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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데 급급 형편 없는 ‘삶의 질’

한국 젊은이 경제우선 42%, 미국은 6%

먹고 사는 데 급급 형편 없는 ‘삶의 질’

지난 40년간 이룩한 경제성장에 대해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거리에는 자동차가 즐비하고, 백화점에는 최신 유행상품이 매장을 가득 메우며, TV나 비디오-냉장고-컴퓨터 등의 가정 내 첨단 가전제품 등이 넘쳐 날 정도다. 외형적 모습만 본다면 한국 사회가 미국에 비해 그리 뒤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R&R가 동아일보사 의뢰로 미국의 조그비 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한국과 미국인 20~30대 각각 1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가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 수 있다.

먼저 지난 1년간 연극이나 뮤지컬을 1번이라도 본 사람이 미국 응답자 중에는 51%나 되는 반면 한국 응답자는 16%에 지나지 않으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본 사람도 미국은 83%에 이르는 반면 우리는 15%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회나 스포츠 경기, 심지어 영화를 본 사람도 미국과 한국의 격차는 20~40%에 이른다.

살아가는 목표도 다르다. 한국인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에 삶의 목표를 두는 사람이 42%에 이르는 반면, 미국인 중 경제적인 부에 삶의 목표를 두는 비율은 6%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인들의 다수(66%)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거나 적지 않은 젊은이(19%)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들은 자신과 가족 이외 이웃을 돌볼 여유도 없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우리 응답자 중 85%가 지난 1년 중 자원봉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 반면, 미국 응답자의 77%가 어떤 형태로든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 20~30대는 먹고 사는 데 급급한 나머지 삶의 질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반면, 많은 미국인들은 문화와 운동을 즐기며 자기 성취나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남도 도와주는 삶다운 삶을 살고 있다.

세계 가치관 연구로 유명한 잉겔하트(R. Ingelhart)는 서구 선진사회가 물질주의를 벗어나 삶의 질을 강조하는 탈물질주의(post-materialism)로 이행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물질주의가 우선이다.



주간동아 2001.04.26 281호 (p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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