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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비자금 머리카락 보았나

차남 재용씨 사업체 연관 의혹 증폭 … 대검 중수부 김영환씨 채권 세탁에 주목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전두환 비자금 머리카락 보았나

전두환 비자금 머리카락 보았나

100억원대 괴자금으로 문제가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왼쪽)와 재용씨가 이사로 있던 사채회사 JNW홀딩스 간판.

올 5월과 6월, 세간의 관심은 온통 대북송금사건 특검팀(특별검사 송두환)에 모아졌다. 그러나 남남갈등으로 비화한 특검 논란과는 달리 조사가 진행될수록 수사팀의 관점은 바뀌기 시작했다. 국정원과 현대가 북에 송금한 과정을 철저하게 숨기는 돈세탁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간 것을 포착해냈기 때문. 종국에는 권노갑씨의 사금고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사업자 김영완씨 채권이 수사팀 레이더에 포착됐다. 곧바로 명동과 강남 일대 내로라하는 사채업자들이 특검 사무실로 불려왔다. 사건은 급속하게 전환점을 맞았다. 수사 연장 논의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6월 말, 한 수사관이 다급하게 수사팀에 달려와 소리쳤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이후 검사와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결론은 간단했다.

“이번 수사는 국민의 정부 당시 대북송금 관련 특검이기 때문에 이전 정권의 의혹까지 수사할 수는 없다.”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돌발사태였지만 수사관들은 현대 계열사 몇 개 계좌만 추적했는데도 적지 않은 전·현직 정치인이 거명되는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대북송금 의혹을 풀기 위해 시작된 특검수사는 수사기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대검 중수부)로 넘겨진 뒤 비자금 수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두환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런 와중에 불거져 나왔다.

논란의 대상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재용씨(39)의 돈으로 추정되는 100억원의 괴자금. 무기거래상 김영완씨의 채권 추적 도중 한 사채업자 계좌에서 발견된 뭉칫돈의 원 소유주가 재용씨라는 게 사건의 골격이다. 더구나 검찰이 재용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뮤앤바이오사로부터 압수한 47억원어치 수표와 채권 대부분이 부도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돈이 1000억원대로 알려진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이며 추징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부도를 낸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추징 피하려고 수표 부도 처리?

사채 시장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두환 비자금이 존재한다는 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이 설은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정부가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자금출처 조사에 나서는 한편 상속세가 면제되는 증권금융채권, 고용안정채권 등 무기명 장기채권을 무더기로 발행하면서 전 전 대통령측이 재임 당시 조성한 비자금으로 무기명 채권을 다량 매집했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출판사업으로 성공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43)에 비해 차남 재용씨는 세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재용씨 사업의 종자돈이 아버지로부터 흘러 나왔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연스레 나돌았다. 대검 중수부 문효남 수사기획관 역시 “재용씨가 100억원대의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사의 기본 방향은 잡힌 셈이다.

재용씨가 운영중인 회사는 2000년 8월에 인수한 바이오 벤처회사 ㈜뮤앤바이오, 이와 함께 만든 투자회사 ㈜JNW홀딩스 등 총 3개. 서초동 H빌딩 3층에 2년 동안 3개 회사가 나란히 입주해 있었지만 올 7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개점휴업 상태다. 재용씨는 4월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이 회사들은 본래 목적과는 맞지 않는 사업을 했다는 게 주변의 증언이다. 즉 다른 목적을 지닌 유령회사라는 지적이다.

전두환 비자금 머리카락 보았나

대검 중수부는 바이오 벤처회사 ㈜뮤앤바이오에서 47억원 상당의 세탁된 어음 및 채권을 압수했다.

재용씨가 당초 바이오 벤처사업에 나선 까닭은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0년 8월, 수십억원을 들여 인수한 ㈜파이오니어바이오텍(2002년 회사명을 ㈜뮤앤바이오로 변경)의 대표이사를 자신이 맡고 부인을 감사, 집안과 친분이 있는 류모씨 집안 사람들을 이사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기본인력과 장비조차 확보하지 않아 의료 및 바이오 분야에서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명색이 바이오 벤처회사인 ㈜뮤앤바이오는 단 하나의 의료품도 수입하거나 제조, 유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사업을 하려면 바이오벤처협회,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기기협회 등으로부터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료기기 제조 및 도소매업을 할 수 있는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 의료기기협회 김영미 과장은 “㈜뮤앤바이오는 국내에서 어떤 의료기기도 만들거나 수입해 유통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JNW 홀딩스는 수출입 업무와 유가증권 투자중개 및 자문을 한, 이른바 사채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를 통해서 재용씨가 비자금을 세탁하고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고 검찰 수사도 이 대목에 집중될 전망이다.

대검 중수부는 김영완씨 채권이 재용씨 회사를 통해 세탁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해외로 빠져나간 부분이 있다면 해외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김영완씨와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제기된 해외빌딩 매입설이나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설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히며 수사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자금 출처 규명 총력 태세

그러나 이런 수사가 곧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돈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흘러 나왔다는 증거를 발견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1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이미 자식에게 넘어가 ‘증여세 포탈’ 정도의 혐의밖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4000억원 비자금 수사를 담당하던 한 검찰 수사관은 “전산기록이 없던 시절의 사건이기 때문에 당시 수사관이 발견 못한 것을 지금 수사관이 발견할 수는 없는 일이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재용씨의 회사가 사채업을 통해 돈을 세탁하고 이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전 전 대통령 일가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초기 투자금액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국민 여론 또한 급속하게 나빠져 비자금 환수운동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과거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수사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재국씨는 이미 검증을 받은 만큼 이번에는 재용씨가 검증받을 차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도 세간의 관심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단, 수사팀을 보강하는 등 재용씨 자금 출처 수사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현재 미국에 있는 재용씨는 한국에 돌아와 해명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언제 귀국해 의혹을 풀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미 변호인을 통해 “이번 돈은 아버지와는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두환 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풀릴지 여부는 대검 중수부 계좌추적팀의 자금 추적이 얼마만큼 성과를 내느냐에 달린 셈이다.





주간동아 409호 (p54~55)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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