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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대 JP “킹 메이커 아무나 하나”

차기 대권 영향력 발휘 전의 불태워 … 지역 연고 약발 떨어져 ‘찻잔 속 태풍’될 수도

YS 대 JP “킹 메이커 아무나 하나”

YS 대 JP “킹 메이커 아무나 하나”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4월13일 회동은 여러 차원에서 정가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박근혜 부총재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정국 현안에 대해 적극적 발언을 하면서도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디어 차기 대통령 선거를 향한 행보를 본격 시작하는 첫 출발점으로 YS의 상도동 집을 선택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측이 이날의 회동에 대해 몹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것도 ‘이제 박근혜 부총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면 박부총재는 왜 대선 행보의 시작을 YS 방문으로 선택했을까. YS와 박부총재의 회동은 민주화 세력과 근대화 세력을 각기 대표하는 인사들의 만남이자, 지역적으로는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다시 말해 YS와 박부총재의 연대는 두 사람이 어느 한 지역, 또는 어느 한 집단에 편중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구도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날의 한 차례 회동만으로 YS와 박부총재의 연대가 가시화했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부총재가 먼저 과거사(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YS의 비판)를 털고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국리민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YS와의 협력관계를 도모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이는 영남권 정치지형의 향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날 YS는 “신뢰와 믿음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차기 대선에 간여하겠다는 YS의 다짐이 재차 강조된 것. 박부총재를 만난 것 역시 이같은 YS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YS 대 JP “킹 메이커 아무나 하나”
그러나 차기 대선의 ‘킹 메이커’를 자임하는 사람은 YS뿐만 아니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JP) 또한 “서녘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다”(2월) “요 사람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반대하고, 요 사람이 되겠다고 하면 도와주고 서드 샷까지 갈 수 있다”(3월) “나는 타다 남은 나무토막처럼 추악한 꼴로 있지 않겠다. 활활 타서 재만 남도록 할 것이다”(4월4일) 등등 갈수록 킹 메이커에 대한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차기 대선 개입에 대한 YS와 JP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김대중 대통령은 아마 역대 대통령 가운데 차기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미미한 대통령인 듯하다. 물론 전임 전두환 대통령 때의 노태우 후보나 김영삼 대통령 때의 이회창 후보의 예에서 보듯, 여권의 차기 주자가 대통령의 마음과 의지대로 결정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럼에도 임기 말까지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후보군을 조절하고 제어하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두 명의 인사가 더 감독 노릇을 하겠다고 안팎에서 달려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JP와 YS는 과연 누가 더 킹 메이커로서의 경쟁력을 갖추었을까. 실제 대선 국면에서 과연 누가 더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까. 또 그럴 기회가 오기는 올 것인가.

YS 대 JP “킹 메이커 아무나 하나”
현 단계에서 킹 메이커로서 JP와 YS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JP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DJP 공조에 묶여 여권 후보 결정에 국한되었지만, YS는 여야 모두 넘나들 수 있다. JP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 물론 이론적으로는 JP 역시 적절한 시점에 DJP 공조의 틀을 깨고 야권 후보와 ‘제3의 연대’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공조의 늪’에 너무 깊숙이 몸을 담근 듯하다. JP는 13일 민주-자민련-민국당 대표를 초청한 만찬회동에서도 “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니까 어떤 풍랑이 있더라도 같이 잘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YS는 훨씬 다양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 YS는 일차적으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특히 그 후보는 영남권 인사여야 한다는 것이 YS의 지론. 정치권의 상당수 인사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이회창 총재로 굳어진 듯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으며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따라서 YS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국면을 자신의 의중대로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YS는 당내 비주류 그룹과 긴밀한 수준의 채널을 유지한다. 인터넷 신문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3월14일)에서 “이회창 총재가 지역패권주의, 정당 내 패권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하나, 아직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총재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손학규 의원도 인터뷰 하루 전날 YS의 상도동 집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YS가 박근혜 부총재와의 회동에서 “야당이 강하려면 비주류가 강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폭풍을 앞둔 날과 같다”면서 연일 당의 단합을 외치는 이총재이고 보면, YS의 전략이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 비주류 그룹이 힘을 모은다면 몰라도, 지금처럼 제각각이어서는 ‘당내 쿠데타’가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YS는 이런 경우에 영남권을 중심으로 하는 제3의 세력을 결집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기왕의 ‘3김 연합론’으로 방향을 선회해 여권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도 높다.

지역적으로 보았을 때도 일단 YS는 JP보다 영향력의 우위에 서 있다. 충청권보다는 부산-경남의 유권자가 많기 때문. 그러나 이들 지역이 두 사람에게 과연 예전과 같은 ‘로열티’를 보여줄까 하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주간동아’가 지난 1월 영남권 거주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YS가 다음 대선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말한 응답자가 52.5%,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자가 32.0%였다. 특히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경남(47.8%)을 제외한 부산(52.8%) 울산(63.3%) 대구(53.0%) 경북(53.3%) 등에서 거의 고르게 나타났다.

JP는 지난해 총선에서 자민련이 17석밖에 얻지 못한 사실이 ‘간접 통계’가 된다. 당시 충청권에서 자민련 지지도는 30%대였다. 특히 충청권 상당수 유권자가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경도하기 시작한 사실을 보면 JP의 충청권 지배력은 상당히 반감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따라서 이런 수치로만 본다면 JP나 YS나 지역 연고를 앞세운 영향력에서는 예전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JP와 YS가 한 번도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힘 없는 방관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봉건시대도 아니고 킹이라는 말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JP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JP는 킹 메이커가 되기 힘들 수 있다’는 캠프 내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권 예비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다른 주자들의 지지도가 답보상태에 머무른다면 JP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 YS 역시 민주당에서 김중권 대표나 노무현 상임고문 같은 영남후보를 내세울 경우, 그의 역할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인제 대세론’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민주당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위원은 3김 모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YS에게야 원래 자기 새끼고, JP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고향 후보에게 물려준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동교동계가 이위원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면 DJ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JP는 YS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한 가지 항목이 있다. 바로 보수성향의 대표인사라는 것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JP와의 공조를 위해 그렇게 공을 들인 것도 충청권 표보다는 DJ를 좌익에 편향한 인사로 보는 일반의 시각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자신의 한반도재단 창립대회에 JP를 초청하기 위해 애쓴 것 역시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 적극적으로 표를 끌어오지는 못해도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배타성을 탈피하고 소극적이나마 ‘JP가 지지하는 후보라면 안심하겠다’는 평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JP의 효용가치는 높이 올라가는 셈이다.

현재 JP와 YS의 관계는 ‘적도 동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다. 이들이 동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지하는 후보가 동일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필요하다. YS와 JP가 킹 메이커 경쟁자가 될지, 그 역할을 합심해서 나눠 가질 것인지 흥미롭다.



주간동아 2001.04.26 281호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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