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0

2001.02.08

달라진 청와대 업무보고 “좋아 좋아”

부처마다 민간 전문가 참여 현안 토론… “내실 있는 토론 한계” 지적도

  • 입력2005-03-16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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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청와대 업무보고 “좋아 좋아”
    새해 들어 각 부처의 청와대 업무보고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토론식 진행을 선보임으로써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신선한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월15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에서부터 경제부처의 업무보고에는 해당 부처 장관과 국장급 공무원 이외에도 모두 5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해 각 부처 현안에 대한 토론을 시도하고 있다.

    재경부 업무보고에는 서강대 김광두 교수, 연세대 정갑영 교수, 매일경제 강응선 수석논설위원,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김천주 주부클럽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 20일 열린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도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 등 업계 대표 2명과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 등 학계 인사 3명 등 모두 5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같은 방식은 2월에 예정되어 있는 노동부, 기획예산처 등의 업무보고에도 똑같이 적용될 예정이다.

    청와대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 참여해 벤처단지 중심의 판교 신도시 개발론에 반대논리를 폈던 권용우 대표(성신여대 교수)는 “민간인들이 대통령 앞에서 민의를 제대로 전달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권교수는 “판교 신도시가 정부 방침대로 추진돼 인구 100만 수준의 도시로 성장하면 용인 성남권과 더불어 경기도 전체에서 과밀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며 “판교를 ‘초저밀도 전원형 도시’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단지 중심의 신도시 개발론을 확정한 당정의 입장과는 당연히 배치되는 이야기. 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TV토론에 패널로 참여해 수도권 문제를 놓고 당시 김대중 후보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던 권교수는 “수도권 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인식이 선거 당시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각 부처의 올해 현안 업무와 관련한 해당 분야 전문가를 담당 부처에서 올리면 청와대에서 별도 검토 없이 모두 업무보고에 배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질문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즉석에서 이뤄지며 각 전문가의 해당 분야와 관련한 최소한의 자료만 비서실에서 올린다는 이야기다. 민간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도 적지 않은 편. 각 부 장관의 업무보고 이후 현안에 대한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막바로 이에 대한 장관의 답변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유도하는 방법도 선보이고 있다.

    대통령도 민간인들 의견에 남다른 관심



    그러나 대통령이 틀에 박힌 관료들의 보고에서 벗어나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과 본격적 토론을 벌이기에는 보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각 부처별로 5명씩 참여하는 민간 전문가들 중 업무보고 시간에 한마디라도 발언했던 사람은 2, 3명 정도. 재경부 업무보고에서는 서강대 김광두 교수가 자금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연세대 정갑영 교수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의 질문을 받아 발언했고, 강응선 매일경제 수석논설위원이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냈다. 건교부 업무보고에서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이 건설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대표가 판교 신도시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 등을 냈다.

    당연히 업무보고에 참석했지만 발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마음에 담아두고 나온 이야기들이 없을 수 없다. 재경부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김천주 주부클럽연합회장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 기업들이 소비자 상담실을 정리대상 1호로 설정하는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 보호 차원의 감독을 요청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건교부 업무보고에 참여했던 서울시립대 손의영 교수도 “정부 차원의 투자 효율성 제고를 주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보는 회의에서 내실 있는 토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장관이 주재하는 전문가 토론모임이 자주 개최되는 것이 생산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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