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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고운 자태·화끈한 응원 가는 곳마다 ‘인기 몰이’ … ‘우리는 하나’ 입 맞춰 응원 남북화합의 현장

  • 대구=글/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 조영철 기자 choyc@donga.com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북측 응원단이 묵고 있는 대구은행 연수원 전경.북녘의 어여쁜 누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다시 온 북측 ‘꽃미녀’ 응원단원들이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고 있는 달구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북측 응원단이 남북 화해 무드 조성에 크게 기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한 남북 갈등을 완화하고 통일의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측 응원단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고운 자태에, 여성스럽고 활기찬 행동으로 “역시 남남북녀”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응원 지휘자 리유경씨 등은 대회 내내 국내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돌아간 뒤에는 팬카페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북측 응원단은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대회가 개막한 지 단 하루 만에 응원지휘자 김은복씨(23·장철구상업대)는 최고 인기스타로 떠올랐으며, 인터넷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인 엠파스, 다음, 야후 등에서는 북한응원단, 미녀응원단이라는 검색어가 인기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라섰다.

총 302명 “노래 솜씨가 주요 선발 기준”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최고 스타로 떠오른 북측 응원지휘자 김은복씨.

이번에 참가한 북측 응원단은 모두 302명. 대학생 응원단 150명과 취주악단 117명, 보장성원(안전관리요원) 35명으로 이뤄졌다. 응원단원들은 장철구상업대 김형직사범대 등 여러 대학에서 선발된 이들로 화려한 외모와 응원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전공은 미술 음악 무용 외국어 등 다양하며, 연령은 18세에서 20대 초까지. 일부 나이 든 지도요원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지난해 아시아경기대회 때의 응원단보다 나이가 어리다. 응원단의 한 임원은 “선발기준 가운데 특히 노래솜씨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8월21일 오전 11시.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북한-덴마크 남자배구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응원단은 빼어난 응원실력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7000명의 관중들을 휘어잡기 시작했다. 생머리를 뒤로 묶어 붉은 모자를 쓰고, 붉은 반소매 셔츠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응원단은 파란색 짧은 재킷을 입은 김은복씨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키 160cm 정도의 아담한 체구의 김씨는 큰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절도 있는 몸동작으로 응원단을 이끌었다.

북한이 4세트에서 극적인 듀스를 기록하자 그는 갑자기 응원석 중간으로 올라가 어깨춤을 덩실덩실 췄다. 그러자 10여명의 단원이 앞으로 나가 함께 ‘관광버스춤’을 췄고, 경기장은 순식간에 잔칫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곧이어 김씨는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고, 그것은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을 한마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8월21일 밤 U대회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동시 입장하자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북측 응원단. 어깨춤을 추고 있는 한 응원단원. 진달래꽃술을 본뜬 확성기로 “조국통일~”을 외치고 있는 북측 응원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북측 배구팀은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지고 말았다. 경기에 진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씨는 “경기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응원단원들은 곧이어 한국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간의 배구경기가 벌어지자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응원했다. 김씨는 “통일을 위해 남측도 응원해야지요”라며 밝게 웃었는데, 이들은 1세트 경기만 보고 경기장을 총총히 빠져나갔다.

딱딱이·연분홍 나팔 등 응원기구 동원

다음날 김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여자축구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은 완전히 새로운 응원을 선보였다. 이날은 오전 11시 공식 관측기온이 33.5℃였고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수은주는 34.3℃를 넘어서는 등 살인적인 더위가 이들을 주눅들게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응원단은 실내배구장에서 벌이던 응원과 달리 야외에 걸맞게 활기찬 응원을 보여줬다. 딱딱이는 물론 인공기와 타악기 자바라를 닮은 연꽃무늬의 백청홍색 ‘볼 자바라’, 대형부채, 연분홍 나팔, 배드민턴채 등까지 동원했고, 취주악단의 흥겨운 연주는 맞은편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관중들이 하나둘씩 응원단 주변으로 몰려들게 했다. 더위 속에서 이처럼 열성적인 응원을 하느라 결국 4명이 어지러움을 호소, 의무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남쪽 더위에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응원구호는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등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등장해 귀에 익숙한 것들도 있지만 새로 등장한 것들도 많았다. 구호는 경기하고 있는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과 남측 관중들을 대상으로 한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선수들을 독려할 때는 ‘조국도 빛내리, 청춘도 빛내리’ ‘용기를 내어라, 우리는 믿는다’ ‘사상 투지 속도 기술’ ‘백전백승’ ‘일심단결’이란 짧고 강한 구호로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었고, 득점하거나 수훈을 세우는 선수에게는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잘한다~’라고 외쳤다.

경기에서 이기고 여유가 있을 때는 스스로 도취되는 듯한 응원도 선보였다. 그럴 때면 꽃다운 젊은 여성들 특유의 행복감이 만면에 가득했다. ‘처녀 시절 그 시절 웃음도 많아/ 아침에도 호호호 저녁에도 호호호’라는 ‘처녀시절 꽃시절’이란 노래를 부를 때나 ‘좋다, 좋지, 요이싸’ 같은 구호를 외칠 때는 어찌나 살갑던지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조화를 들고 춤추고 있는 응원단원들(왼쪽). 북측 응원단과 하나가 돼 응원하고 있는 남측 아리랑응원단. ‘좋다, 좋지, 요이싸~’ 한층 멋을 낸 나무 딱딱이 응원.서글서글한 인상의 응원지휘자 김현희씨(아래).

