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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 시장을 잡아라” 공룡들의 전쟁

어도비·MS·매크로미디어, “전자책 표준 선점이 절반의 승리”…모델 개발 총력

“e북 시장을 잡아라” 공룡들의 전쟁

“e북 시장을 잡아라” 공룡들의 전쟁
어도비가 평정하고 있는 전세계 전자책(e-book)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한 도전장을 던졌다. 이 싸움에 매크로미디어도 가세했다. 3파전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네티즌들은 모니터에서 전혀 새로운 모습의 전자책을 접하게 될지 모른다.

한국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올들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전자책 분야. 이곳에서 전 출판업계를 뒤흔들 ‘자체 왕 중 왕 가리기’ 대회전이 시작된 것이다.

전자책에 관한 매스컴 보도는 자주 있었지만 전자책에 대한 일치된 정의는 아직 없다. ‘솔루션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자책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개념으로 전자책을 설명한다. ‘하드웨어 전자책’과 ‘소프트웨어 전자책’이 바로 그것이다. 전자는 별도의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것이고 후자는 기존의 컴퓨터기기에 내용만 다운로드받아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음성·동영상 등 첨단기술 경연장

하드웨어 전자책은 액정화면(LCD)이 달린 노트북 형태의 단말기가 종이 책 역할을 대신한다. 대부분 이메일과 뉴스 송수신까지 가능하다. PDA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볼 수 있는 것도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업체 누보미디어가 개발한 로켓e북(Rocekt eBook)은 크기와 무게가 서점에서 보는 하드커버 책 한 권과 비슷하지만 4000페이지 분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 전자책의 치명적 문제점은 역시 ‘따로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기기 값도 비싼데다 특정 단말기에 맞는 콘텐츠가 제한돼 있다. 한국에 하드웨어 전자책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따로 단말기를 사지 않아도 되는 소프트웨어 전자책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3의 싸움은 바로 이 소프트웨어 전자책의 표준을 거머쥐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어도비의 ‘아크로 뱃’으로 만든 PDF 파일은 파일 크기는 작으면서 어디서나 고품질의 인쇄물을 얻을 수 있는 형식인데다 기존 데이터를 손쉽게 전환할 수 있어 전자책 시장에는 적격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용 소프트웨어는 공짜로 쓸 수 있고 기존 책의 모양을 그대로 파일로 저장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거부감도 적다. 특히 매킨토시 환경에서 PDF를 쓰면 활자 책의 보존성을 높이면서 그림과 글이 조화롭게 편집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크로 뱃’은 매킨토시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에서 널리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앙일간지들은 편집된 신문지면을 인터넷상에서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대부분 ‘아크로 뱃’이 활용되고 있다.

어도비는 최근 미국 글래스북을 인수하고 전자책 업체인 반즈앤노블(www.bn.com)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현재 전자책분야 최강인 어도비가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전자책 시장을 평정하기 위한 일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도비의 ‘PDF’에 첫 도전장을 낸 쪽은 매크로미디어의 플래시 모델이다.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마치 영화를 보듯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파일 형식이다. 어도비 PDF 파일처럼 전용 플러그인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읽을 수 있다. 플래시의 가장 큰 장점은 음성과 동영상까지 구현한다는 점. 게다가 영화를 볼 때처럼 문자를 흐르게 하는 효과도 준다. ‘독서의 재미’를 높여주는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PDF나 플래시는 특정 회사의 표준이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어느 한 업체가 석권한다면 세계 유일의 전자책 독점업체가 등장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최근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 XML표준이다. 웹을 구현하고 있는 HTML보다 멀티미디어에 더 적합한 문서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XML은 이미 다른 장르에선 인터넷 표준 규격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발자들에게도 ‘적응하기 쉽다’는 호평을 듣는다. 또 XML은 어떤 기기에도 데이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놀라운 호완성을 지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로 이 XML을 이용해 어도비를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명분’과 ‘기술력’을 내세워 ‘전자책 시장 패권’을 쥐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계획은 사실 오래 전부터 준비돼 왔었다. 전자책이 첫선을 보인 1998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관련업체 73개사와 함께 OEBF를 구성했다. 지난해 9월엔 XML 기반의 오픈 이-북 출판규약도 제정했다.

XML은 기존 전자책의 약점을 단번에 해결했다. 예를 들어 PDF는 같은 내용이라도 온라인 서점의 시스템에 따라 다른 전용 소프트웨어로 읽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음성이나 멀티미디어도 구현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은 XML로 된 전자책이 실용화하면 금세 해결된다. 심지어 XML이 TV로 전자책을 보는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업체도 컨소시엄 출범

세계 전자책분야의 이런 긴박한 움직임은 한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7일 국내외 출판 관련단체와 전자책 관련 업체들이 모두 참여한 한국전자책 컨소시엄(EBK·e-북 코리아)이 출범했다. EBK의 백원근 간사는 “56개 관련 업체들이 워킹그룹을 만들어 표준, 저작권, 보안문제를 논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자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전자책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민`-`관 합동으로 23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문화관광부, 전자책관련협회, 학계, 업계로 구성된 ‘전자책활성화정책협의회’가 곧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 전자책 온라인서비스업체(BSP), 솔루션업체, 콘텐츠업체, 통신사업자, 유통회사, 출판사, 작가로 구성된 ‘전자책산업협의회’가 따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국내 전자책 업계에서도 이제 서서히 멀티미디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도서전시회인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전자책 분야에서 ㈜와이즈북(http://www.wisebook.com)은 사운드와 동영상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e북을 선보여 30만 달러 이상의 수출성과를 거뒀다. ‘미운 아기오리’ ‘태권 넷’과 같은 멀티미디어 전자책은 첫날부터 터키와 프랑스 출판업자의 관심을 끌어 판권판매 계약이 체결됐다. 이 회사 오재혁 사장은 “컴퓨터와 단말기 등을 통해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는 기술은 재고 없는 출판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멀티미디어 기술이 널리 실용화되진 않고 있다. 예스24 (www.yes24.com), 드림북(dreambook.dreamwiz.com), 북토피아(www.booktopia.com), 인터넷 만화방 등이 구현하는 전자책시스템은 대개 전자책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형태다. 예스24(http://www.yes24.com)의 경우 매월 두 명의 중진작가 장편소설을 내보낼 계획. 이미 구효서씨가 ‘정별’(情別)을, 이순원씨가 ‘모델’ 을 발표했다.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매크로미디어의 3파전 속에서 전자책은 필연적으로 문자에다 소리, 그림, 영상, 그래픽, 검색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이 명실상부한 ‘입체적 책읽기 시대’를 여는 것이다. 편집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져 ‘정보의 초고속유통’이 가능해지고 전문서적분야 시장이 활성화하며 한국 정보산업의 해외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CD가 책의 개념을 바꿀 것이란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던 선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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