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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지상명령! 주가를 높여라

‘똥株’기업은 퇴출 당한다

주가 낮으면 자본시장서 왕따…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가관리 비상

‘똥株’기업은 퇴출 당한다

‘똥株’기업은 퇴출 당한다
“사랑해요 LG, 너그들 죽는다. 진짜루…. 어이구 똥 같은 주식, 참다 못해 이제는 욕까지 나온다. 도대체 개미들을 ××으로 아나. 하여튼 주총 때 보자.”(LG전자 소액주주)

“현대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현대자동차 모두 사고팔아봤어요. 그런데 모두 욕이 나오더군요. 거기서 얻은 결론은 현대 주(株)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왕회장님 신경좀 써주셔요….”(현대자동차 소액주주)

“12월 주당 6만7000원에 들어와 다시 5만3000원에 물타기. 그게 물이 아니라 독이었습니다. …회사에 전화도 하지 마세요. 담당자도 회사책임이 아니라는데….”(삼성SDI 소액주주)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 팍스넷(www.paxnet.co.kr)의 해당 종목 토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소액주주들의 푸념과 한탄, 그리고 분노의 글이다. 소액주주들의 이런 심정은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상장회사 주주총회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참석, 주가 폭락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것.

3월10일 서울 계동사옥 지하 강당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장. 충북 청주에서 붕어빵 장사를 한다는 주주 정용권씨는 “평생 모은 재산 3500만원으로 현대차 주식을 샀는데 당시 4만이 넘던 주가가 이제 1만4000원으로 떨어져 잠도 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월16일 열린 삼성SDI 주총장에서도 일부 주주들이 주가 폭락에 거세게 항의했다.



그런 반면 주가관리에 성공한 일부 기업들은 상당히 여유있게 주총을 치렀다. 3월16일 삼성생명빌딩 씨넥스영화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의 경우가 그랬다. 사회를 맡은 윤종용 부회장은 “재작년에는 13시간 반, 그리고 작년에는 9시간 반이나 주총을 했는데 이번에는 참여연대도 참석하지 않았으니 주주 여러분에게 충분히 발언권을 드린다”며 여유를 나타냈다.

윤부회장의 이런 여유는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삼성전자의 작년 말 주가는 98년 말 대비 230%, 시가총액은 304% 상승했다. 여기에 작년 상반기 결산 후 실시한 10%의 중간배당을 포함해 50%의 배당을 실시, 주주들에게 상당한 이익을 돌려주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상장사들에 주가관리 비상이 걸렸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 등에 영향을 받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코스닥시장 급성장으로 거래소 종목의 주가가 빠지면서 거래소 상장회사들의 경우 주가관리가 가장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관리에 발등이 떨어진 것은 주가가 낮으면 단순히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 직접금융 조달 창구로 급부상한 자본시장에서 ‘왕따’당하는 경우 자금조달시 그만큼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김대중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으로 과거와 달리 재벌이라고 해서 은행 돈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어 주가는 기업 생존과 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우 신화의 붕괴 원인을 자본시장이 대우에 내린 ‘처벌’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대우그룹 주가는 워낙 낮아 9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가 폭등시에도 다른 그룹과 달리 유상증자를 거의 실시하지 못했다. 대우는 그 대신 회사채와 기업어음에만 의존했고, 이는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공중분해의 비운을 맞게 됐다. 대우사태는 우리 기업들에 주가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셈이다.

그러나 최근 상장사들의 고민은 주가관리를 위한 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 포항제철의 한 관계자는 “98년에 이어 작년에도 창사 이래 최대의 순익을 내고 있고,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IR(investment relations) 활동을 열심히 해도 굴뚝산업이라고 알아주지 않으므로 별 도리가 없다”며 푸념했다.

포철의 적정 주가는 외국 증권사 등에서 주식예탁증서(DR) 기준 45~50달러, 원화 기준 19만~20만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 포철은 11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포철이 2월29일부터 5월26일까지 482만4030주를 목표로 자사주를 취득하고 있지만 기업가치 회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일부 상장사의 경우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자사주 매입에 의한 소각을 주가관리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물량을 ‘영원히’ 줄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

