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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질주 현대차 “살 맛 나네”

국내외 판매 호조, 예상 실적 상향 조정… 품질 신뢰성 제고가 ‘활황 비결’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

고속질주 현대차 “살 맛 나네”

고속질주 현대차 “살 맛 나네”
굿모닝증권 리서치센터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 손종원 차장은 요즘 자신의 지난해 말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에도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다. ‘토종’ 현대자동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난 4월30일 발표한 현대자동차 기업 분석 리포트에서는 현대차의 주가 목표치를 2만9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손종원 차장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국내외 시장 침체로 올해 현대차의 판매 실적을 전년(151만3773대)보다 4.9% 증가한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올 1~3월 실적을 토대로 추산하면 현대차의 올 한해 전체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11.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목표는 이보다 더 공격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전년 대비 23% 증가한 186만 대 판매에 22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116만 대 판매에 13조원의 매출 목표를 세운 기아자동차와 합하면 판매는 302만 대, 매출도 35조원에 이르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 18조2310억원, 당기순익 6679억원)을 올린 저력을 바탕으로 올해 목표도 무난히 이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출 차종도 중대형으로 다변화

현대차의 이런 성과 때문일까. 정몽구 회장(MK)은 요즘 전에 없이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보인다. MK는 지난 3월25일 부친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장례식을 치른 후 처음으로 열린 4월2일의 기아차 직원 정례조회에서 “현대차 그룹이 선친의 법통을 계승해 정통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MK의 이런 발언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현대를 대표해 온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자, 정 전 명예회장 별세와 현대차 그룹 공식 출범에 맞춰 자신이 집안은 물론 대외적으로 현대를 대표하는 정통성을 이어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의 선전은 국내시장의 안정적 확보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 우선 국내 시장에서는 IMF 이후 급성장하는 RV(레저용 차량) 수요 증가에 대응, 싼타페 테라칸 등을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국내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개편 정책으로 인한 LPG 가격 인상 시점에 맞춰 기존 디젤 엔진보다 소음이나 배기 가스 배출을 크게 개선한 커먼 레일 디젤 엔진을 개발, 싼타페에 장착함으로써 RV 수요를 유지한다는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차의 국내 시장 공략으로 중형차 시장의 일부 잠식은 있겠지만, 레저용 차량에 대한 국내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한다면 안방을 지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히려 현대차로서는 대우차 매각이 지연되면서 올해 들어서는 대우차 시장점유율까지 잠식하는 상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품질로 승부를 건 게 주효했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는 싼타페, 그랜저 XG 등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승용차를 집중 판매하였다. 미국 시장에서 중대형 차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고객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인데도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던 것. MK가 지난해부터 입만 열면 품질을 강조하는 것도 미국 시장의 이런 특수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단독 딜러(현대차만 취급하는 딜러)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복합 딜러 체제로 개편,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판매 신장에 도움이 되었다.

유럽에는 디젤엔진을 단 아반떼 XD를 수출하는 등 유럽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디젤엔진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18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도시형 복합 세단 라비타는 아예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차종.

여기에 ‘운’도 따른다. 미국 시장의 침체로 가격 할인 등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에 원화가 절하되었다. 앞으로 원화 절하에 따른 채산성 향상으로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과거 ‘싸구려 차’와는 다르고, 품질에서도 자신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지난 99년 중반 품질 보증기간을 3~5년(엔진 등 파워트레인은 10년)으로 과감히 확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80년대 후반 수출했던 엑셀 때문에 현대차 이미지가 좋지 않아 고민했는데, 이제는 우리도 자신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이런 전략을 썼다”면서 “결국 이 전략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대차 품질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는 이미지를 주었고,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이에 따른 무상 수리비 증가 등 ‘부메랑’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이 전략에 대한 비용을 사전 분석한 결과,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판매보증 충당금을 충분히 쌓음으로써 만일의 경우 생길지도 모르는 무상 수리비 대폭 증가 사태에 충분한 대비를 하였다는 것. 현대차의 대당 판매보증 충당금 전입액은 품질 보증기간 3년을 유지하던 지난 98년에는 15만8388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이보다 두 배 증가한 31만5730원을 설정했다.

고속질주 현대차 “살 맛 나네”
현대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품질 보증기간이 엔진은 과거에 비해 3.3배, 기타 부품은 1.7배로 증가했지만 미국 판매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지나지 않고, 또 신차 구입자가 차를 팔 경우 품질 보증기간 확대를 적용하지 않아 현재 비용으로 처리하는 판매보증 충당금은 충분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여전한 과제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딜러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하루아침에 올라가는 게 아니다’면서 ‘현대차가 최근 기조를 10년 정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일본차의 브랜드 인지도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면서 “이를 위해 꾸준한 품질 향상 노력과 함께 노`-`사 관계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80년대 후반 노`-`사 갈등으로 마무리 손질이 제대로 안 되어 싸구려 차로 전락했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찮은 점도 현대로서는 부담이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지난 3월 초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한국차는 불량품의 대명사”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현대차가 최근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견제심리를 반영한 기사라는 반응이다. 한 전문가도 “뉴스위크 기사 가운데는 ‘한국의 현대-대우-기아자동차 앞에 놓인 과제는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만이 아니라 한국차가 세계 수준이라는 것을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 등 국내 업체가 겸허히 들어야 할 부분도 많긴 하지만 대안 없이 한국차에 대한 우려만 표명했다는 점에서 ‘크는 아이 기 죽이기’로 일관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99년 인수한 기아차와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기아차의 레저용 차 카렌스 2.0의 ‘주행중 시동 꺼짐’ 현상은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현대차의 베타 엔진을 장착한 데서 비롯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고 보면, 현대차가 자랑하는 현대차-기아차의 통합 시너지 효과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현대차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현대차가 자신들의 목표대로 세계 5위 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뉴스위크’ 지적대로 ‘판매량’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규모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기가 아니라 경쟁력이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5.10 283호 (p34~35)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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