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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말 많은 송두율의 정체

국정원-황장엽씨 “북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 확실”… 송씨 “절대 아니다” 반박

“알쏭달쏭” 말 많은 송두율의 정체

“알쏭달쏭” 말 많은 송두율의 정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월10일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임동원 통일부 장관(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송씨가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냐”고 물었고, 임장관은 “정보기관에서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나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김철수는 나와 무관한 인물”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사람은 현재까지 이종찬 천용택 임동원, 이상 세 명이다. 이들은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는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김은성 국정원 2차장도 지난해 11월3일 국정감사에서 “송씨가 정치국 후보위원임이 틀림없고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김일성 장례위원 명단에도 올랐다”고 증언했다.

서열 23위’ 김철수 왜 직책이 빠졌나

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정보기관에서 공식적으로 확언하고 있고, 더구나 임장관이 다른 장소도 아닌 국회에서 그런 답변을 한 것은 ‘송씨가 김철수와 동일인물’이라는 확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뭔가 속시원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왜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송두율 논란’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송씨는 91년 처음 방북한 이래 그동안 수차례 북한을 다녀왔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비서(당시)를 만났다. 이같은 일로 인해 송씨는 6공 안기부에 의해 반한(反韓) 인사로 규정되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안기부가 송씨를 더욱 주시하게 된 것은 지난 94년 7월9일 김일성 장례식 때 ‘김철수’라는 전혀 낯선 인물이 국가장의위원 명단에 오르고 난 다음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은 총 273명의 장의위원 명단을 발표했는데, ‘김철수’는 서열 23위에 올랐다. 다른 위원들은 이름과 직책을 병기하였으나 ‘김철수’는 직책이 생략되어 있었다. 명단에서 ‘김철수’는 양형섭 연형묵 리선실(이상 정치국 후보위원) 다음에 이어졌고, 서열 작성 주체로는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중앙인민위원회, 정무원’ 등이 망라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수령 김일성’의 장의위원 명단이라는 점에서 의전을 매우 중요시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같은 명단에 처음 등장한 인물이 직책도 없이 올랐으니 국가정보기관에서 예의 주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송두율 교수는 당시 ‘국가장의위원회’ 초청으로 김일성 장례식에 참석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송씨가 ‘한겨레 21’ 지난 94년 8월1일자에 기고한 ‘김주석이 떠난 북한 방문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94년) 7월10일 새벽, 국가장의위원회에서 나를 초청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17일로 예정된 영결식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오후 베를린을 출발, 모스크바를 경유해 14일 오후 평양에 도착하였다. … 김주석 영구를 돌아보고 난 후 김정일 비서와 처음으로 대면하였다. 김비서는 이렇게 먼 길을 와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필자도 간단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 당의 대남담당 김용순 비서와 사상담당 비서로 오래 일하다가 지난해(93년) 말부터 당의 국제관계를 맡아보는 황장엽 비서와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알쏭달쏭” 말 많은 송두율의 정체
따라서 송씨가 국가장의위원회 초청으로 김일성 장례식에 참석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장의위원 명단에 오른 ‘김철수’와 송씨가 동일인물인지가 핵심이다. 지난 98년 8월 ‘월간조선’은 황장엽씨의 저서 ‘북한의 허위와 진실’의 일부분을 발췌 인용하면서 ‘송두율은 과연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인가?’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황씨는 그의 저서에서 “북한 통치자들은 남한 학생들과 독일에 있는 남한 유학생들을 끌어당기기 위하여,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목적에 이용하기 위하여 그(송씨)를 ‘김철수’라는 가명 아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하고, 김일성이 접견한 사진을 크게 보도한 바 있다”고 기술했다. ‘월간조선’은 이 부분을 토대로 송씨와 김철수의 관계를 취재한 것이다.

이 기사가 발단이 되어 송씨는 황장엽씨를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은 1심 계류중이다. 송씨측은 지난해 9월28일 국정원에서 열린 비공개 ‘출장재판’(서울지법 민사합의 16부)에서 “김주석의 장례식에 조총련계를 제외하고도 해외동포 200여 명이 참석했다”며 국정원과 황씨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송씨는 지난 4월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김철수’는 네 명이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친북 인사 김모씨,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국 학생 두 명의 방북을 주선한 김철수,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을 북으로 데려간 김철수, 그리고 서경원 전 의원이 방북할 때 여권에 사용한 김철수 등이다. 이들 네 명의 김철수는 모두 나와 상관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는 한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씨는 또 명예훼손 소송 소장에서도 “김철수란 가명을 쓰는 노동당 중앙위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무역업을 하는 김성수라는 사람이며 나는 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정원과 황씨는 송씨와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를 동일인물로 간주하였다. 황씨는 지난해 9월28일 비공개재판에서 “지난 91∼92년쯤 김용순 비서가 두 차례 전화를 걸어와 ‘송씨를 앞으로 김철수라 부르고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하려고 하는데 자본주의 물이 많이 들어 있으니 황비서가 주체사상에 대해 교양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이 재판에 앞서 재판부 사실조회에 따른 질의 회신에서 “송교수의 방북에 대한 첩보와 독일 정보기관의 동향자료, 귀순자들의 증언, 황씨 증언 등을 토대로 한 확인작업 결과 송교수가 거물 공작원 김철수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반면 송씨는 지난해 9월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도 “국정원과 황씨는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도 없이 황씨의 주장을 국정원이 뒷받침하고, 이 국정원의 주장을 황씨가 증언으로 뒷받침하는 일종의 순환논법을 사용하였다”며 ‘증거자료를 대라’는 입장인 것 같다.

따라서 문제는 ‘물증’ 부분에 대한 공개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이 현재 어떤 물증들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물증이 있다 하더라도 국정원으로서는 국가기밀 부분에 대한 자료와 외국 정보기관 등에서 받은 자료들을 함부로 공개하기는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가장 확실한 ‘물증’이라면 북한의 노동당 조직지도부나 대남사업부에서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철수’에 대한 비밀파일일 텐데, 북한이 남한 재판부의 ‘편의’를 위해 이를 제공할 리도 만무하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송씨가 귀국하여 국정원의 심사를 받으며 자신이 ‘김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송씨는 현재 독일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 재판은 상당 기간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다시 불거진 ‘송두율 논란’은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야말로 ‘헷갈리는’ 일이다.



주간동아 2001.04.26 281호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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