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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40대여 세상을 바꿔라

‘사회의 허리’가 뛴다

개혁 이끄는 40대 4인… ‘경험’과 박력 겸비, 모나지 않게 ‘세상 조율’

‘사회의 허리’가 뛴다

‘사회의 허리’가 뛴다
세대를 구분할 때 우리는 흔히 ‘30~40대 직장인’ 혹은 ‘40~50대 중-장년층’이라고 표현한다. 40대는 위-아래에 ‘묻혀’ 취급된다. 환경운동연합 김달수 간사는 “40대는 애매한 위치”라고 말했다. 40대는 조직 내에서 왠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있는 둥 없는 둥 하다는 얘기다. ‘낀 세대’는 ‘안전’하니까 스스로 그 습성에 안주하려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40대는 축구의 ‘미드필더’와 같다. 이것저것 모나지 않게 조율하면서 주위를 이끌어나가는 위치다. 40대는 20대보단 ‘박력’이 떨어지고 50대에 비해 ‘리더십’이 약할지 모른다. 그러나 40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갖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40대에게 ‘세상’을 한번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가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40대들이 사회 곳곳에서 뛰고 있다.

김동기씨(41)는 경제를 공부하는 법률가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밸리에선 “벤처를 다시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그에게 물어 보라”는 말이 있다.

83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면서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열독하며 10년간 ‘노동변호사’ 생활을 한 끝에 그는 ‘경제를 더 알기 위해’ 미국유학을 떠났다. 97년 코넬대 법대 석사학위, 뉴욕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고 98년엔 미국 공인회계사자격증도 땄다. 기업가치 평가, 분석 능력을 인증받는 테스트로 ‘월가의 사법고시’로 통하는 CFA(공인재무분석사)시험도 3단계 중 2단계를 통과했다. 마지막 단계만 거치면 김씨는 한국 사법시험, 미국변호사시험, 미국공인회계사시험, CFA시험을 모두 합격한 매우 드문 한국인이 된다.

그는 왜 어려운 시험에 몰두하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법률-금융시스템을 두루 통찰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국내에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벤처위기의 해법은 간단하다. 벤처투자회사를 육성하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한국통신이 참여한 한국IT벤처투자㈜의 미국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서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미국에선 수많은 벤처기업이 망해도 벤처산업 자체는 부흥하고 있다. 벤처투자회사들에 주도권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 등 기관의 풍부한 자금과 최고급 인력이 모여 유능한 벤처투자사가 만들어지는 풍토가 되면 이런 회사들이 스스로 제대로 된 벤처기업들을 육성한다. 넷스케이프, 아마존, 컴팩,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세계적 벤처기업들은 사실 존 도어라는 유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 한 명이 일궈놓은 회사들이다.” 김씨는 “내가 한국의 벤처캐피털문화를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사회의 허리’가 뛴다
나라TV 조근주 사장(40)의 별명은 ‘미스터 에너지’. 그는 “40대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조씨는 MBC 카메라출동 카메라기자 출신이다. 10년간의 기자생활 동안 그는 기자실 ‘간사’역을 도맡았다. ‘포토라인’이라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전직대통령들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담당 부장판사를 설득한 사람도 바로 그였다. 항상 그를 중심으로 주변의 ‘인간관계’가 원만히 돌아갔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그는 방송국에 사표를 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와 ‘인맥’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2억원으로 만든 인터넷벤처기업 ‘나라TV’, ‘슈가’가 지난 연말에는 매출 100억원으로 몸집이 불었다. 그는 “수십억원을 선뜻 투자해준 곳도 있다. 그 회사는 나의 ‘평판’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나라TV를 보자. VJ만 80명이다. 이런 대규모 취재인력이 현장을 동영상으로 담는다. 맛이 검증된 음식점만 소개하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콘텐츠는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질과 양에서 앞선 정보들은 인터넷, 공중파방송, 위성방송, 케이블TV, 휴대폰, IMT-2000 등 여러 경로로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 다매체, 다채널시대의 콘텐츠 부족현상을 예견했고 방송사, 통신사와 발빠르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그는 최근 인터넷사업 각 분야에 포진된 지인들과 함께 ‘벤처네트워크지원센터’를 만들었다. 함께 모아놓고 보니 사업할 거리가 마른땅에서 샘물이 솟아오르듯 생겨난다고 한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마라. 성공의 비결은 복잡하고 어려운데 있지 않다. 당신이 사귀어둔 사람에게서 나온다.” 조사장이 40대에 접어든 동 세대에 던지는 조언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 남윤인순 사무총장(43)은 지난해 12월28일 “사진촬영까지 하는 줄은 몰랐네. 미리 일러줬으면 단장이라도 했을 텐데”라고 농담을 던지며 포즈를 취했다. 남총장은 이해심 많아 보이는 평범한 주부다. 남편은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중학생 딸,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여연을 이끌고 있는 남총장은 한국 여성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인사다. 94년 여연은 지자체 선거의 여성 참여운동을 폈다. 그 결과 여연 출신 여성후보가 많이 당선돼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여연은 여성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데 앞장서 왔다. 대표적인 것이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운동과 직장 내 성희롱방지를 위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운동. 이 법들은 여연이 주장해온 대로 만들어졌다. 얼마 전에 여성 비하발언을 한 외교통상부장관이나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곳도 여연이다. 요즘엔 정부도 여성관련 정책을 수립할 땐 여연측 의사를 물어온다고 한다.

‘사회의 허리’가 뛴다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40대 여성이 쉽게 재취업되고 만족스런 사회활동을 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40대는 여성에게 위기의 시기다. 가정에서 사회로 나가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다. 직장 내에서도 대다수 40대 여성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정규 단순 일용직이다.” 그녀는 원하는 직업을 찾아주거나 다양한 사회활동을 알선하는 40대 여성을 위한 재취업센터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남총장은 “40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꿔가려는 40대 여성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정은일 사무국장(40·목사)은 겨울에 바쁜 사람이다. 기자가 찾았을 때 정 목사는 노숙자 월동 안전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참이었다. 30분도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해서 회의장소로 가는 차안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회의 허리’가 뛴다
정씨는 지난 97년 IMF 경제위기 때 무료급식을 받으려고 교회 앞에 늘어선 긴 줄을 바라보면서 노숙자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경실련, 참여연대, 구세군, 기독교장로회 등과 연대해 노숙자협의회를 창립했다. 정국장은 노숙자들이 편히 지내면서 재활할 수 있도록 전국 170여개 노숙자 쉼터, 무료 급식소의 여건을 개선하는 일에 주력한다. 서울역 등지에서 새우잠 자는 노숙자들이 얼어죽지 않도록 매일 밤 둘러보는 것도 이 단체의 몫이다. 규칙적인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숙자들을 위해 노점상, 고물상 일도 알선해준다. 최근 그를 기쁘게 하는 통계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서울시내 3800여 노숙자의 40%가 ‘물갈이’됐다는 조사결과였다. ‘재활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국장은 지난 3년 동안 노숙자 문제에만 매달려왔다. 그는 노숙자들의 현장에서 저소득층 문제해결의 ‘복안’을 함께 체득했다고 말한다. 기초생활보장제의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데 실업-복지정책의 초점을 맞추라는 것,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 정보화 과정의 탈락자들을 흡수하라는 것이다.

정국장은 한국이 노숙자 없는 나라가 돼 자신의 할 일이 없어지는 게 목표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복지예산 비율이 최저인 한국을 ‘복지사회’로 바꾸려는 사람이다.



주간동아 2001.01.11 267호 (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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