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가입자가 4000만 명이 넘는다니 말로 하는 대화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메신저로 더 많이 대화하는 세상이다. 세태가 변한 만큼 법 적용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국민대, 고려대, 서울대에서 카카오톡 단체방(단톡방) 성희롱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처벌 여부 등에 관한 법적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단톡방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나 인터넷 자유게시판과 달리 공개 범위가 넓지 않다. 대화방에 초대되지 않은 사람은 내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참여자도 단순한 사적 공간이라고 생각해 정제되지 않은 위험한 표현을 구사하기 쉽다. 법원은 지난해 1월 국민대 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모욕과 폄훼를 일삼는 대화를 주고받다 공개돼 무기정학 등 징계를 받은 사건에서 “채팅방이 남학생만으로 구성돼도 가해 학생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학생이 있어 대화 내용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 단톡방 대화도 공개적 비방으로 봐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판결은 대화 내용이 보존되고 손쉽게 내용을 복사 및 유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단톡방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낸다면 원칙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2년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대 남학생 8명의 경우처럼 단톡방에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대화라면 별도의 성범죄는 성립하지 않고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적용된다.
단톡방 참여자들이 ‘단톡방에서 떠든 거 밖으로 새어나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며 비밀유지 약속을 한 사건도 있었다. 피고인은 약속을 했기에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을 정도의 친분관계가 아니다”라면서 “실제 참여자 가운데 한 명이 피해자에게 사실을 알려준 점 등을 감안하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럼 단둘이 참여하는 일대일 채팅방은 어떨까. 단톡방보다 훨씬 비밀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전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까. 그러나 법원은 이 경우도 전파 가능성은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자친구에게 유명 치어리더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야구선수 장성우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일대일로 주고받은 대화라도 허위사실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며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을 담은 ‘찌라시’는 원칙적으로 유포자 모두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야동’이라 부르는 음란물을 카카오톡에 올리는 것도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처벌 가능하다. 하지만 단톡방 등에 참여해 상대가 유포하는 야동이나 찌라시를 받기만 하는 것은 처벌하기 어렵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굳이 범죄로 정해 처벌하는 우리 법률의 태도는 여러모로 재고해야겠지만, 설령 형사처벌 조항이 폐지된다 해도 명예훼손 행위가 용납될 수는 없기에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앞서 소개한 법원의 판결을 유념할 일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례를 남길지 주목된다. 특히 일대일 대화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법리가 세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