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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공제회’는 문어발 대기업?

막강 자금력 무기로 건설업·M&A 진출 …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도 1조원대 투자

  •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군인 공제회’는 문어발 대기업?

‘군인 공제회’는 문어발 대기업?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에 있는 군인공제회관.

부동산업계에 뜨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시행사, 또는 투자자가 돼 건설중인 아파트나 오피스텔 목록만 봐도 막강한 영업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정부종합청사가 지척인 서울 도심 한복판 내수동에 건설중인 주상복합 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이 대표적인 예. 아파트 360가구와 오피스텔 1031가구가 들어서는 이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로 시행사가 얻게 될 예상수익만 401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가 시행사로 참여해 최근 완공한 서울 서초동의 슈퍼빌아파트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 645가구와 오피스텔 136가구가 들어선 이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에 투자된 비용은 2650억원, 예상수익은 무려 836억원이나 된다. 이밖에 올 12월 완공될 예정인 총 488가구 주상복합 아파트인 ‘여의도 리첸시아’ 건축에도 1797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에 따른 예상수익금만 240억원이다. 또 경기 시흥시 은행동에 1216가구 아파트를 짓고 있고 서울 마포 요지에도 ‘오벨리스크’라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총 9곳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본격적으로 건설에 들어갈 예정사업 목록도 화려하다. 고양 풍동과 용인 동백·신봉, 김포 사우, 화성 동탄지구 등 수도권 위성도시 7곳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을 준비 중이고,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용마터널 건설사업 등에도 건설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굵직한 대형공사 시행권을 따내면서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화제의 회사(?)는 ‘군인공제회’(이하 공제회)다.

공제회는 1983년 군인공제회법에 의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공제회측은 법률상 사단법인이지만 업무 성격상 비영리 공익법인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군인공제회법에 명시된 설립목적은 ‘군인 및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국군의 전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 회원은 ‘하사 이상의 군인, 군무원, 그리고 국방부와 산하기관의 공무원 및 군인공제회 임직원’이다. 현재 군인공제회 회원은 14만7490여명으로 이들 회원이 매월 급여 중 일정액을 적립해 마련한 기금이 공제회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공제회는 회원들의 가입계좌에 대해 연평균 8%의 이자를 복리로 보장하고 있다. 가령 50만원씩을 매달 공제회에 저축하는 회원의 경우 11년이면 1억원을 모을 수 있는데, 이는 시중은행 금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게 공제회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공제회저축은 군인들에겐 퇴직 후를 대비하는 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아파트 등 진행중인 공사만 9건



회원들에게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공제회는 여러 곳에 자금을 투자해왔다. 공제회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상품은 군납용 군복. 공제회 직영사업체인 대양산업이 만드는 군복은 일부 공산권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군복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늘면서 공제회의 사업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공제회가 운용중인 자산 총액은 회원 기금을 포함해 3조9526억원이다. 지난해 공제회가 직영사업체와 산하단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총 1조200억여원. 당기순이익은 3770억원이다. 이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제회는 최근 몇 년 사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공략해왔다.

4조원에 가까운 공제회 자산 가운데 건설과 부동산개발에 운용되는 자금은 1조8187억원으로 전체의 46%에 달한다. 공제회가 사업성격과 달리 부동산 개발업자로 비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부동산 분야에 집중된 자산운용 때문이기도 하다.

‘군인 공제회’는 문어발 대기업?

7월2일 금호타이어 신설법인 현판식에 참석한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금융투자도 공제회 자산운용의 중요한 부분.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금액은 모두 1조3496억원으로 자산 총액의 34%에 이른다.

공제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7월 공제회는 총자본금 5000억원의 신설 합작법인인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지분 50%)가 되면서 재벌기업 못지않은 M&A(기업 인수·합병)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공제회는 3년 이내에 금호타이어를 상장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한다는 전략을 공개함으로써 금호타이어 인수가 기업경영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2001년 5월 대한토지신탁을, 같은 해 6월 한국캐피탈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경남리스를 사들이고, 또 올 7월에는 한보철강에 480억원을 투자하는 등 활발하게 기업사냥에 나서면서 공제회가 부동산 투자에 이어 기업 M&A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최근 공제회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화의 인천화약공장 부지도 사들였다. 매각 대금만 7000억~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공제회는 이 땅에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공장부지 매각 대금으로 대한생명 인수 잔금 960억원을 치르고 나머지는 부채상환에 사용할 예정인데 공제회의 투자활동이 기업의 경영여건을 바꾸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제회는 M&A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번 매입 대금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지를 사들일 만큼 자금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를 원하는 기업체 사이에 유력한 ‘자금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지방세 50% 감면 등 혜택도 십분 활용

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인수 기업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감사를 파견해 감사는 하지만 경영은 철저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투자하지 않았으면 외국에 팔려나갈 수도 있는 기업들이다”며 “공제회의 기업 인수는 국익을 지키려는 고심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제회는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기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 흐름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수익성은 높으나 자금력이 없는 사업체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나중에 이익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투자기법이다. 공제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주로 부동산개발에 집중되고 있는데 ‘광화문 오피시아’ 등 아파트 공사현장 9곳과 오피스텔 2곳, 그리고 상가 4곳 등이 공제회가 투자하고 있는 현장이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에 힘을 쏟는 또 다른 배경은 공제회가 일반 기업과 달리 법에 의해 보호받는 단체라는 점. 공제회는 군인공제회법에 의해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법인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의 지방세도 50% 감면받는 등 혜택을 누리고 있다. 풍부한 유동자금에 법률상 혜택까지 받으며 공격적인 경영을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공제회의 이런 공격적 경영과 관련, 잡음도 없지 않다. 9월30일 국회 국정감사 당시 박양수 의원(당시 민주당 전국구의원)은 “군인공제회가 지난해 말 현재 1조2511억원을 주식과 채권,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 지난해부터 올 3월 말까지 476억7000만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의원은 “공제회 기본운용 계획상 주식투자는 금융투자 총액의 3.5%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으나 전체의 33%인 4147억원을 투자, 152억6000만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제회의 자금운용을 질타했다. 박의원은 또 2000년부터 올 3월까지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법정 퇴직금보다 27억여원을 과다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박의원이 공제회 자금운용상의 문제를 지적할 당시만 해도 주식투자로 인한 손실이 있었으나 그 뒤 시장상황이 좋아지면서 8월 말 현재 손실을 대부분 만회했고 오히려 38억원의 이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아무튼 최근 공제회의 자금투자가 부실기업 인수와 부동산 투자에 집중되면서 지나치게 수익지상주의에 경도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익도 좋지만 좀더 의미 있는 사업에 군인들의 돈을 투자할 수 없느냐는 것이다.





주간동아 409호 (p40~42)

김기영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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