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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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은 ‘아이 망치는 유학’

낯선 영어에 설움받고 ‘피부색’에 왕따당하고…자칫하단 상처만 받고 컴백

  • 입력2006-02-21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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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유학은 ‘아이 망치는 유학’
    유학온 남편따라 얼떨결에 영국 땅에서 살게 된 96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이민과 유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하여 선진국으로 이민하거나 유학을 보낸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도 영어공부를 위해 조기유학을 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과연 조기유학이 아이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영국생활 4년의 경험으로 볼 때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물론 선진국은 사람들 친절하고, 환경 좋고, 생활에 불편함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외형만 보고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우선 아이들의 학교 입학부터 살펴보자.

    몇 살에 학교에 가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이 외국 학교에서 처음에 겪는 애로 사항은 다 비슷하다. 한국에서 영어로 날렸던 애들도 본토에 오면 거의 대부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낯설고 물선 곳에 뚝 떨어져서 말도 잘 안통하는 애들 틈에서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고 생각해보라.

    한국에서도 전학가면 텃세가 심한 법이다. 이는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부모들이 들으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쏟아질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아이들은 외국어를 금방 익힌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아이들은 발음은 금새 따라한다. 어느 지역으로 가는지에 따라 발음이 차이가 난다. 그 지역 사투리(영어에도 물론 사투리가 심하다. 영어 사용권 국가마다, 지역마다, 그리고 계층마다 다 다른 영어를 쓴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를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학온 아이들이 외형적으로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해도 본토 아이들과의 사이에는 상당히 높은 벽이 가로놓여 있다. 밀레니엄의 새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콘텐츠’가 문제인 것이다.

    “옥스퍼드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우는 것의 90%를 이미 다 알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캐리비언 군도에서 영국으로 유학 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사람이 한 말이다. 같은 영국 아이들도 옥스브리지(영국의 명문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합성어)에 들어가면 계급과 문화의 격심한 차이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 매우 열심히 공부해서 옥스브리지에 들어간 한국 학생들 가운데 우울하고 소외된 학창생활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가장 활기차고 재미있어야 할 시기에….

    우선 대화를 할 때 감도 틀리고, 통하는 것도 적다. 또 웃어야 할 때에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니 애들 사이에 인기가 있을 리 없다. 스포츠를 잘하면 인기를 얻지만 그것은 운동장에서 끝나는 일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한국 아이들이 유학 와서 다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못견디고 못따라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홍정욱씨 같은 자랑스런 한국의 아들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뒷받침하는 부모가 있었으며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게다가 부모들은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민하고 유학시킨다고 생각하니까 공부를 강요하지도 못한다. 사실 외국인 학생이 너무 공부를 잘해도 왕따가 되기 쉽다. 같은 민족끼리도 공부 잘하는 애들은 시샘과 미움을 받는 법이다. 그런데 필리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우간다 같은 데서 온 애가 전학온 지 얼마 안돼서 선생들한테 인정받고 귀염(?)받고 공부 잘한다고 생각해 보라. 아이들이 질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좀 괜찮다는 학교나 동네일수록 공부 잘하는 외국인 아이들은 따돌림을 심하게 받는다. 친절하게 대하는 애들도 많지만 진심이라고 보긴 어렵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애들이 갖고 있는 ‘좋은 물건’과 ‘통 큰 인심’(우리 엄마들의 파티나 선물 공세는 영국사회에서 정평이 나 있다) 때문에 관심을 표명한다고 할 수 있다. 진심으로 자기들 세계에 ‘친구’로 끼워줄 생각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초기 적응 과정을 견딘 뒤에는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훨씬 더 심하다. 영어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우리 것과 우리 말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부모와 대화가 안되고 아이들이 부모를 무시하기 일쑤다. 부모가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아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부모들 중에 외국의 부모들처럼 폭넓은 교양을 갖고 있어 학교 선생님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런 현상이 계속되다 보면 부모와 자식간에 공감대가 작아지고 대화도 없어진다. 아이들을 위해 외국에 나갔는데 오히려 아이들을 잃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외국에 이민 온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들대로 정착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당장 급한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아이들에게 신경쓸 겨를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한편으론 증오심을 키운다. 한 마디로 말해 아이들이 행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문제는 잠깐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신생아 포경수술’을 떠올리게 된다. 갓난아이도 통증과 스트레스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걸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신생아에게 포경수술을 시킨다.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 학교 생활에 적응한다는 것은 준비 없이 덤비기에는 너무도 힘든 문제임을 부모들은 너무 모른다.

    우리나라 학교들은 비교적 평준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구미 각국의 공립과 사립학교의 차이는 서울의 강남북 학교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대부분의 공립학교들은 시설도 좋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 열기도 미약하다.

    아이들이 하는 짓도 부모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 많다. 마약, 청소년 임신, 절도, 선생님들도 손못대는 펑크족들…. No-hopers란 말이 있다. 인생에 아무런 낙도 희망도 없이 생기없는 눈으로 그냥 살아가는 무기력한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다수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그런 증상에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 학교가 지나친 경쟁이 탈이라면 여기는 지나친 무기력증이 문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현지 학교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그냥 아이들을 입학시킨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가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좋은 학교 찾아 강남으로 이사하려 하고 더 나아가 외국으로 유학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외국 학교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까닭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조기유학 “아는 만큼 보인다”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4개국 학교정보 안내


    아이들을 외국의 학교에 보내려 할 때는 부모가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힌 현지에서 중고등학교까지 보낼 생각이라면 중고등학교를 염두에 두고 초등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아이가 다닐 학교를 선택했다면 이메일을 보내 Prospectus나 School Report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 그것을 통해 시설이나 학생수 등 기본 자료를 파악할 수 있다. 학교가 대충 정해지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이때 ‘마약, 흡연, 총기나 bullying(왕따) 위험은 없습니까’가 아니라 그런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로 물어야 한다. 또 외국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도 학교를 개방하는 날이 있으니까 그 때에 맞추어서 직접 찾아가 살펴볼 수도 있다.

    외국 학교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주요 웹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영국

    * Sunday Times InfoTimes 페이지에는 영국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정보가 주제별로 상세히 나와 있다. 그중 ‘Parent Power’는 학교 선택을 위한 자세한 안내서이다.

    http://www.sunday-times.co.uk/news/pages /resources/infotimes1.n.html?3392812

    * 일반적인 학교 정보, inspection report, 시험 성적 결과 등은 http://www.schoolsnet.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영국 교육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정부의 공식적인 조언을 얻으려면 영국 교육노동부 웹사이트가 좋다. 여기서는 상담도 받는다.

    http://www.dfee.gov.uk/parents/

    미국

    * 많은 웹 사이트 중 Women21이 분류가 잘 되어 있다.

    http://www.women21.com/america/study/coll.html

    * 뉴욕타임스는 언제나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 학부모들을 위한 자세한 안내가 http://www.nytimes. com/library/tech/98/09/cyber/education/30education.html에 나와 있는데, 미국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우리 학부모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정보가 많다.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Greatschools 나 사친회, 전미 국민학교 교장 연합회 Schoolmatch, Schoolwisepress 등의 사이트가 다 연결되어 있다.

    * 이밖에 http://www.kidsource.com/kidsource/content4/choosing.school.pn.html#top 또는 http://www. usatoday. com/news/ndswed04.htm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프랑스

    http://www.parisfranceguide.com/France/living/lif_schools.shtml

    일본

    http://www.edu.ipa.go.jp/kyouiku/100/mapdata/ichiran/ken_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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