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2016.07.13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일본 도쿄 미셰린 투스타 ‘윤가(尹家)’

세계 미식가 사로잡은 한 끼의 정통 한식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7-12 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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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일본 도쿄 프렌치 레스토랑 ‘나리사와’, 스시계의 최고봉 ‘스시미즈타니()’, 새로운 가이세키 요리로 일본 미식계에 충격을 안긴 ‘긴자코주(銀座小十)’ 같은 일본 미식의 선두주자들이 2015년 도쿄판 미셰린 투스타에 등극한 가운데 한식당 ‘윤가(尹家)’가 2014, 2015년 2년 연속 도쿄 미셰린 투스타를 받았다. 프랑스와 더불어 가장 정교한 요리를 만든다고 알려진 도쿄에서 2년 연속 정통 한식으로 미셰린 투스타를 받는다는 건 하나의 사건이다.

    최근 필자는 ‘윤가’를 두 번이나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윤가’는 도쿄 긴자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김치 대일 수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윤미월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도쿄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2013년 도쿄 미식의 중심지 긴자거리에 엄청난 임차료를 지불하고 둥지를 틀었다.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윤가’가 약선요리와 궁중요리를 기반으로 한다고 했지만, 정작 나오는 음식은 오너 셰프인 윤미월 대표의 집안에서 내려온 음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간장, 된장 같은 기본 장은 전부 한국에서 가져와 사용하지만 제철 생선이나 고기는 일본산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점심에는 삼계탕이나 곰탕 같은 한국인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팔고, 저녁은 코스로만 구성돼 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미셰린 평가단은 그 식당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메뉴에 상당한 가중치를 준다고 들었다. ‘미셰린 가이드’가 전 세계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것임을 감안하다면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단, 대중적이고 유명한 메뉴라도 재료 질과 요리의 완성도를 특히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윤가’의 삼계탕은 3kg 넘는 닭을 사용한다. 한 마리를 삶고 고아 4인분으로 만든다. 한국 삼계탕이 700g 전후 영계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닭은 오래될수록 살코기는 질겨지지만 깊은 풍미를 낸다.





    저녁 코스요리를 먹어보니 ‘윤가’가 왜 미셰린 투스타를 받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전채요리로 나온 세 가지 냉채 가운데 전복을 간장에 졸인 전복간장조림이 인상적이었다. 소금과 콩만으로 만든 우리 재래간장의 직선적이고 깊은 풍미가 전복의 향과 맛을 이끌었다. 소금 간을 기본으로 하는 프렌치요리와 우리 재래간장의 풍미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맘때만 잠깐 제맛을 내는 빙어를 세 가지 색을 입혀 튀긴 빙어 삼종 튀김은 일본식 재료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생선과 함께 나온 주욘다이(十四代) 같은 사케와 조합이 잘 맞았다.



    이어서 나온 ‘윤가’의 시그니처 메뉴 털게간장게장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윤 대표가 직접 담그고 숙성시킨 5년 된 재래간장이 밀도 높은 털게 몸속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전복간장조림에도 사용한 바로 그 간장. 보드라운 털게 살에서 재래된장의 짠맛과 감칠맛이 풍겨 나온다. 생선에 최적화된 사케들은 털게의 풍미를 감당하기 어렵다. 소믈리에 출신인 이 집 지배인은 프랑스 화인트 와인 ‘샤사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레 쇼메(Les Chaumees)’ 2007년산을 권했다. 풍부한 호박향이 나는 와인은 약간 비리고 짜고 감칠맛 나는 털게간장게장의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맛과 향이 풍부해지고 깊어진다.

    ‘윤가’가 미셰린 투스타를 받은 데는 이 집 고유의 사케와 와인 리스트의 매칭이 한몫했다. 정통 장을 이용한 한국 음식이 프랑스 요리와 접점을 가진다는 사실을 마리아주(와인과 음식의 조화)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젊은 셰프들을 중심으로 한식과 서양식이 결합된 뉴코리안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통 한식만으로도 세계 미식가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한 끼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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