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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2매 발급법 ‘있으나 마나’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처방전 2매 발급법 ‘있으나 마나’

처방전 2매 발급법 ‘있으나 마나’

서울대병원 인근 약국에서 환자들이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부 남옥선씨(53·서울 구로구 구로1동)는 10월 말 어깨통증 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병원측이 처방전을 2매나 발급해줬기 때문. 평소 동네 다른 병원에서 처방전 1매를 받는 데 익숙한 그에게 ‘처방전 2매 발급’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처방전 2매 발급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는 정형외과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서 처방전 관련법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병원의 처방전 2매 발급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지 않는 곳이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법시행규칙 제15조에 따르면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 2매를 교부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측이 환자에게 처방전 2매를 발급하지 않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 규정이 없어 이 의무조항은 말 그대로 ‘무용지물’. 보건시민의료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올해 서울 시내 일반의원, 내과의원, 가정의학과 등 100개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자발적으로 처방전을 2매씩 발급한 의원 비율이 1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이러한 현상을 입증한다.

법적으로 ‘병원의 처방전 2매 발급’을 의무화한 것은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약사에게 제출하는 처방전과 별개로 환자가 처방전을 보유하고 있으면 약으로 인한 사고발생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처방전 2매 발급 시행령의 입법 단계부터 “처방전은 의사가 약사에게 주는 조제지시서일 뿐”이라며 법 시행을 반대해왔다. 환자가 처방전을 보유한다는 것은 의사들에게 그만큼 심리적 압박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 시행규칙을 시행하고 있는 곳도 종합병원과 일부 개인병원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김성순 의원 등은 처방전 2매 발급 시행규칙을 위반한 병원에 대한 처벌규정을 만들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김의원측은 “처방전 2매 발급 조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처벌법안을 제출했지만, 의사들 눈치보는 탓인지 수년간 통과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처벌법안은 국회회기 후 열릴 처방전서식개선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처방전을 1매만 발행한다고 해서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는다”며 “병원측이 처방전을 1매 발행하고 약사가 조제 후 정확한 약 내역을 알리는 조제내역서를 1매 발행하는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병원의 처방전 2매 발급’을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409호 (p10~11)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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