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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조세 정의와 언론의 자유

  • < 허 영 / 연세대 교수·헌법학 >

조세 정의와 언론의 자유

조세 정의와 언론의 자유
주요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고발대상 신문사들이 세무조사의 내용을 일부 시인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신문사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번에 된서리를 맞은 일부 신문사들이 반독재 내지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축적된 신뢰와 힘을 바탕으로 한동안 치외법권적인 경영을 해왔고, 일부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면 마땅히 법의 응징을 받아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도덕군자만이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론을 표방하는 신문이라면 먼저 자신의 주변부터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보도 내용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기관의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근의 사태는 심각한 우려를 하게 만든다. 조세 정의의 실현과 공평과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권력 통제기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신문사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과세권 행사는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게 만든다. 세무조사를 시작한 배경과 강도 높은 세무조사의 진행과정, 세무조사의 장기화, 세무조사 결과의 대대적인 대 국민홍보, 여당과 정부 및 방송매체의 일사분란한 주요 신문사에 대한 공격과 비난, 세무조사 결과처리 과정중 방송매체의 특별취급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조세 정의의 실현을 위한 공정한 조치라고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한 중견 언론인의 생생한 증언 칼럼은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세무조사의 진행과정에서 정부 당국자가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아무 아무개를 글을 쓰지 않는 자리로 옮기는 성의를 보이면 문제를 다르게 해결할 수도 있다고 회유 내지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번의 언론사 세무조사 및 영향력 있는 주요 신문사에 대한 고발조치는 아무리 변명해도 정당화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오히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권력의 남용이고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설령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염려스럽고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생명의 공기와도 같은 언론의 자유가 약화하고 위축해도 좋은가 하는 상념 때문이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모든 방송채널을 총동원해 세무조사 결과를 상세하게 발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세무조사 결과 발표 및 과세권의 경직된 집행으로 주요 신문사가 제 기능을 못하는 사태가 온다면 국민의 알권리는 그만큼 위축하거나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알권리가 약화하는 결과가 이번 세무조사의 본질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이번 사태의 아이러니가 있다. 또 추징 내지 과징 세액면에서 고발당한 주요 신문사들과 큰 차이가 없는 방송 매체들이 자신의 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발당한 신문사들을 집중적으로 성토한다는 점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죄인끼리 돌을 던지는 참으로 비성서(非聖書)적인 현상이 국민을 혼동시키고 있다.

지난 날 그토록 남용하던 행정재량 내지 정상참작 논리가 이번의 주요 언론사를 상대로 한 고발조치에서는 전혀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일이다. 언론기업도 기업이지만 언론기업의 특성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조세 정의의 실현과 공평과세의 원칙은 법치주의의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신장시키는 일도 자유민주주의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헌법적인 가치다. 따라서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은 이미 구시대적인 진부한 이익형량의 논리다. 조세 정의도 실현하고 언론의 자유도 보호하는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다 함께 실현하는 것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발당한 신문사들에게 적법절차에 따른 권리구제의 기회를 보장하고 사법부의 최종 심판이 있을 때까지 추징 내지 과징금의 납부를 유예하는 것도 하나의 조화로운 해결책이 될 것이다. 무리하게 강제 징수권을 발동해 신문사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게 하는 경우 국민으로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언론자유와 조세 정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언론자유를 꼽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제 구실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편하게 통치하는 길이라는 역설적인 명제를 김대중정부는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주간동아 2001.07.12 292호 (p100~100)

< 허 영 / 연세대 교수·헌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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