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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산 살린 ‘숲지킴이 이장님’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

대지산 살린 ‘숲지킴이 이장님’

대지산 살린 ‘숲지킴이 이장님’
지난 5월10일은 경기 용인시 수지읍 죽전리 주민들에겐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이날 건설교통부가 360만 ㎡(108만 평)의 죽전택지개발지구 중 27만7000㎡(8만5000평)를 공원 또는 녹지로 지정해 보존한다고 발표했기 때문. 2년에 걸친 이곳 주민들의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죽전리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경계에 있는 대지산은 해발 380m의 야산. 하지만 평일엔 1500여 명, 주말엔 2000여 명이 찾는 휴식처이자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이어서 주민들에겐 ‘각별한’ 곳이다.

‘용인시 서부지역 택지개발 철회 및 자연환경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김응호 위원장(45)은 대지산을 “주민들의 ‘허파’와도 같은 산”이라 표현한다. 평범한 농부이자 죽전리 이장인 김위원장은 12대째 이곳을 지킨 토박이. 토지수용까지 끝낸 후 이를 번복해 개발을 중단한, 매우 이례적인 건교부의 이번 결정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대지산 살리기’ 운동은 지난 99년 싹을 틔웠다. 건교부는 이미 98년 10월 대지산을 깎아 택지로 개발한다고 공언한 터였다.

99년 4월 환경 NGO인 환경정의시민연대가 합류한 공대위는 ‘작은 반란’을 시작했다. 그해 7월 공대위가 “후손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자”며 대지산 일대 31만 ㎡에 대해 그린벨트 지정 청원을 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대지산 살리기’에 나선 것.



김위원장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공대위를 ‘보상금이나 노리는 이익집단’쯤으로 모는 사회 분위기가 야속했다. 주민 중 ‘개발론자’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한마음을 이뤘다. 택지개발로 대지산의 8만 평 숲이 깡그리 사라질 것을 우려한, 순수한 ‘고향 사랑’ 때문이었다. 에피소드도 적잖다. 보전 결정을 끌어낸 국내 첫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자연신탁국민운동)으로 평가받는 ‘대지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엔 자기 땅을 그린벨트로 묶어달라는 땅 주인들의 ‘희한한’ 요청이 앞을 다투기도 했다.

현재 공대위는 건교부 결정 직후부터 녹지 보전방법 등 구체적인 세부안 타결을 위해 토공측과 협의중이다. 협의내용이 만족스러울 경우 지난 5월8일 경기도를 상대로 제기한 죽전지구 택지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취하한다는 입장. 정부의 전향적인 환경보전 조치는 앞으로도 이어질까.

김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그동안 개발과 보존을 놓고 대립관계에 있던 택지개발지구 주민과 건교부 간 첫 협력 모델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죽전리는 대표적인 난개발지역이란 특수성이 있기에 단기간 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유사 사례의 등장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여하튼 주민과 시민단체의 합심이 만든 이번 ‘승리’가 전국 곳곳에 환경보전운동의 불씨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100~100)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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