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0

2016.06.01

〈새 연재〉 신목민관

“여성이 행복하고 청년이 모이는 부평 만들 것”

‘공감행정’ 실천가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5-30 18:04:1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으로 더 친숙한 인천 부평구는 오랫동안 제조업이 중심을 이루는 ‘아저씨의 도시’로 여겨졌다. 부평구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 이미지 설문조사에서조차 ‘낡은 추리닝을 입은 50대 아저씨’라는 응답이 나왔을 정도. 그런 부평에 최근 몇 년 사이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아저씨의 도시’에서 ‘여성 친화도시’로 탈바꿈했고, 대기오염을 걱정해야 했던 도시가 ‘생태와 환경이 살아 숨 쉬는 친환경 지속가능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 그 중심에는 2010년 민선 5기에 이어 2014년 민선 6기 재선 구청장으로 구정을 책임지고 있는 홍미영 구청장(사진)이 있다.

    그는 구의원을 거쳐 재선 시의원을 지냈고,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방정부를 이끌 다채로운 경험을 한 그에게는 ‘그랜드슬램 구청장’이란 닉네임이 따라붙는다. 화려한 정치 이력이 ‘그랜드슬램’이란 영예를 선사했다면, 초선 구청장 시절이던 2011년 8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70여 일간 장마로 붕괴 우려가 큰 십정동 달동네에서 직접 이불을 깔고 자며 결국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이끌어낸 그에게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은 ‘실천하는 현장 행정가’라는 수식어를 선사했다. 또한 주민 삶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애환을 직접 듣고 해결하려 노력해온 홍 구청장의 생활밀착 행정은 ‘숙박행정’ ‘공감행정’이란 말 속에 잘 녹아 있다. 홍 구청장을 5월 24일 오후 부평구청장실에서 만났다.



    주민 불편사항과 고충 듣는 대장정

    ▼ 숙박행정을 계속하고 있나.

    “요즘은 한 달에 두 번꼴로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숙박행정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 직접 가보면 구청장실에서는 느끼기 힘든 ‘숨은 2인치 민원’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홍 구청장은 초선 구청장 시절이던 2011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부평구 22개 전체 동을 순회하며 숙박행정을 한 차례 펼친 바 있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2014년 민선 6기 구청장 취임 이후) 5월 18일까지 11개 동을 돌았고, 11월 말까지 현장에서 주민 불편사항과 고충을 듣는 대장정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 실제 현장에 나가 주민과 만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나.

    “업무를 마치고 저녁 8시쯤 숙소로 정한 경로당이나 어린이집으로 퇴근한다. 거기서 지역 어르신과 주부 등 평소 발언 기회가 많지 않은 주민과 대화를 나눈다. 직접 가서 보고 들으면 현장 숨결을 한결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주민과 함께 주변 밤길을 돌아보면서 안전을 위해 가로등 설치나 밝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곳은 없는지, 사각지대에 폐쇄회로(CC)TV 설치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도 살펴본다. (숙박행정에) 동행한 공무원들과 함께 주민 얘기를 들은 뒤 큰돈 들지 않고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민원은 하루 이틀 만에 해결하는 경우도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 (숙박행정) 다음 날 아침에는 주민과 마을 청소를 한 뒤 해장국 한 그릇 먹고 (구청으로) 출근한다.”

    숙박행정이 발로 뛰는 홍 구청장 행정의 대표 사례라면, ‘공공갈등조정관제도’는 시스템 행정의 대표적 예다. 주민 간 갈등은 물론, 민관 갈등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원에 협상 전문가를 투입, ‘소통’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제도다.

    ▼ 공공갈등조정관이 그동안 어떤 민원을 해결했나.

    “6년 동안 해결되지 않던 송전탑 이전 갈등을 3개월 만에 해결한 일이 있다. 또 공공갈등조정관이 부평구 40여 곳의 재개발과 지하차도 건설 같은 각종 민원 사안에도 참여해 민관의 중재자 노릇을 하고 있다. 재개발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갈등도 크지만, 공직사회와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또 지하차도 건설의 경우 일부 주민은 적극 찬성하는데, 지하차도 주변 주민은 반대가 극심해 사업비 80억 원이 책정됐어도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이 심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에 공공갈등조정관이 나서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있다. 지금은 이 제도의 효용이 널리 알려져 서울시와 성남시 등에도 전파됐다.”

    공공갈등조정관은 중재자로서 민관 중재뿐 아니라 공무원을 대상으로 갈등 조정 교육도 수행한다. 공직자들이 각종 정책 시행에 앞서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을 사전 조율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한 부평구에서는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갈등조정심의위원회를 꾸려 주요 안건을 상정, 사전에 심의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지속가능도시 부평 건설

    홍 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 구청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줄기차게 ‘지속가능발전 도시 부평 건설’을 목표로 삼고, 실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가 ‘지속가능발전’을 화두로 삼은 것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홍 구청장은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환경보전 등 3가지 목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숙박행정과 공공갈등조정관제도 등은 ‘더불어 사는 따뜻한 부평’을 만들기 위한 사회통합 노력의 일환들. 경제정책의 경우 골목상권을 살려 서민경제에 희망을 불어넣고자 지하도상가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부평역 앞 지하도상가는 문화와 관광을 접목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하고, 부평시장 앞 로터리지하도상가는 ‘청년창업 허브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환경보전의 경우 부평을 가로지르는 굴포천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리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심 생태계 개선과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옥상에서 도시양봉을 시작, 60kg의 꿀을 수확했고 올해도 5월 24일부터 채밀을 시작했다.

    2014년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 부평구 지속가능발전보고서를 등재한 부평구는 올해 6월 7일부터 일주일간을 ‘지속가능발전 주간’으로 정해, 지역 곳곳에서 구민강좌와 토론회를 열어 주민과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공유할 계획이다.

    ‘지역 자치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따뜻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일입니다. 양극화와 신자유주의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낼 수 있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행정에 주민의 참여를 넓히고, 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속가능발전으로 가는 바람직한 길을 일구려 합니다.’(홍미영의 ‘동네살림에서 미래를 보다’ 중에서) 




    댓글 0
    닫기