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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용어로 풀어본 총선판세

“회창株, 쌍끌이 위력은 대단했다”

빅5株 총선시황…DJ株 젊은 투자자 관망세에 ‘1등株’불안, JP株 “바닥이 안보여”

“회창株, 쌍끌이 위력은 대단했다”

“회창株, 쌍끌이 위력은 대단했다”
주식 시장에 루머와 작전이 있다면 총선 시장에는 흑색선전과 조직적인 금권선거 혹은 공작이 있다. 투자자는 돈을 걸고 정치인은 정치 생명을 건다. 총선도 분명히 일종의 시장이다. 총선 시장도 투자가들이 상품에 대한 ‘사자’(매수)와 ‘팔자’(매도)를 거듭한다. 그러나 이 시장은 4월13일 저녁까지만 유효하다. 이 시장이 끝나면 2004년까지 4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투자 기회가 적은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는 얘기다. 벤처 붐과 더불어 일반인들의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주식 용어를 통해 이번 총선 시장의 판세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액면분할 잘못한 이회창주 떠받친 쌍끌이

역시 ‘쌍끌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나라사(社)가 이회창주(株)의 액면분할을 잘못 실시해 주가가 곤두박질친지 어언 두 달….

이대표이사의 단안에 의해 실시된 액면분할은 2002년 실시되는 전경련 회장 선거에 대비, 다음 주총에서 다시 자리를 확실히 굳히려는 이대표이사의 개인적 욕망의 발현이라는 얘기도 있고, 한나라사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충정의 발로였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그 평가는 서로 엇갈렸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든, 문제는 액면분할이 결정되자마자 이회창주가 폭락하기 시작한 것. 1월14일 금요일은 한나라사에 마녀 삼총사가 등장하는 ‘트리플 위칭데이’가 됐다. 비록 개인적인 인기가 그리 높지는 않아도 영남권 투자가들 사이에서 핵심 블루칩으로 통하며 주가를 선도하던 것이 이회창주. 철통 보안을 지키면서 워낙 전격적으로 실시된 탓에 업계와 투자가들을 놀라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 이른 액면분할 시점이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한때 27%와 29%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경쟁관계인 민주사(社)의 김대중주(株)를 넘보던 주가는 21~23%대로 형편없이 주저앉으며 밀렸다. 한때는 영남권 투자가들 사이에 실망 매물과 투매성 물량까지 쏟아져 나와 낙폭을 넓혔던 것. 전형적으로 ‘펀더멘털’이 부실한 대표적인 종목 아니냐는 의구심도 폭넓게 퍼졌다.

더구나 한때 이대표이사 체제 만들기에 협력했던 조순 김윤환 신상우이사 등이 반기를 들자 회사의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조이사 등은 공공연하게 “이대표이사로는 2002년 전경련 회장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비난하며 신생 회사인 민국사(社)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대표이사가 오죽 다급했으면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전임 사장의 상도동 집까지 새벽에 쫓아가 도움을 요청했을까. 자칫하면 주총이 열리기도 전에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가. 주가의 낙폭이 커지고 저점을 때리자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단타족’들과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주주를 중심으로 조금씩 반등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더니, 최근에는 지역감정에 따른 호남견제론과 색깔론이 쌍끌이를 형성해 주가 반등에 성공한 양상이다. 결국 쌍끌이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도 굳건하게 이회창주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 결국 영남권 투자가들의 향배가 여전히 주가 관리의 첫 번째 관건이라는 얘기.

이회창주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을 때 민주사(社)는 당연히 신났다. 경쟁사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는 안도감으로 인해 이사회의장에서는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민주사 이사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떠나지 않자 급기야 회장실에서는 ‘표정을 관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주식 시장에 누구보다 정통한 김대중회장 개인의 직감으로는 한나라사의 섣부른 액면분할이 주가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느낀 것. 지난 92년 전경련 회장 선거 때도 민자사(社)의 YS 주가 올리기를 펼치던 일부 작전 세력의 음모가 도청으로 밝혀지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기관투자가들이 YS주 매수 결집에 나서 선거에 패배했던 쓰라린 경험도 있는 터였다.

