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0

2001.02.08

대선 예비주자들, 몸풀기 시작했다

‘캠프’ 이전 새 인물 충원 등 물밑행보… 상반기 이후 대선 행보 본격화 전망

  • 입력2005-03-16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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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예비주자들, 몸풀기 시작했다
    엄동설한 속에 대선 예비주자들의 ‘몸풀기’가 한창이다. 상반기를 넘어서면 각 주자들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캠프’를 이전하거나 새로운 인물들을 충원하는 등의 물밑 준비작업에 분주한 것.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 1월27일 서울 여의도 정우빌딩 8층에 있던 자신의 사무실 ‘21세기 국가 경쟁력 연구회’(회장 서강대 김광두 교수)를 같은 빌딩 5층으로 옮겼다. 5층 사무실은 기존보다 두 배 늘어난 90평 규모.

    이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기존 사무실이 좁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이위원의 사무실 확대를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위원은 지난해 4·13 총선 이후 사무실을 대폭 축소했었다.

    이위원의 측근 인사들은 “상반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여권내 다른 대선 주자 캠프에서는 “후원 세력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일선 후퇴, 김중권 대표 체제의 등장, DJP체제의 복원 등 주변의 상황 변화 속에서 이최고위원이 국민을 상대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선 예비주자들, 몸풀기 시작했다
    ‘연구회’를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기독교방송 보도국장을 지낸 한용상 기획조정위원장이고 김창석`-`김부곤 특보와 최철규 실장이 한위원장을 돕고 있다.



    지난 97년 6월 창립된 ‘21세기 산악회’(수석부회장 최경선 전 경기도정무부지사)는 이위원의 또 다른 대선용 캠프다. 서울 마포 대농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산악회는 현재 16개 지부, 147개 지회를 둔 대규모 전국조직으로 3월부터 본격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회원은 5만명 정도.

    산악회 박수현 사무총장은 “3월에 3000명 정도가 참가하는 산행을 대구 팔공산에서 가질 예정”이라며 “당분간 회원 확대보다 정예화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충근 특보는 “국민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DJ`-`JP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민주당 후보’가 되는 길로 간다”며 “대선까지 남은 2년이란 세월은 너무도 긴 시간으로 목소리를 내더라도 일정한 한도 내에서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위원과 비등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노장관은 지난해 9월30일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 3층에 ‘자치경영연구원’(원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을 열어 대선 캠프를 갖췄다.

    민주연합청년동지회(약칭 연청) 창립 멤버이자 사무총장을 지낸 염동연씨와 96년 4·11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대구 중구에 출마했던 이강철씨가 조직을 맡고 있다. 동교동계 인사로 지난해 8·30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 박상천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염씨는 동교동계와 노장관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정책포럼 이충열 소장이 외교분야에서 돕고 있고 안희정 서갑원 이광재 배기찬 백원우씨 등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노장관의 한 측근은 “장관을 맡고 있어 움직이는 데 제약이 많아 본격 활동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장관 측에서는 자치경영연구원의 전신인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출신의 35명 단체장과 230명의 지방의원을 조직력의 기본 바탕으로 삼고 있다.

    노장관 캠프의 활동 중 주목되는 것은 ‘사이버팀’이다. 서울대 약대를 나온 고성규씨 등이 중심이 돼 움직이는 사이버팀은 전세계에 40명의 사이버보좌관을 두고 있다. 이들은 노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와 동정 등을 시시각각으로 각계 각층 인사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노장관 캠프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광재씨는 “우리는 향후 변화될 대선 환경에 대비, 이폴리틱스(e-politics)를 체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여권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노장관과 이인제 최고위원간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측근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역사와의 승부를 시작한 김대통령은 지역감정 문제를 정면으로 치고 나올 것”이라며 명분과 민주세력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노장관이 결국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대문 임광빌딩 10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김중권 대표는 뚜렷한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헌태 공보보좌역은 “집권당 대표로서 잘하는 것이 대선 주자로서 최고의 전략”이라는 말로 김대표의 대권행보를 정리했다. 김대표가 평소 “자기의 생각과 외부의 생각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해온 것에서도 이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이보좌역은 “일정 시점이 되기 전까지는 대권과 관련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황태순-이형록 대표비서실 차장이 가까이서 김대표를 돕고 있고 조은희 전 청와대문화관광비서관은 외곽에서 활동중이다.