북측의 한 임원에 따르면 이들은 고작 ‘열흘’밖에 연습하지 않았다지만 “평소에 학업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응원이 일상화돼 있다”는 북측 기자의 말에 비춰보면 열흘 정도 입을 맞췄다는 뜻으로 보였다. 단원들도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자랑했다. “별로 연습한 것 없습네다” “방학이라 연습도 제대로 못했습네다” “우린 누구나 지휘할 수 있습네다”….

“가슴 뭉클 잃었던 반쪽 찾은 느낌”

북측 응원단의 한 임원은 응원단의 인기 비결이 어디에 있는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에서 남을 찾아왔으니 인기가 있지”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남자 응원단은 없느냐, 왜 여자 응원단만 내려오느냐”는 물음에 “다음에는 남자 응원단을 데려오겠다”며 웃었다.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8월22일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서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 미인들.

어느 경기장이든 들어서면 북측의 응원방식에 익숙해진 남측 관중들과 응원단이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준비된 응원단’답게 북측은 남측 관중과 응원단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끌어나갔다. 북측 응원단이 먼저 자신들의 구호를 선창하고 응원지휘자가 귀에 손을 갖다 대면 남측 관중들은 그 후렴구를 따라 했다. 북측이 “우리 민족끼리”라고 외치면 남측이 “조국통일”을 외쳤고, “핏줄도”라고 외치면 “하나”가 이어졌다.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 문화도 하나라는 구호가 특히 인상적”이라는김진호씨(44·회사원)는 “북측 응원단은 경기만 응원하러 온 게 아니라 통일을 응원하러 왔음이 분명하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또 “현장에 와보지 않고는 이처럼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체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잃었던 반쪽을 다시 찾아 이제야 내가 온전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응원단원들은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21일 배구경기장에서 남쪽 여고생 2명이 응원단에게 얘기를 건네다 안전요원에게 계속 제지당하자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응원지휘자 김현희씨(21·한덕수공업대학 식료학부)가 학생들에게 말을 붙였다. 김씨는 “몇 살이니?” 하고 묻고는 여고생들이 열여섯 살이라고 하자 “참 예뻐요. 대학에 꼭 가라이~” 하며 웃었다. 응원단원들이 버스에 오른 뒤 한 젊은이가 종이에 “사랑해요”라고 적어서 보여주자 그는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또 다른 단원은 기자들에게 “어디에서 오셨습네까?”라고 묻고는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우리를 보러 여기까지 오셨습네까? 열성이 대단하십네다”고 말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北 응원단 U대회 꽃~이라네

안전요원들의 통제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북한 미녀들을 쫓아다닌다. 한 응원단원이 버스 안에서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안전요원들이 일반인의 접근을 지나치게 차단해 원성을 사고 있다. 이번 대회 통역요원인 김지현씨(23·대구대 국제관계학과)는 “안전요원들이 지나치게 통제해 접근할 수 없으니까 오히려 더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다”며 “이런 경기장에서도 분단 현실을 느끼게 되어 슬프다”고 말했다.

취재단도 곤욕을 치르기는 마찬가지. 21일 배구경기장에서 응원 틈틈이 취재진의 질문에 기꺼이 답하던 북측 응원단이 이날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장대에 마이크를 단 채 접촉을 시도했던 기자들이 “제발 한마디라도 해달라”며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응원구호뿐이었다.

북측의 태도가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TV 사건’이 한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단이 도착한 뒤 북측 보장성원이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의 공동휴게실에 설치된 대형 TV를 철거해줄 것을 요구해 연수원측이 즉시 TV 전원코드를 분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22일 ‘북측 응원단원들이 남한의 문화를 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보도가 나간 뒤부터 북측 태도가 갑작스럽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TV 사건으로 북측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은 사실이다”며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22일에는 북한 여자축구팀이 독일을 6대 0으로 대파하고도 골게터, 응원단원, 감독 각 1명씩 하기로 예정된 인터뷰를 거부했다. 23일 북측 응원단 환영오찬이 열린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는 급기야 남측 안전요원들의 지나친 취재 제한으로 남한 기자들이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낳았다.

북한응원단에 대한 관심이 ‘외모’ 등 표피적인 관심을 넘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도 응원단에 대한 접근이 좀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외국 언론도 북측 응원단에 대한 취재 경쟁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22일 저녁 배구경기장에서 만난 후시야 유미코(27) 일본 N-TV 프로듀서는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와서까지 이렇게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니 더 열심히 취재하게 된다”며 “북한이라는 나라는 군사적으로 일본에 위협적이지만 민간관계에서는 서로 친해졌으면 하는 생각에 취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선수단 서포터스인 달성사랑시민모임, 아리랑응원단, 통일유니버시아드시민연대 등은 북측 응원단과 응원으로 단합하면서 ‘하나가 되는 꿈(Dream for Unity)’이라는 이번 대회의 주제를 이미 이루고 있다. 김두현 시민연대 대외협력부장은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어, 남북의 우정은 정치와 이념을 넘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밤 9시10분께 대구체육관에서는 북한 남자배구팀이 아쉽게도 우크라이나에게 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북측 응원단이 일으킨 파도타기 응원은 대구체육관 관중석을 한 바퀴, 두 바퀴 휘돌며 감동을 전했고 다시 그 파도는 체육관을 나가 대구시를 휘감고, 한반도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응원단을 뒤따라 나가 버스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8월31일 대회가 끝나고 그들은 돌아가지만 22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북측의 한 응원단 임원이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심장에 남는 사랑)라고 노래 불렀듯 우리들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3.09.04 400호 (p72~75)

대구=글/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 조영철 기자 choy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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