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2

2001.07.12

둥지 없는 탁구 신동 “어쩌나”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portsseoul.com

    입력2005-01-06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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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지 없는 탁구 신동 “어쩌나”
    올해 초 동남종고를 졸업한 유승민은 ‘유남규의 두뇌회전 및 스피드와 김택수의 힘을 겸비한 탁구 신동’으로 평가 받는 선수다. 인천 도화초등학교 시절 국내 대회 10관왕을 시작으로, 지난 95년 내동중학교 1학년 때 동아시아호프스대회 단복식을 휩쓸며 유명해졌다. 지난해에는 만 18세의 나이로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며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전 기록은 88서울올림픽 출전 당시 만 20세인 유남규가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갖춘 대어급이다 보니 유승민이 내동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실업팀 간 열띤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졌다. 국내 탁구계는 선수층이 대단히 얇고, 선수 생명이 다른 종목보다 길어 잘 하는 선수 혼자 10년 동안 팀을 이끌어 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니 스카우트 여부는 실업팀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이 와중에 국내 실업 탁구팀 가운데 가장 풍부한 재력을 과시하는 삼성생명이 ‘유승민 찜’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 삼성만이 지닌 완벽한 훈련 지원 노하우와 관록을 자랑하는 사령탑 강문수 감독에 대한 믿음도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지난 97년 IMF구제금융 파동으로 동아증권 등 몇몇 실업팀이 문을 닫고 2년 뒤 대한탁구협회가 내분에 휘말리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협회 내 내규로 ‘신생팀 창단지원규정’이 급조하면서부터 사건은 본격화했다. 동아증권을 인수해 새로 팀을 꾸린 제주삼다수가 이 규정에 따라 지명권을 소유하게 되었고, 이에 반발한 유승민이 제주삼다수 입단을 거부하고 삼성생명 행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바로 유승민 본인이다. 무적선수 신분이므로 국내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 지난 5월 제46회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그는 얼마 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날마다 훈련은 하지만 솔직히 운동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라켓을 잡고 있어도 딴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관련된 사람들 모두 할 말은 많을 것이다. 협회의 잘못된 일처리로 애꿎은 우리만 손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쪽도 있고, 영재육성을 위해 투자한 것도 죄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쪽도 있다. 다 맞는 얘기다.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솔로몬이 나서도, 황희 정승이 나서도 명쾌한 해결은 힘들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절대로 선수가 다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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