둘째, 칭찬과 질책을 적절히 조화시켜라. 잘한 점은 충분히 인정해주고, 잘못한 것은 단호하게 지적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부하직원이 자신의 특기와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게 적극 지지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관심과 인간적인 배려를 보여라. 자주 대화하고 작은 것이라도 배려하려는 상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을 부하직원은 없다. 이러한 노하우를 실천할 때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