더더욱 불안한 것은 이회창주의 폭락이 김대중주 매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한나라사 매도 물량이 즉각 민주사 매수 물량으로 편입되지 않는 관망 장세가 지속되었던 것이다. 특히 민주사는 ‘전문성과 젊은 피’라는 프로그램 매수에 의해 잘 조정된 물량의 대량 출하로 한나라사를 제칠 ‘대장주’로의 반등을 기대했지만, 고질적인 수급불안 요인이 매수를 멈칫거리게 만드는 상황. 역시 수도권과 호남권 투자가들만으로는 급반등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코스닥의 황제주로 떠오른 이인제주가 충청권 투자가들의 마음을 조금씩 돌리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영남투자가 재결집론을 돌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 민국사(社)의 출현으로 인해 잠시 대기 매수에 들어갔던 투자가들이 한나라사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 이번 시장에서 ‘대장주’ 로 올라가지 못하면 또다른 종목과의 제휴나 연합을 통해 객장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DJ주의 특성이다. 이 때문에 김회장은 단 1%라도 앞서는 ‘1등주’가 돼야 한다며 독려하고 있다. 분명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선도주임에도 대장주가 되지 못하고, 때로는 ‘부하주’가 되어 참고 또 참아야 하는 아이러니.

민주사에서는 20, 30대 젊은 투자가들의 대기 자금이 아직 판세를 관망중이고, 이들이 뛰어들면 대장주로의 등극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중가요는 4박자지만 주식 시장은 3박자. 매수-매도 찍고, 쉬고…. 그런데 김종필주는 어찌된 것인지 매도 찍고, 또 찍고…. 연일 매도 물량만 쌓여갈 뿐 매수 물량을 찾기 힘들다.

물론 한때의 눌림목 종목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속적인 하락 종목으로 보는 분석가들이 많은 듯하다. 충청권 투자가들에게 JP주는 분명 장기 보유해도 좋을 실적 우량주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장세에도 리듬이 있고, 벤처에 밀리는 제조업체처럼 시대의 흐름이 있는 법. 언젠가 반전될지 모르지만 거래소 시장도 코스닥에 밀릴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JP주는 역시 지지기반이 허약하다는 사실이 최대의 약점임을 입증하는 듯하다. 반등을 위한 추가 재료가 없는 상태에서 해묵은 쌍끌이인 내각제 개헌론과 색깔론을 꺼내드는 것은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태. 투자가들에게도 뭔가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JP주가 바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대형 M&A 등의 재료 개발이 시급한 시점. 그렇지 않으면 수급 여건이 호전되거나 단비 같은 상승장을 맞이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조순주, 상호 변경한다고 주가 오르나

민국사의 조순주는 어떤가. 거래소 상장 몇 년만에 상호를 벌써 몇 번이나 바꾸었돈 그다. 자신을 이사로 키워준 국민회의사 버리고 이회창대표이사와 한나라사를 차리더니만, 대표이사 자리를 빼앗긴 다음부터는 나갈 궁리만 하다가 끝내 민국사를 다시 차리는 등 연속된 창업과 상호변경에 잔고만 바닥을 드러내는 중. 잦은 단타매매가 결국 잔고부족과 깡통계좌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번에는 거래소 시장에서 제3시장으로 밀려나갈 위기는 아닌지….

이인제주, 거품 많은 코스닥의 황제주

젊은 피를 선호하는 세계 시장의 동조화 현상 때문인지, JP주에 실망한 중부권 투자가들이 몰리는 탓인지, 재료 부족한 민주사의 일시적 지원 탓인지…. 어쨌든 코스닥의 황제주로 올라선 이인제주.

중부권 투자가의 지속적인 지지만 얻으면 이를 바탕으로 대표이사를 경선하자고 나설 것은 분명한 일. 그러나 민주사의 최대 파벌인 동교동파의 견제를 어떻게 뚫을 것인지가 관건. 최근 미국에서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고 다우지수가 급등하는 예에서 보듯, 점차 코스닥의 거품이 빠지는 추세라서 이인제주도 지금의 상종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다는 것 이외의 다른 재료 개발이 시급하지 않을까.

투자를 투기나 도박으로 격하시킨 ‘묻지마 투자’가 정치에 고스란히 옮겨지면, 정치가 ‘조폭’의 수준으로 격하되는 ‘우리가 남이가?’로 이어진다. ‘묻지마 투자’의 피해를 고스란히 개미들이 본다면 패거리 정치의 폐해는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입는다. 다행히 이번 총선 시장에서는 대주주 횡포에 맞서 ‘바꿔’ 열풍을 일으키는 소액주주들의 몸부림이 대단하다. 투자 실패의 책임은 결국 투자자의 판단 잘못에 있고, 정치 실패의 책임 역시 유권자 몫이겠다.



주간동아 227호 (p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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