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골프의 즐거움

1001곳 코스 연대기 기록 ‘기네스북’보다 더 멋진 도전

‘600만야드닷컴’ 개설한 스티븐 한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입력2016-09-09 17: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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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퍼 스티븐 한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씨는 젊은 시절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했지만 1999년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은퇴했다. 그때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고난의 시기를 겪던 반면, 미국 금융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타이거펀드, 퀀텀펀드 등 헤지펀드가 엄청난 이윤을 내던 시절이다. 당시 뱅커였던 그 역시 한몫 두둑이 챙겼다.

    그 뒤 한씨는 ‘자유로운 영혼’이 돼 골프를 원 없이 즐겼다. 10대 때 골프를 처음 접한 뒤 40년 이상 골프를 즐겼다. 핸디캡은 6으로, 두 번 쳐본 최저타 68타 기록이 생애 베스트 스코어다. 골프전문 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의 코스 패널인 그는 일 년에 50곳 이상의 골프장에 가보고 리뷰를 하는 게 취미이자 일이었다. 지인의 초청을 받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두어 번 라운드도 했다.  

    한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인생의 새로운 행로를 열기로 마음먹고 웹사이트 ‘600만야드닷컴(sixmillionyards.com)’을 개설했다. 그리고 그가 평생 라운드한 골프장에 대한 정보와 소감을 적어 나갔다. 웹사이트를 만들면서 ‘전 세계 1001개의 서로 다른 코스를 라운드하고 기록한다’는 새로운 지향점을 세웠다. 수학적 연관성을 밝히자면, 화이트티로 봤을 때 한 코스의 전장은 6000야드(약 5486m) 정도고 이것이 1000번이 되면 600만 야드 정도가 된다. ‘600만 야드=1001개 골프장 라운드’가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에겐 항해를 이끌어줄 등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1000개보다 1001개가 더 있어 보였다. 마일 단위로 계산하면 3409마일(약 5486km)로, 이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거리인 2445마일의 1.3배쯤 된다.

    한씨가 이 웹사이트에 현재까지 기록한 내용을 보면, 677개 서로 다른 코스에서 라운드를 했고 미국 외에는 14개국, 미국 내에서는 28주를 돌았다. 한국 코스도 53곳이나 된다. 대학 시절 잠시 한국에 살 때 사귄 친구가 있어 일 년에 두어 번씩 한국을 찾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코스 탐험에 나선다고 한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코스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자세한 코스 라운드 후기가 올라와 있다. 올해는 중복되는 코스를 포함해 최근까지 총 124번의 라운드를 했다. 한씨는 1001개 코스를 다 돌면 책으로 출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씨의 골프 이력에서 또 하나 튀는 사실은 라운드하는 상대 골퍼가 서명한 골프공을 모은다는 점이다. 그는 라운드할 때 꼭 내기를 하고, 이기면 상대방에게 서명을 요구한 뒤 공을 가져간다. 일종의 전리품인 셈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그의 집에 있는 골프 컬렉션에는 필자의 서명을 포함해 그와 라운드했던 수많은 골퍼의 서명과 날짜가 함께 적힌 골프공이 전시돼 있다.



    세상에는 이름난 100대 코스를 다 돌아보겠다는 부자도,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골퍼도 많다. 쉬지 않고 하루에 수백 홀을 돈다거나, 일주일간 가장 많은 코스를 다니는 모험가 골퍼도 있다. ‘기네스북’ 스포츠 섹션에서 가장 많은 기록 항목이 골프라고 하니, 골프는 개인이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기 좋은 레저이자 스포츠인 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씨처럼 개인의 코스 연대기를 웹사이트로 만드는 것은 어떤 골프 스코어카드보다 멋진 골프 인생의 기록이자 도전일 것 같다. 함께한 골퍼들의 이름이 적힌 골프공을 모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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