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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과 정치인 잇는 브로커 있었다”

정씨 개인 비서실 직원 폭로…정·관계 인사 꼬리무는 연루 의혹

“정현준과 정치인 잇는 브로커 있었다”

“정현준과 정치인 잇는 브로커 있었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은 2000년 6월부터 9차례에 걸쳐 동방`-`대신 금고로부터 차명으로 124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10월27일 구속됐다.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도 동방금고에서 타인명의로 431억5000여만원을 불법 대출받아 사채에 이용한 혐의로 같은 날 구속됐다.

그러나 상호신용금고법 위반이나 배임죄 등 이들의 개인비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현준-이경자 금융스캔들’의 포커스는 단 한 가지. 바로 정-관계 인사들이 이 스캔들에 어느 정도 관여돼 있느냐는 점이다.

불법대출사건으로 막 내릴 것인가

이와 관련, 서울지검에서는 현재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선 이미 이 사건의 근본 성격을 ‘주식폭락과 동업자간의 앙금에서 비롯된 불법 금융사건’으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일부 직원들이 ‘촌지’를 받다 연루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30대의 벤처기업가인 정씨와 정씨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명동의 군소 사채업자에 불과했던 이씨가 정치인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정씨나 이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한 로비로도 충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정-관계 관련 의혹들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이씨는 장내찬 전 국장을 포함한 금감원 직원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폈다. 이 때문인지 금감원은 정`-`이씨가 불법거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정치권, 언론계 인사들은 정씨의 사설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의혹의 큰 줄기는 주로 금감원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의 주변 인물들은 다른 얘기를 한다. 이들은 정-관계의 또 다른 인사들을 의혹의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주간동아’는 10월26일부터 30일까지 정씨의 개인 비서실 소속 간부들, 정씨와 동업관계에 있던 벤처기업 사장 등 정씨의 주변 인물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들 중 정씨의 개인 비서실인 ‘알푸투로’ 소속 A씨는 “현역 여당 국회의원 B씨가 99년 9월 정현준의 개인 비서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검찰수사에서 나오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다. 그는 “그 정치인과 정씨를 연결시킨 브로커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사무실’ 방문객 접대용으로 쓰여

A씨에 따르면 정씨는 계열사 자금관리와 사설펀드 조성 및 운영을 위해 서울 강남 일대에서 두 개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둘 중 청담동 ‘김창숙부띠끄’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은 주로 외부 방문객을 위한 접대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실제 정씨의 자금운영을 결정하는 ‘베이스캠프’는 바로 논현동 삼안빌딩 6층의 ‘알푸투로’였다는 것. 정씨 측근들은 알푸투로의 존재에 대해서는 외부에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A씨는 99년 초 정씨의 개인 비서실에 들어온 뒤 벤처기업 인수, 사설펀드 조성, 계열사 관리 등에 관여해 왔다. A씨는 “99년 9월 알푸투로에 여권의 현역 국회의원 B씨가 방문했다. 그날 내가 사무실에서 직접 목격한 일”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가라는 이모씨가 정씨에게 그 정치인을 소개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는 것. 이씨는 그 정치인보다 사무실에 먼저 와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그러나 그날 외부에 나가 있던 정고문(정현준씨를 지칭하는 말)은 급한 일이 있어서 사무실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정치인은 차를 마시며 30분 정도 정고문을 기다리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정현준씨가 구속된 뒤 정씨의 알푸투로 비서실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그 정치인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A씨는 “그 정치인이 왜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는지에 대해 지금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고문과 그 정치인을 연결해준 이모씨는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잠적해버렸다”고 말했다. 당시는 정씨가 벤처업계에서 ‘거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시점.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벤처업계를 끼고 주식투자를 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나돌 무렵이었다.

정씨의 계열사 정보를 수집해온 대기업 간부 C씨는 “강남 벤처업계에서 정씨는 거침없이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겁 없는 벤처기업가’로 통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씨가 모 현역 국회의원에게 차명 주식을 통해 정치자금을 대고 있다는 ‘설’이 한 때 증권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C씨는 “청와대 비서관 2∼3명과 정씨가 강남에서 자주 어울려 술을 마시며, 이들 비서관이 정씨를 ‘현준이’라고 부른다는 ‘설’도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서울시내 기업체와 증권가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전했다.

정씨는 구속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신문 인수 시도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C씨는 “정씨가 한 언론사 집안 셋째 아들과 잘 아는 사이며, 그 언론사의 경제신문을 인수하기 위해 올해 초 인수대금을 일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당시 벤처업계에선 이를 두고 “서른네살밖에 안 된 사람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C씨는 “정씨가 이른바 ‘정치실세’를 잘 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30∼40대 젊은 정치인, 정부 관료, 언론계 인사 등과는 상당한 연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와 동업자였던 이경자씨의 경우 정-관계 인맥 쌓기에 ‘집념’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8년 이씨와 K대 정책대학원 동기생이었던 S증권사 김 모 사장은 “당시 우리 기수에는 국회의원, 청와대 과장 등 정-관계 인사 9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씨는 수업이나 동기생 모임에 빠지지 않았고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내가 동기회장직을 고사하자 이씨는 ‘동기회장이 내는 부담금 3000만원은 푼돈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김사장)

이씨는 98년 K대 정책대학원을 수료(수업료 300여만원)한 뒤 99년 다시 같은 코스에 들어갔다. 동기생들과 친해질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기회장직’을 맡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이씨는 99년에도 회장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녀는 E대학 정책대학원에 다시 등록해 결국 거기서 동기회장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0.11.09 258호 (p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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