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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수첩

언제까지 ‘서울’ 인가

언제까지 ‘서울’ 인가

지방발령. 유쾌한 의미로 통하는 말이 아니다.

KBS 부산-울산노조가 발행하는 최근 소식지에 지방에서 근무하게 된 본사 출신 사원의 감상이 실렸다. 그는 그 글에서 물과 기름처럼 조직에 동화되지 않더라고 했다.

본사와 지방지사간 순환근무제도가 있는 직장에선 인사철인 요즘 사무실이 뒤숭숭해진다. 대부분의 사원들이 지방행을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느냐, 지방으로 가느냐에 따라 ‘인생관’이 바뀌는 직업이 있다. 바로 경찰이다. 간부 후보생 출신 33세 경위의 말. “파출소장도 서울에서 해먹어야 돼. 서울에서 미끄러지면 절대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가. 그런데 난 지방으로 내려왔지. 유유자적하게 살기로 마음을 바꿨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3년전만 해도 지방행정기관이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돈을 주는 관행이 있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방 군청에 수습근무를 나간 20대 예비사무관이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선임과장이 그를 불렀다. 선임과장은 기자가 보는 앞에서 그에게 ‘誠徵’(성징)이라고 적힌 흰색 봉투를 내밀었다.



기업이라고 사정이 다를까. 모 대기업 법무팀에 있는 신모씨(30). 그는 공장이 있는 여수에 내려가면 항상 현지 직원들로부터 비싼 저녁을 대접받는다. 술자리가 2차, 3차로 이어질 때도 있다. 신씨는 “그들의 일을 도와주는 입장에 있지만 본사 사람이 내려오면 접대하는 것이 지사의 관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서울은 지방의 ‘상전’이 됐다.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에 따른 필연적 현상일지 모른다.

수도권엔 지역내총생산(GRDP)의 46%, 인구의 43%, 사업체 수의 57%, 금융기관 대출금의 62%(96년)가 몰려 있다. 99년 서울지역 대학 입학자 중 48.8%가 지방고교 출신이었다. 반에서 10등만 해도 서울로 진학하는 게 요즘 지방고등학교의 경향이다. 코스닥등록기업 406개 중 72%가 수도권에 있다. 대전-충남지역 업체는 15개, 광주-전남지역은 5개(1.2%)다. 코스닥-벤처, 인재교육이 한국 미래의 화두라면 지방엔 미래도 없는 셈이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최근 조정됐다. 영남 11석, 호남 8석, 충청 4석, 강원 4석이 없어지고 수도권은 1석이 늘었다. 경북대 경제학과 주무현박사는 “비수도권 의석만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거론조차 돼선 안되는 주제인가”고 말했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총선, 대권, 벤처, 코스닥에 쏠려 있다. 지방, 지방자치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주제다. 그런 무관심이 계속되는 한 국토의 균형발전은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주간동아 225호 (p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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