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8

2000.06.15

팬과 우상… 의남매… 이젠 연인으로

  • 입력2005-12-26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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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과 우상… 의남매… 이젠 연인으로
    “최진실-조성민이 아니라 조성민-최진실로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6월1일 낮 가판대에 걸린 신문에 ‘최진실-조성민 결혼’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의 기사가 나가던 날 저녁 전화통화를 나눈 최진실이 인터뷰 뒤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린 탤런트 채시라와 가수 김태욱. 그들 커플은 항상 채시라의 이름이 먼저 거론됐다. 채시라가 나이가 많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언론의 특성상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지명도가 더 높은 채시라를 앞세운 것이다.

    최진실과 조성민(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성민의 인기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높고 또 촉망받는 프로야구 투수라고는 하지만 ‘국민배우’ 최진실의 이름 값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진실은 자신보다 4년4개월이나 어린 조성민의 이름을 앞에 내걸어 달라고 정중하게 또 간절하게 부탁했다. 얼마나 조성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성민은 1973년 4월5일생, 최진실은 1968년 12월24일생이다. 두 사람은 모두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 최진실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명도나 직업적 특성에 비해 비교적 거짓 없는 인물로 호평받아 왔다.

    조성민 역시 그렇다. 지난 1년 반 동안 교제해 오면서 “최진실과 어떤 관계냐”는 일본과 한국의 언론에 “의남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거짓말로 일관했던 것을 가장 마음아파했다.

    6월1일 새벽 3시경 최진실이 국제전화를 통해 “성민씨, 우리 관계가 신문에 날 것 같아요. 어떡하죠?”라고 걱정했을 때 그는 “차라리 잘됐네요. 진실씨, 마음 굳게 먹고 우리 사랑을 꼭 결혼으로 완성합시다. 기운내세요”라며 최진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한편 꽉 막혔던 기도가 시원하게 뚫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98년 11월2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조성민은 일본의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귀국해 집에서 쉬는 동안 KBS TV ‘행복채널’의 출연 섭외를 받고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했다. 그때 사회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자 조성민은 망설이지 않고 “최진실”이라고 대답했다. 방송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셈이었다.

    조성민은 신일고 재학시절 방안을 온통 최진실의 사진으로 도배했을 정도로 그녀의 열성팬이었다. 그는 최진실을 ‘우상’이라고 표현했다.

    첫 만남에서부터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았다. 그래서 만난 지 한시간이 채 안돼 의남매를 맺고 자리를 옮겨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단란주점까지 가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그때 조성민이 부른 노래가 H.O.T의 ‘열맞춰’.

    이렇게 급속하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그후 스스럼없이 전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우스갯소리도 나누며 정을 키웠다.

    그해 12월 어느 날 조성민이 최진실에게 전화를 걸어 강원도 태백시에 함께 가자고 했다. 평소 최진실이 불우이웃돕기 자선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아는 조성민이 태백시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개안수술을 해주는 행사가 있는데 그곳에 같이 참석하고 싶다고 제의한 것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최진실이었다. 그때 이미 조성민은 최진실을 누나를 넘어 여자로 느끼고 있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성민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동계훈련 프로그램에 합류했고 두 사람은 편지와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99년 2월 조성민은 훈련을 끝마친 저녁 최진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에는 약간의 취기도 있었다. 그는 최진실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최진실은 두 가지 감정으로 흔들렸다. 그 역시도 조성민에게 남자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섯살 나이 차이를 집안에서 이해해줄까. 방송-연예계 사람들은? 또 팬들은?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조성민은 곧 괌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괌 숙소 연락처를 전화로 가르쳐줬다. 그 동안 최진실은 많은 생각을 했다. 벽제의 쓰러져가는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웅크리고 한겨울을 나던 때, 불광동에서 엄마가 포장마차를 하며 생활비를 벌던 때, 동생 진영이가 엄마를 돕겠다고 새벽 신문배달을 하던 때, 여고를 졸업하고 호텔신라에 취직해 안내직을 하던 때, 그리고 모델이 되겠다고 충무로를 발이 부르트도록 헤매던 때.

    그런 모든 것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불러왔다. 호칭만 아버지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남이었던 아버지. 그래서 세 식구를 힘들게 만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 그리고 미움 등이 떠올랐다.

    “성민씨는 아버지에 대한 보상으로 하느님이 제게 내려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그 길로 괌으로 날아가 성민씨를 만나 나도 사랑한다고 고백했어요.”

    얼마 후 조성민은 국제전화로 “우리 사랑을 잘 가꿔 결혼으로 연결하자”고 말했고 최진실도 이에 동의했다.

    일본 프로야구 비시즌 때는 조성민이 귀국해 데이트를 했고 시즌 중에는 한달에 한번 꼴로 최진실이 일본으로 날아갔다. 최진실은 고소공포증이 심하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는 편한 사람과 동석해야만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조성민을 만나러 가면서 다른 사람을 대동할 수는 없는 일. 결국 그는 고소공포증을 사랑으로 극복해냈다.

    조성민의 숙소는 구단이 마련해준 도쿄 메구로쿠에 있는 30평형 맨션아파트. 월세만 60만~70만엔을 지불해야 하는 고급아파트다. 최진실은 일본에 갈 때 고추장 된장 등 우리의 토종음식을 챙겨다 줬다. 일본에도 된장 고추장 배추 등이 있지만 그곳의 재료들로 만든 김치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 최진실의 말이다.

    조성민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최진실이 해주는 김치찌개. 조성민은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그는 벅스헌트종 강아지 한 마리를 집에서 키우고 있다. 지난 4월5일 조성민의 생일 때 미역국을 끓여주러 일본에 온 최진실이 생일선물로 사줬기 때문에 무척 귀여워하고 있다.

    두 사람이 올 연말을 결혼 시기로 잡는 이유는 그동안 부상으로 2군에서 고생했던 조성민이 1군으로 승격한 올해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모양새 좋게 결혼식을 올리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성민은 사랑의 힘이 실린 위력적인 투구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사랑의 힘은 역시 위대하다. 남자는 역시 여자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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