    김대표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은 이한동 국무총리다. 이총리의 한 측근은 “대권의 대자도 나와서는 안 된다. 국정에 전념하는 것이 최선의 대권 행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총리 측에서는 대선의 시대적 명제를 분열과 갈등을 통합할 수 있는 ‘포용’으로 보고 있다. 이런 논리는 “영-호남을 거중 조정할 수 있는 제3의 지도력이 필요하고 이것은 중부권에서 나와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총리 측은 3김과 가장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치인, YS-DJ간 관계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총리의 한 측근은 “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총리 측에서는 DJP 공조체제의 회복으로 JP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등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며 내심 즐거운 표정이다.

    민주당 동교동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한화갑 최고위원은 아직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았다. 측근 인사들이 캠프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한위원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며 요지부동이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미주빌딩 2층에 둥지를 튼 김근태 최고위원은 올 한해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30평 규모에 이동섭 보좌관 등 10명이 상근하고 있는 ‘한반도 재단’이 김최고위원의 캠프다. 김위원은 취약점인 재정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재단 설립이라는 길을 택했다. 3월29일 정식 출범을 앞두고 현재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김위원은 최근 조직 기획 홍보 등 7개 분야로 팀을 나누는 등 본격적인 대선 주자 체제를 갖췄다.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후보 캠프 홍보팀에서 일했던 김재연씨를 영입하는 등 ‘외부 인사’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정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정책연구실의 책임자는 최병권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결정됐다.

    취약한 대중성 해결 방안에 고심중인 김위원은 최근 ‘팝콘론’을 설파 중이다. “잘 여문 팝콘이 크게 터진다”는 것으로 “자질이 뛰어난 김위원이 나중에 급부상할 것”이라는 요지다. 김위원의 한 측근은 “대선 주자 가운데 경제전문가가 없다. 김위원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재경위원회에서 오래 경험을 쌓았다. 앞으로 이 부분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3월 재단 창립행사 뒤에 치르는 학술행사에서 김위원이 경제와 관련한 주제 발표를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위원 캠프에서는 최근 김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부쩍 고심하는 기색이다.

    박상천-정동영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1월2일 민주당 시무식 격려사를 통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려는 사람은 비전과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해 대선 도전 의지를 표명한 박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기계회관 7층 ‘박상천 후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의원을 지낸 정진우 특보가 조직, 김철근 특보가 언론과 정무, 조중훈 특보가 직능 분야 등을 담당하며 박위원을 돕고 있다.

    박최고위원은 “강연을 많이 할 생각이고 국정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근 특보는 “대선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는 풍토가 만들어지면 박위원이 다크호스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을 선결 과제로 보고 있는 박위원 캠프는 독자 노선을 걸으며 세를 키워 어떤 상황이 되든 대선 마당의 한 축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경기 지역의 ‘천사모’(박상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대구`-`경북 지역의 ‘한마음회’ 등 지역조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겸손해 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보이스카웃 빌딩 2층에 캠프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정최고위원은 당분간 컴퓨터 경제 영어 공부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는 최근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정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당과 김대중 정부가 꼭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도록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20∼30대를 대상으로 한 강연, 벤처기업인들과의 만남, 홈페이지 대폭 개편, 인터넷 방송국 운영 등을 구상중에 있다. 하반기에는 전문가들과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책을 펴내 정책능력을 검증받을 생각도 갖고 있다. 보좌진도 홍보 정책 조직 등으로 체계화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내부적으로 캠프를 체계화하는 준비를 착착 진행중이다.

    서울 여의도 부국증권 빌딩 11층에 있는 이회창 후원회도 97년 대선 이후 중단했던 회원 가입서를 지난 연말부터 다시 받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은 9만8000여명. 이흥주 특보는 “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른다는 총재의 생각은 확고하다. 후원회는 대선 캠프가 아니고 당에서 하기 힘든 것들을 돕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특보 등 다섯 명이 상근하고 있다. 이총재는 3월쯤 당 체제를 일신한다는 계획 아래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는 김덕룡 의원의 행보도 주목 대상.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4층에 있는 ‘21세기 통일산악회’(회장 이규택 의원)가 김의원의 대권도전 근거지다. 그러나 김의원은 아직까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김의원의 한 측근은 “활동을 본격화할 시기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무소속 정몽준 의원, 고건 서울시장 등도 아직 캠프를 차리지는 않았지만 정국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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