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2000.06.15

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 입력2006-01-10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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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며느리 사랑
    얼마 전 1남2녀의 장남이자 집안의 장손인 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맞이한 집안의 경사인 덕분에 온 식구는 들뜬 분위기였다. 특히 처음 치르는 혼사라 부모님의 마음은 더욱 분주하신 듯했다. 결혼식 예법은 물론 손님 접대 방법에 대해 주위 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행여 실수라도 하실까 노심초사하셨다.

    결혼식 전날 아버지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얘, 폐백 드릴 때 새아기 부모님께도 절 올려야 하지 않겠니. 이제껏 고이 길러주셨는데 인사드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시골 분이라 고지식하시기만 한 줄 알았던 아버지께서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깜짝 놀랐다. 평소 결혼식장에서 폐백드릴 때 신부쪽 부모님은 인사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 예법에라도 크게 벗어날까 봐 신세대인 딸에게 그 의향을 물어보셨던 것 같다. 물론 나는 대찬성이었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신부 부모님에게까지 신경을 쓰시는 아버지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세심한 배려로 결혼식 날 새언니의 부모님은 고이 기른 딸이 시부모님께 인사드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고, 사위와 딸의 큰절도 받으실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리 부모님도 매우 흐뭇해하셨고, 예쁘고 착한 며느리를 맞이한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각별한 며느리 사랑은 며칠 뒤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빠와 새언니가 신혼여행을 떠난 다음날은 새언니의 생일이었다. 집에서 생일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흐뭇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시집와서 처음 맞는 생일인데 그냥 지나갈 수야 없지. 새아기가 신혼여행을 가고 없으니 새아기를 낳아주신 사돈어른께 감사를 드리면 되지 않겠니.”

    결국 새언니의 생일을 맞아 새언니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며느리를 맞이하며 딸을 시집보낸 부모님의 마음까지 헤아리시는 아버지의 작지만 세심한 배려에서 새로 맞이한 며느리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시집보낼 딸을 둔 아버지의 마음 또한 이해가 간다.

    새언니는 일등 신랑은 물론, 이같이 며느리를 끔찍이 생각하시는 일등 시아버님을 얻은 셈이다. 새언니, 아무쪼록 행복한 결혼생활 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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