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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이야기

상대팀 감독과 악수하면 승리한다(?)

상대팀 감독과 악수하면 승리한다(?)

상대팀 감독과 악수하면 승리한다(?)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징크스는 그냥 무시하기에는 찜찜하고 온전히 믿기에는 황당한 존재다. 하지만 절망의 끝자락에 놓인 처지라면 이 징크스가 오히려 희망의 싹을 틔워주는 마음의 안식처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프로 스포츠 경기지만 연패의 늪에 빠진 팀들이 별의 별 징크스에 목을 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겨울 스포츠의 꽃’ 2000~2001 애니콜 프로농구가 열기를 내뿜고 있는 가운데 꼴찌팀 동양 오리온스는 벼랑 끝에 섰다. 아등바등 온갖 용심을 다 써봤지만 별무신통. 충격적인 개막 11연패 후 질기디 질긴 연패의 사슬을 끊긴 했지만 바닥을 딛고 일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꼴찌팀의 비애일까. 동양은 현실의 어려움을 탈출하기 위해 우연의 씨줄과 날줄이 엮어준 인과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의 ‘징크스 따지기’는 상상을 초월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할 정도다.

동양에서 징크스를 신주단지 모시듯 신봉하는 사람은 단연 정태호 단장. 그의 첫번째 징크스는 상대 감독과 악수하기. 정단장이 살갑게 건네는 악수는 상대감독들에겐 ‘공포 특급’이다. 최근 농구계에선 정단장의 손을 아예 ‘악마의 손’이라 부른다. 정단장의 징크스가 낳은 무시무시한 별명이다.

동양은 지난해 11월28일 대구 현대전에서 지긋지긋하던 개막 11연패를 끊고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단장은 경기 전 상대팀인 현대 신선우 감독을 만나 악수를 나눴다.

“동양 정태호 신임단장입니다. 시즌 중 부임해서 인사를 못나눴습니다.”



얼마나 승리에 고민하고 집착했으면…. 이날 동양이 꿀맛같은 승리를 거두자 정단장은 자신의 악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단장은 상대팀 감독들에게 ‘노림수’가 깔린 악수의 기회만 호시탐탐 노렸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금까지 팀이 거둔 3승 모두 정단장과 상대팀 감독이 악수를 나눴을 때 기록됐다.

특히 지난 3일 대구 신세기전에서 정사장이 보인 기행은 한도를 넘어섰다. 그 바쁜 중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다 ‘악수 징크스’를 불현듯 떠올리고 “차를 돌려 운동장으로 가자”는 말을 운전사에게 툭 던진 것. 대구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즉시 부리나케 코트로 달려간 정단장. 신세기 유재학 감독에게 다가가 그냥 악수만 하고는 헐레벌떡 차에 올라타고 중역회의에 참석하러 갔다. 승리는 당연히(?) 동양의 차지였다.

이같은 사실이 농구계에서 퍼지자 프로농구 감독들은 정단장을 기피대상 1호로 꼽게 됐다. 요즈음 상대팀 감독들은 정단장을 만나면 화들짝 놀라며 피하기 바쁘다. 농구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감독들 대부분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징크스를 믿으니까….

“동양이 아무리 최약체라지만 ‘악마의 손’이 겁나서 어떻게 악수를 해요?” 프로농구 감독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정단장의 징크스 신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질 때마다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했다”는 부인의 말에 정단장이 한동안 고민하다 내뱉은 말이 걸작이다.

“여보, 경기 전날은 아예 잠을 안 자는 게 어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징크스’. 비합리적인 미신이라지만 스포츠가 살아 숨쉬는 한 결코 떨쳐 버릴 수 없는, 미워할 수 없는 천덕꾸러기가 아닐까 싶다.



주간동아 2001.01.11 267호 (p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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