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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댄싱컬 ‘올 댓 재즈’

한익평씨 뮤지컬 안무 인생 총정리

한익평씨 뮤지컬 안무 인생 총정리

한익평씨 뮤지컬 안무 인생 총정리
어느 뮤지컬 제작자가 대형 뮤지컬의 캐스팅을 앞두고 이런 푸념을 늘어놓았다. “노래, 연기, 춤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진짜 뮤지컬 배우가 없어요. 노래가 되면 춤이 빠지고, 춤이 되면 노래나 연기가 안 됩니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서 더 아쉬운 것은 춤을 출 줄 아는 뮤지컬 배우죠.”

그래서 그 제작자는 단원을 모집할 때 춤의 비중을 더 높이 둔다고 했다. 노래만 하는 배우에게 춤을 가르치는 것보다, 춤을 출 줄 아는 배우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쪽이 더 쉽다는 설명이다.

춤은 한국 뮤지컬의 아킬레스건이다. 창작 뮤지컬의 효시인 예그린의 ‘살짜기옵서예’(66년) 이후 30여 년이 흘렀건만 안무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 없다는 게 그 사실을 입증한다. 안무가 한익평씨(65·전 KBS예술단장, 현 스타서치스쿨 예술감독)는 국내 뮤지컬에서 춤이 빈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뭔가 줄거리가 있어야 뮤지컬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춤동작 하나가 언어요, 연기입니다. 78년 브로드웨이에서 ‘댄싱’(갈라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을 본 후 드라마가 없어도 뮤지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충격이었죠.”

그 후 한씨는 줄곧 ‘댄싱’ 같은 작품을 구상했지만 번번이 시기상조라는 주위의 만류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 뮤지컬 안무의 역사를 총정리한다는 의미에서 후배들과 함께 ‘올 댓 재즈’를 무대에 올리며 20년 꿈을 실현했다.



이 작품을 위해 뮤지컬 안무 1세대인 한익평씨를 중심으로 2세대인 설도윤(스타서치스쿨 대표) 한진섭, 3세대인 이상호 서병구 김한기 주원성 이언경 오재익씨가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특히 안무와 연기를 겸하고 있는 주원성씨(‘아가씨와 건달들’ ‘브로드웨이 42번가’ ‘로마의 휴일’ 등 출연)는 한씨의 관능적인 춤 솜씨를, 이상호씨는 한씨의 세련된 안무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춤동작에 얘기를 담아가는 것이 뮤지컬”… ‘댄싱’ 같은 작품 꿈 실현

‘올 댓 재즈’는 미국의 전설적인 안무가 보브 포시의 생애를 재조명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시카고’ ‘피핀’ ‘포시’(모두 보브 포시의 주요 레퍼토리로 엮은 뮤지컬)의 맥을 잇는다. 그러나 드라마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을 위해 ‘올 댓 재즈’는 죽음을 눈앞에 둔 보브 포시가 지난 삶을 회상하는 부분에 노래와 대사를 삽입했다. 하지만 춤을 전면에 내세우고 노래와 대사가 뒷받침하는 형태여서 뮤지컬보다 ‘댄싱컬’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작품이다.

한익평씨가 보브 포시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동시대를 살아간 안무가이며 ‘춤의 관능미’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자신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씨는 청년시절 운동삼아 시작한 발레에 빠져 1957년 동국대 국문과를 중퇴하고 61년 국립발레단의 전신인 한국발레단에 입단해 62년 동아일보 주최 신인무용콩쿠르 발레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곧 ‘딴따라춤‘에 한눈을 팔더니 동양방송 개국과 함께 ‘쇼쇼쇼’ 안무가(17년)로 나서며 무용계의 ‘파계승’을 자처했다.

워커힐 상임 안무, 미8군 전속 안무, 예그린 뮤지컬 안무 등을 맡아 ‘다리를 쩍쩍 들어올리는’ 쇼 무용을 소개했다. 그때마다 ‘선정적’이라고 욕을 먹었지만 그는 의연했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9일 한익평씨는 무용인생 40년 만에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훈장 수여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창 ‘올 댓 재즈’ 연습에 열중하던 스타서치 단원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딴따라로 손가락질받던 쇼 무용, 뮤지컬 내에서도 찬밥 신세였던 춤이 드디어 전면으로 부각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씨는 “오랜 전통에 의해 정해진 규칙대로 추는 춤이 발레라면, 카메라 앵글에 맞춰 내용보다 트릭에 의존하는 것이 방송무용이고, 춤동작에 얘기를 담아가는 것이 뮤지컬”이라면서 “뮤지컬은 내용의 연결과 동작의 완벽을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뮤지컬 공연이 늘면서 후배들이 설익은 안무로 그저 그런 작품들을 양산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면 가방 싸들고 무작정 떠나야 합니다. 뉴욕도 좋고 유럽도 좋고 가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껴야 해요. 춤은 감각으로 하는 겁니다. 춤에는 기교 이전에 ‘세련미’가 있어야 해요.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는 3분까지 들어줄 수 있어도, 잘 못 추는 춤은 10초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관객의 눈은 냉정해요.”

·올 댓 재즈/ 11월22일~12월6일 오후8시, 토-일 오후3시 7시/ LG아트센터/ 02-501-7888



주간동아 2000.11.23 260호 (p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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