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4

2001.03.08

한·일 과거사 인식 아직도 차이 크다

“문제 해결 안 됐다” 韓 89%, 日 58%

  • <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정치심리학 박사 kyuno@randr.co.kr >

    입력2005-02-15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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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문부성은 ‘새로운 역사교과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역사교과서의 최종 수정안을 접수하였다고 하니 일본 중학생들이 극우적 역사관을 배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이 만든 최초 교과서 내용 중에는 한일합병을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고 일본의 식민지정책이 ‘한반도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며, 아시아 침략사실에 ‘침략’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며,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니 그들의 뻔뻔함에 그저 놀랄 뿐이다.

    2000년 10월 R&R가 동아일보사의 의뢰로 일본 아사히신문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일국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포함한 과거사문제가 해결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 응답자들은 89%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 반면, 일본 응답자들은 58%만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하여 양국간의 과거사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일본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차별의식 때문’이거나 ‘보상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서’라는 응답이 많은 반면 한국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사죄가 충분치 않다’거나 ‘역사인식-교과서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훨씬 더 많다. 우리는 과거사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보고 있고 일본사람들은 물질적이거나 현재의 문제로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 과거의 잘못을 자꾸 들추어내고 반성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민족이나 국가 차원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런 인지상정을 극복하고 인류에게 역사적 진실을 고백하고 국민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지도자와 지성인이 할 일이다.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사죄한 아데나워 총리나 무릎 꿇고 사죄한 브란트 총리, 모금운동에 앞장서는 귄터 그라스 같은 독일의 지성인들에 비해 일본 지도자와 지성인들의 국수적 행태는 정말 꼴불견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역공동체로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데 아시아는 아직 과거사에 얽매여 있다. 일본 지성인들의 속 좁은 국수주의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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