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0

2001.02.08

영종도 카지노를 잡아라

‘노다지’ 인식 국내외 업체들 물밑 베팅… 관련 법 개정·정부 허가 등 아직은 난제 투성이

  • 입력2005-03-16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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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카지노를 잡아라
    지난해 정기국회 때 일이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돼 발의한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제공항 서비스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었다. 말 그대로 인천공항의 서비스 증진을 위한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었지만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 법안의 핵심이 이 법안 20조 ‘환승지역 내 서비스업에 관한 규정’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당시 서비스업이라는 애매한 규정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 실제로는 공항 환승지역 내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측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공항공사 김동용 기획실장은 “공항 수익 증대 차원에서 3년여 전부터 환승 여객을 대상으로 한 카지노 사업 유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카지노 유치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공항 환승지역에 카지노를 유치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라는 반발에 부닥쳐 의원 입법을 추진한 의원들이 발을 뺐기 때문. 카지노 인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이 법안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추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금광·아키에스’ 현재 가장 유리

    인천공항의 카지노 사업 추진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카지노 업계에서는 이를 영종도 지역 ‘카지노 열풍’의 한 단면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개항이 3월로 다가오면서 국내 카지노 업계의 관심은 영종도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동남아의 허브(hub) 공항을 목표로 건설된 인천공항 배후단지에 카지노를 인가받을 경우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현행법상 영종도에 카지노를 인가받기 위해서는 영종도에 특급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곳은 인천공항공사에 의해 공항 내 국제업무지역 호텔사업자로 선정된 대한항공과 광주 금광기업, 그리고 작년 2월 영종도 인근 용유도 앞 공유수면에 국내 최초로 해상호텔 건립 승인을 받은 ㈜아키에스(대표 김태호). 대한항공과 금광기업은 이곳에 각각 534실과 500실 규모의 특1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세 기업 모두 굳이 카지노에 대한 관심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카지노 인가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언젠가는 카지노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금광기업 고경주 사장 역시 “지난해 2월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서울 부산에 한두 곳 정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장을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영종도 공항에 호텔 건설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종도 ‘카지노 열풍’에 긴장하는 곳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스몰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영종도 지역에 새로운 내국인 카지노가 허용되면 강원랜드 영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는 더 이상 신규 허가가 없다’고 못박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종도 지역에 허가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언제든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전용 신규 카지노는 외래 관광객 30만명 증가당 두 곳까지 허가가 가능하다.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 관계자는 “94년 이후 신규 카지노 허가가 없었고 작년에 외래 관광객 50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최고 8개까지 신규 허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부 박양우 관광국장은 “현재로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규 허가에 대해 방침을 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카지노 업계가 영종도 지역에 주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영종도 지역이 카지노 신규 허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순수 관광객들이 굳이 서울까지 들어오지 않고 영종도 일대에 머물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종도 지역 카지노 신규 허가는 필수적이라는 뜻을 정부 요로에 전달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들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영종도 지역 카지노 신규 허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검토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모 전 청와대 비서관은 “98년 무렵 카지노 신규 허가 문제를 검토한 결과 인천공항 배후단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신규 허가해주는 것은 명분이나 실리 측면에서 여론을 설득할 수 있지만 서울시내 지역 신규 허가는 여론의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현재 인천공항 배후단지로 추진되고 있는 영종도 인근 용유-무의도 국제관광단지도 카지노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 인천시는 2012년까지 인천 국제공항 배후지역인 용유-무의도 일대 213만평에 국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카지노 호텔 컨벤션센터 골프장 쇼핑몰 등이 어우러진 국제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 현재 관광단지 조성 계획에 대해 환경-교통-인구 등 각종 영향평가가 진행중이다.

    인천시는 이 지역 개발을 담당할 민간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중인데, 현재 CWKA사(대표 김철욱)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김철욱 대표는 이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자 및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는 테마파크 개발 및 운영사 빌리지로드쇼, 매리어트 호텔 등의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 1월17일 최기선 인천시장을 만난 데 이어 19일 이한동 국무총리를 차례로 만나 이 지역 개발에 대한 투자 의향과 구체적 계획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업 시행 능력을 갖고 있는지다. 인천시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외교통상부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통해 이들 투자가의 신용 정보를 파악한 결과 충분한 사업 시행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인천시청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CWKA사 김철욱 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용유-무의지구에 6조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혀 인천시의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인천시가 이들의 사업 시행 능력을 나름대로 검증한 것은 정체가 의심스러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데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98년 11월 용유-무의 단지에 30억달러를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미국 피닉스 게이밍 그룹과 소아링 이글사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 최기선 시장을 면담했다. 그러나 역시 이들이 면담을 원한 유종근 전북지사측은 이들의 실체가 의심스럽다고 판단, 면담을 거부했다. 최기선 시장은 나중에 이를 알고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외자를 끌어들여 용유-무의지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점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체로 카지노 신규 허가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 인천시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현행 법상 외자유치 조건으로 카지노를 신규 허가해줄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에서는 용유-무의지구 내 카지노 신규 허가를 위해 최대한 행정 지원을 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부 박양우 관광국장은 “아직 인천시에서 특별한 건의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국장은 “98년 관광진흥법 개정 당시 1억달러 이상 외자유치를 담보로 한 조건부 허가제 조항이 국회 심의 과정에 빠졌으나 이제는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카지노 조건부 허가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고 밝혀 법 개정 작업 추진을 시사했다.

    결국 관련 법이 개정된 이후 영종도 카지노 허가를 둘러싸고 내외국인간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문제는 카지노에 대한 일반의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카지노 사업 인가가 김대중 정권 최후의 이권사업이라는 인식마저 퍼져 있는 상황이어서 다음 정권에서나 카지노 신규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새 카지노 신규 허가 문제가 김대중 정권의 ‘뜨거운 감자’가 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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