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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박정희’ 다룬 세 권의 책

박정희 알려면 그를 벗겨라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박정희 알려면 그를 벗겨라

박정희 알려면 그를 벗겨라
또 박정희냐고? 이름을 듣는 것조차 지겹다면 안 봐도 좋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인물, 위대한 대통령을 꼽으랄 때 그 이름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는 분들에게 이 책들을 권한다. 최상천(전 효성가톨릭대 교수·역사교육과)의 ‘알몸 박정희’, 신용구(안양중앙병원 정신과 과장)의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 전재호의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알몸 박정희’만 근간이고, 나머지 두 책은 딱 1년 전 출간되었다. 하지만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니 출간시점을 문제삼을 일은 아닌 듯하다.

역사학자, 정치학자, 정신과 의사 등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세 저자의 출발점은 같다. 서강대에서 ‘박정희 체제의 민족주의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재호씨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알몸 박정희’와 ‘박정희 정신분석…’은 박정희의 일생을 추적하는 기법을 썼다. 즉 환영받지 못한 또는 거부된 출생과정에서부터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일본식 이름)의 왕국을 완성하기까지를 따라가며 박정희 영웅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최상천씨는 박정희의 어머니 백남의씨가 마흔다섯 늦은 나이에 막내(5남2녀 중 막내)를 임신하고 갖가지 방법을 써서 아이를 지우려 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태아 때부터 생명을 부정하는 공포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거꾸로 어머니의 편애 속에 크지만 박정희의 정신적 상처는 가난으로 찌든 집과 고향, 식민지 조선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게 만든다. 박정희가 탈출 후 안착한 곳은 일본 천황의 세계였다. 이후 박정희가 황국신민교육의 첨병인 대구사범학교와 일본군장교 양성기관인 만주군관학교로 진학해 조센징 토벌에 나선 것들 모두는 이런 유년기의 정신적 상처에 대한 보상이었다.

박정희 알려면 그를 벗겨라
박정희는 보통학교 시절(3~5년 무렵) 감명 깊게 읽은 작품으로 이광수의 ‘이순신’을 꼽는다. 최상천, 신용구, 전재호씨는 모두 이순신에 대한 박정희의 집착을 의미있게 다룬다. 역사 속의 위인을 신격화하는 작업은 한 나라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어떤 인물인지는 집권자 자신의 정체성 찾기와 관련한 경우가 많다(신용구).

전재호씨는 이순신을 신격화함으로써 박정희가 얻은 효과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이순신이 갖고 있는 반일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친일적 이미지를 희석하려 했고 둘째, 구국 영웅적 이미지로 군인 출신 대통령의 통치를 합리화하려 했으며 셋째, 이순신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논리로 야당세력을 비판했다고 말한다.



한편 최상천씨는 이광수의 소설 ‘이순신’이 갖는 문제점부터 분석했다. “이순신을 읽으면 침략자 일본에 대한 적개심은 간 곳 없고, 대신 조센징(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의 화신인 조센징)에 대한 환멸을 갖게 된다. 이게 이광수가 퍼뜨린 ‘이순신병’이다.” 한마디로 “조선은 망해도 싸다”는 내용이다. 최씨는 박정희가 ‘이순신’을 보고 진짜 감동받은 것은 ‘민족적 자기부정’, 즉 민족자학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순수하게 이순신을 흠모했다면 만주군관학교, 일본육군사관학교로 갈 게 아니라 독립운동을 했어야 마땅하다는 것.

박정희 알려면 그를 벗겨라
어쨌든 박정희는 죽은 지 20여 년이 흐른 뒤 자신이 그토록 갈망한 메시아적 소망을 이룬다. 지난 97년 ‘동아일보’가 실시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75.9%의 압도적 지지로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은 것이다(신용구). 세 저자는 공통적으로 박정희기념관 건립과 같은 위험한 향수를 반대한다. 최상천씨에 따르면 박정희는 일본식 천황주권에 군부실권을 결합해 완벽한 천황체제를 완성한 인물이다. 그를 모시는 기념관은 단순히 박정희기념관이 아니라 두목주의자들의 신사인 ‘다카키 신궁’이 될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전재호씨는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이 박정권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세기말 박정희 신드롬의 확산에 기여하였음도 적시했다. 김영삼 정부는 경제적 실정(失政)으로 의도하지 않게 박정희 신드롬 확산에 큰 역할을 한 반면(IMF 사태 이후 박정희 향수는 더욱 커졌다), 김대중 정부는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의도적으로 박정희 신드롬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 할 일은 아니다. 다른 쪽 입장을 대변하는 책들 -- 박정희의 ‘국가와 혁명과 나’,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풍운의 세월’, 중앙일보사의 ‘실록 박정희’ 등 -- 즉 박정희 향수 심기에 기여한 책들도 읽어두는 게 좋다.

‘알몸 박정희’/ 최상천 지음/ 사람나라 펴냄/ 300쪽/ 8000원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 신용구 지음/ 뜨인돌 펴냄/ 303쪽/ 9500원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 전재호 지음/ 책세상 펴냄/ 147쪽/ 3900원





주간동아 2001.05.24 285호 (p94~95)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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