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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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알아야 이긴다”

네티즌들 실시간 정보교류로 ‘막강 파워’ …“인터넷을 소비자 결사의 場으로”

  • 입력2006-02-21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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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도 알아야 이긴다”
    국내의 한 맞선주선 회사가 지난 1월부터 몇몇 고객들에게 이성 소개를 중단하고 회비를 환불해 줘 화제가 됐다. 그 고객들은 ‘성사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환불의 이유였다. 이로 인해 자신은 변변치 않으면서 이상형의 이성만을 고집해 온 많은 ‘왕자병’ ‘공주병’들이 화를 입었다고 한다. 회사측은 “소수의 희생을 통해 다수 회원의 결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도 환불사례가 있었다. 98년 베를린의 한 결혼상담소는 회원인 P씨(34)에게 매월 2, 3명의 여성을 소개해 줬지만 외모나 학력 등에서 P씨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P씨는 베를린 소비자센터를 찾았다. 소비자센터는 “결함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므로 회비를 환불하라”고 결정했다. 돈을 돌려받았다는 점에서 결과는 같다. 그러나 그 과정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크게 다르다. 맞선업체의 한 회원은 이를 한국 소비자 권익의 수준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까다롭게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분수를 알아라’며 돈을 돌려준다면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의 환불과는 극과 극의 차이죠. 우리나라 기업은 언제나 소비자를 가르치려 들고 군림하려 하지 않습니까.”

    “기업 횡포 막을 제동장치 필요”

    똑같은 물건을 사는데 외국에선 ‘왕’ 대접받고 한국에선 ‘봉’ 취급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에선 하자가 발견돼 자동차가 리콜되는 일이 다반사다. “회사는 같은 종류의 차를 산 모든 소비자에게 점검을 받아볼 것을 권유하기까지 합니다.”(한국소비자보호원 노영화 정책연구실장) 미국시장에선 한국자동차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에선 태도가 돌변한다. 결함이 발견되면 펄펄 뛰며 숨기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이 생산자의 ‘오만’을 더 이상 내버려두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소비자운동의 혁명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터넷엔 기업이 독점해온 상품정보를 다수의 소비자에게 나눠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단지가 밀집돼 있는 대전시 유성구 신도시의 병원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전문직종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의사 K씨는 환자에게 한 번 혼나고 나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K씨의 경험담. “대충 감기로 처방을 내리고 진료를 끝내려 하는데 환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감기에 대해 검색을 해봤는데 중이염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따를 수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나는 귀가 조금 아프다. 그런데 귀에 대해선 왜 물어보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동네 환자들은 인터넷으로 자신의 증세나 병에 대해 상당한 의학정보를 얻은 뒤 병원을 찾기 때문에 대충 진료했다간 큰일납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기획실장은 “인터넷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정보불균형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보자보호원의 강창경박사는 “제조물의 결함에 의해 발생한 소비자피해를 제조업자가 책임지도록 한 ‘제조물책임법’, 다수의 소비자가 공동으로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제도’, 소비자권익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는 ‘3배 배상제도’, 기업의 횡포를 막을 정부의 강력한 공정거래장치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강박사는 “법과 제도로 집단소비자운동을 보장하고 인터넷은 소비자운동의 전 단계인 ‘소비자 결사의 장(場)’으로 기능하게 된다면 소비자 차별은 종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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