이미 쌍용중공업과 쌍용정유가 3월24일 예정된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자사주 소각 근거 규정을 정관에 마련하기로 하고 주총 안건에 정관 변경안을 상정해놓은 상태. 쌍용중공업 관계자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이뤄지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소각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3월6일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방침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자사주 소각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심용섭 감리총괄부장은 이를 “현행 법상 주가관리를 위한 자사주 소각이 주주들에게 배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능하도록(이익소각) 규정돼 있어 소각 가능 규모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부장은 이어 “우리도 일본처럼 한시적으로 자본이익 내에서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행 법상 자사주 소각은 정관에 근거 규정이 마련돼 있는 경우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현행 정관에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 주총 특별결의만으로 근거 규정 마련을 위한 정관 변경이 가능하다는 학설과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로 엇갈린다. 그러나 쌍용중공업과 쌍용정유의 경우 주총 결의만으로 정관을 변경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법무법인의 해석을 근거로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3월10일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 근거 규정을 정관에 마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주식소각 계획 발표는 주총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언론 플레이’ 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계법 개정이 이뤄지면 주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상장사들의 주가관리 방안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바로 자사주 매입과 시가배당. 현행법상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세 가지. △회사가 직접 장내에서 자기 주식을 취득하는 방법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이나 투신사 펀드에 자사주 펀드를 만드는 방법 △투신사의 주식형수익증권을 사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이 운용의 편의상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올 들어 3월18일 현재까지 증권거래소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방어 방침을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112개사. 작년 같은 기간 9개사에 비해 무려 12.4배나 늘어났다. 또 3월10일 증권사 사장단은 자사주 매입과 시가배당 등을 자율결의, 주가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했다.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하면 주가관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LG투자증권이 올 들어 3월10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75개 상장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일부 종목의 경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75개사의 공시 이후 3월10일까지 주가등락률은 평균 19.1%였다. 올들어 같은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유통물량이 워낙 많은 대형주의 경우 자사주 매입이 수급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행 법상 자사주 매입 한도가 엄격히 규정돼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현행 법상 자사주 매입 한도 금액은 ‘상법상 이익배당 한도―당해 사업연도의 이익배당액―준비금’이다.

물론 자사주 매입이나 시가배당에 의한 주가관리 방안이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전경련 김영철 조세재정팀장은 “자사주 매입이나 시가배당은 기술적인 수급관리 방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이나 시가배당도 이익을 많이 내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수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수익창출력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수익창출력도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수준은 20만원대. 작년 3조3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회사의 주가로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가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 투명경영을 한다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더 높은 주가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를 보면 투명경영이 기업가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SK텔레콤 주가는 99년 2월22일 57만7000원에서 올 2월22일 431만3000원으로 급등했다. 98년 7월 사외이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계열사에 지원된 수천억원의 자금을 회수하는 등 투명경영에서 한 걸음 앞서나간 게 큰 요인이 됐다는 분석.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와 경영투명성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 합의해 3월7일 이를 공동으로 발표한 데이콤이 주가관리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데이콤 노순석상무는 “국내 기업들의 투명경영에 문제제기를 해왔던 참여연대와 합의안을 발표한 만큼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고,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현재 참여연대의 투명경영 제안을 전폭 수용한 국내 상장사는 데이콤 정도에 불과한 실정.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의 경우도 투명경영 측면에서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미진하다는 게 참여연대의 판단.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이 정도이니 다른 상장사들은 더 말해 뭐하겠는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가관리를 입으로만 떠들지 실제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백약이 무효” 맥 못추는 현대株

자사주 매입 결의해도 주가 바닥… 봉건적 경영전횡이 화 불러


“현대 임직원 여러분, 어떻게 주가관리를 하기에 S전자 시가로 현대그룹을 통째로 사고도 남는단 말인가. 또 L그룹 D사 주가로 현대전자를 사고도 남는단 말인가. 주가관리 담당자는 도대체 월급받는 데 양심이 있는건지….”

현대상선의 한 소액주주가 3월16일 증권사이트 팍스넷 토론게시판에 올린 비아냥거림이다. 최근 현대의 주가를 보면 이런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현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종목은 거의 대부분 밑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 심지어 현대중공업의 경우 3월 하순 현재 공모가인 주당 5만2000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3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현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주가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듯하다. 중공업(2000억원) 상선(1500억원) 종합상사(200억원) 미포조선(150억원) 해상화재보험(100억원) 엘리베이터(90억원) 등 현대그룹 6개사가 4040억원어치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고, 자동차도 곧 이사회에서 3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할 예정이지만 현대그룹 주가는 바닥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현대가 이처럼 증시에서 맥을 못추는 것은 “왕회장이 곧 법”이라는 식의 봉건적 지배구조 및 경영 전횡에서 비롯된다는 게 참여연대의 판단. 현대는 작년 말 박세용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회회장의 전격적인 인사조치 때에 이어 최근에도 이익치 현대증권회장(사진) 인사를 둘러싸고 형제간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봉건적 지배구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3월24일 현대중공업 주총에서 현대의 이런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는 참여연대와 현대측의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27호 (p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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