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0

2001.02.08

“도덕 가치, 국가 개조의 기반”

청와대 김성재 정책기획수석 … 지식정보화 사회 우리 민족에 더없는 기회

  •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

    입력2005-03-15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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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 가치, 국가 개조의 기반”
    조지 W.부시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었던 로렌스 린지는 “다양한 이민을 끌어들여 귀화시킨 미국의 흡인력은 정치적-문화적-경제적 자유에 대한 보편적 신념이다”고 말했다. 이런 ‘보편적 신념’이야말로 미국의 비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할까. 청와대 김성재 정책기획수석에게 우리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가적 비전은 무엇입니까.

    “세계 선진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지식정보사회의 구현과 남북화해협력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는 것 두 가지가 중심적 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비전이 실질적인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보화를 이룬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죠. 그래서 정부가 정보화 교육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마 60만 군인 전부에게 정보화 교육을 해 제대시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심지어 재소자에게도 그런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정보화 바다에서 마음껏 항해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도록 정부가 노력하는 거지요. 산업화 시대에는 우리가 뒤져서 지난 100년 동안 가난과 고통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는 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한민족에게는 더없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때에 우리가 이것을 창조적으로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다시 100년 전의 앙화(殃禍)가 올 수 있는 겁니다. 기회이기도 하고 기필코 달성해야 할 소명이기도 합니다.”



    이어령 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쉬 끓고 쉬 식는 냄비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냄비를 계속 끓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냄비를 계속 끓게 할 제도적 장치와 비전 개발에 얼마나 노력했다고 생각합니까.

    “사실 냄비가 계속 끓게 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민간 부문에서 먼저 이루어져 시장이 주도하죠.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민간 부문이나 시장이 주도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정부가 촉발하는 계기는 만들지만 역시 시장이 해야죠. 정부가 하는 일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룰을 만들고 그 룰을 잘 지키도록 관리하는 겁니다.”

    정부가 시장 개입의 정도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비친 측면이 많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 이전에는 시장경제라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형성되도록 일정 부분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2차 구조조정을 오는 2월까지 끝낸다는 것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정책도 이제 2월로 끝낸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시장이 건강성을 회복했다고 보는 거죠.”

    좀더 큰 틀에서 봤을 때 정부는 그동안 ‘제2건국’ ‘신지식인’ ‘생산적 복지’ 등 많은 이념적 지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수사의 남발, 발상의 독점, 하향식 추진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제2건국’은 IMF 위기 직후에 정말 나라를 새롭게 세우는 각오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또 당시는 지식정보사회의 도래를 맞아 국가가 완전히 변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정쟁(政爭)에 휘말리다보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신지식인’ 역시 오해가 있었습니다. 과거의 지식인은 학교를 얼마나 다녔는지로 판가름됐지만, 이제는 학력이 문제가 아니고 사회 속에서 얼마만큼 정보와 지식을 자기의 생업에 유용하게 활용하는 도구로 쓰는지가 지식인을 가름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지식인 입장에서 볼 때는 못마땅한 거죠.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신지식인과 지식정보사회의 기본 개념도 이해됐다고 봅니다.”

    ‘생산적 복지’의 개념이 시장경제와 배치되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복지는 자선적 복지입니다. 그러나 생산적 복지는 일을 통한 복지(welfare to work)입니다. 서구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복지정책이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 하면 노인들을 양로원에 보내 잘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을 재활 훈련을 시켜서 그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사회 속에서 이루어가도록 하는 사회통합적 복지가 생산적 복지의 기본 내용입니다.

    외국에서는 호평을 받는데 안에서는 왜 그렇지 못할까요.

    “정부의 홍보 부족도 있고, 언론들이 너무 비판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죠.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국민에게 완전히 체감될 때까지는 시스템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21세기 국가개조의 기본 방향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입니다. 사람다운 사회가 아니라면 지식정보화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인간적-도덕적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선하는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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