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7

2000.03.30

“개미가 봉이냐… 맛좀 봐라”

대우 계열사 소액주주들 사이버 공간서 권익찾기 운동 활발

  • 입력2006-04-04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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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가 봉이냐… 맛좀 봐라”
    참여연대에 국한되었던 소액주주운동이 사이버 공간을 타고 일반 주주들에게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14일 인천에서 열렸던 대우중공업 회사 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는 참여연대 등 그동안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인해 단상이 점거되고 신영균사장이 행사장을 빠져나가 도피하는 등 파행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대우중공업측은 애초 안건대로 회사를 기계, 조선, 잔존 회사의 3개로 분리해 의결했다고 선언하고 이를 발표했지만 소액주주들은 이에 승복하지 않고 회사측을 상대로 주총 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중공업 소액주주들은 참여연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참여연대가 난색을 표명하자 인터넷상에 홈페이지(www.antjuju.com)를 만들어 독자적인 의결권 위임 운동에 나선 것이다.

    대우중공업의 경우 우량 회사로 되살려낼 수 있는 조선이나 기계 별도법인이 아니라 잔존회사에 분배된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사실상 무상 소각될 운명에 놓이게 된다. 소액주주들은 무상 소각에 따르는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사이버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이미 지난 2월19일자로 대우중공업의 부당한 회사 분할과 자본 배분에 반발해 인천지법에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해 놓았고, 이헌재 재경부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형사고소한 바 있다. 대우중공업 소액주주들은 “이미 위임받은 주식이 6000만주에 달해 총 주식수의 1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자회사나 관계 회사에 대해서는 회사 분할과 같은 중대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상법 규정에 따라 ㈜대우가 보유하고 있는 대우중공업 지분 23.4%의 의결권을 인정하지만 않는다면 표대결을 통해서도 충분히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액주주들은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해 7월부터 “대우중공업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므로 감자는 하지 않을 것이며 대주주 지분은 전액 소각한다” 고 말해 이를 믿고 주식을 보유해 왔다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을 대표하는 박영복 운영위원장은 “회사측의 분할안은 채권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면서 워크아웃으로 인한 손실을 소액주주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소액주주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못지 않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증권사 객장에 공고문을 붙여가며 현장 홍보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주총 직전 인천지방경찰청장 앞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주주총회장의 충돌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주주총회 결의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뿐더러 회사 분할안은 그나마 회생 가능성이 있는 조선 부문과 기계 부문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는 3월28일 대우중공업 회계 결산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어 또 한 차례의 격돌이 예상된다. 소액주주들은 ‘적어도 이날 3000명의 소액주주들을 동원할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대우 계열사 중 비단 대우중공업뿐만은 아니다. 소액주주들의 감자가 예상되는 대우전자 주총에는 참여연대에서 SK텔레콤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했던 김주영변호사가 자문에 나서 각 지역별 모의 주총을 여는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에 이미 돌입했다. 대우통신도 회사측의 위임장 요청을 거부하고 채권단에 맞서 법정관리를 요구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더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 계열사들이 결국 채권단과 소액주주들 사이에 끼여 또 한번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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